갑작스런 사후검증에 대응하는 방법
처음 사후검증 대응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위기라고 생각하고 두려웠지만 침착하게 원산지 증빙 서류를 작성해 제공한 결과, 다행히도 서면심사에서 사후검증이 종료된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만약 사후검증 대응에 실패했다면 지금까지 R사에서 원산지 증빙을 한 모든 수출 건에 대해서 추징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럴 경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출된 건에 대해서 R사의 매출액 35억9,300만원에 미국에서의 FTA 관세혜택 3.9%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대략 1억4,000만원의 금액을 추징당할 수 있었다. R사가 사후검증 대응에 성공함으로써 1억4,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의 추징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에 소재한 R사는 지난 2007년 설립되어 디지털 진동 매직기를 제조해 수출하는 업체다. 휴대형 매직기, 전문가용 매직기 등 다양한 미용기기를 개발하여 미국, 호주,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주 수출품목인 디지털 진동 매직기는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특허기술인 디지털 진동 기능을 적용해 엉킨 머릿결을 고루 펴줌으로써 머릿결 손상 및 머리 뜯김 방지 현상을 최소화했다. 진동 버튼을 누르면 1분에 최다 7,500회까지 진동이 작동한다. 또 100도에서 200도까지 10도 단위로 온도 설정이 가능해 사용자 모발 상태에 따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세라믹 코팅 발열판 사용으로 머리결 손상이 적다. 세라믹 히터를 통해 열 상승 속도가 빠르고 복원력도 뛰어나 단시간에 헤어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360도 회전 방식으로 매직기 사용 시 선 꼬임 없이 사용이 편리하다. 외부 투명창으로 온도 확인을 쉽게 할 수 있으며, 슬림한 곡선의 디자인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미국세관의 원산지 사후검증 요청
R사의 진동 매직기는 현재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은 2009년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2013년에는 현지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수출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던 2015년 초, R사의 제품 수출을 대행해주고 있는 수출 에이전시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2013년 미국 바이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증명서 발행을 요청해 R사에서 발행한 원산지(포괄)확인서를 근거로 송품장 상에 원산지 문구를 적어 원산지를 증명했는데, 원산지 판정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미국세관이 사후검증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입된 물품의 원산지가 의심스러운 경우 통관당국은 원산지 검증을 실시한다. 한-미 FTA는 수입국 관세당국이 직접 해당 수입품의 원산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수행하는 ‘직접검증’ 방식을 택하고 있다(섬유·의류의 경우 간접 혹은 공동검증을 한다). 따라서 미국세관에서는 수입자, 수출자 및 생산자를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세관은 서면 검증을 위해 ‘정보제공요청서’(CBP Form 28, Request for information)를 사용해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심사와 결정을 한다. 제출받은 정보를 검토한 미국 세관은 원산지의 적정성을 확인한 뒤 결과를 통지하는데 이 때 ‘결과통지서’(CBP Form 29, Notice of Action)를 활용해 통지한다. 원산지 충족에 대해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단순히 전화로 그 결과를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원산지증명서를 자율적으로 발급하는 것이 허용되는 대신, 허위 사실에 입각한 증명서 발급 및 특혜관세 적용은 통관 이후 5년간 검증대상이 되기 때문에 수출업체는 반드시 원산지 관련 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사후검증 요청 때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행정제제는 물론 특혜관세 적용 배제 및 기 적용됐던 관세절감액을 추징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무엇보다도 바이어와의 신뢰가 무너져 수출이 끊길 수도 있다.
R사가 이런 상황이었다. 원산지 증빙 서류 구비가 안 되어 있던 것은 물론, FTA와 원산지 증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R사는 동종 업계 지인에게 고충을 털어놨고, 지인으로부터 한국무역협회에서 진행하는 ‘OK FTA 컨설팅 사업’을 소개받아 참가했다. OK FTA 컨설팅 사업은 한국무역협회가 중소·중견기업의 FTA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부터 업체별 특성과 품목을 고려한 맞춤식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부터 원산지 관리 업무를 밀착 지원하는 ‘원산지관리 아웃소싱 사업’을 추가했다.
D-15일, 상담 관세사 지원 속 성공리에 증빙서류 제출
R사가 연락을 받았을 때에는 수출 에이전시가 미국 세관으로부터 사후검증 요청을 받은 지 15일 가량 지난 후였다. 사후검증 요청을 받은 직후부터 30일 이내에 미국 바이어를 통해 증빙자료를 미국 세관에 제출(비밀자료는 미국 수입자를 거치지 않고 미국 세관에 바로 제출가능)해야 하니 시간이 없었다. 원칙적으로는 FTA 기초부터 활용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R사는 그럴 수 없었다. 상담 관세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R사 직원들과 기초서류 작성을 먼저 하고, FTA와 원산지관리, 사후검증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R사는 직접 수출이 아니라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미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에 원산지(포괄)확인서를 발행하고 있으므로 R사가 사후검증에 직접 대응할 당사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에이전시가 있다고 해도 원산지를 증명하는 일은 생산업체가 맡아야 한다는 것을 교육을 받으면서야 알게 되었다.
한-미 FTA 사후검증 시 제출해야 할 주요 서류는 △원산지증명서(C/O) △자재명세서(BOM) △제조공정도(Manufacturing Process Flow Chart) △원가자료(Cost Data) △생산 또는 제조관련 기록 △주문서 원본(Original Purchase Order) △송품장(Invoice) 등이 있으며, 미국 세관은 필요한 경우 수입품의 샘플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제조공정은 공정 흐름에 따라 사진과 공정 설명, 투입 원재료를 포함해 한-미 FTA 검증 목적 상 영어로 작성했다. 이어 BOM은 해당 완제품의 품명, 규격, HS코드를 적고, 해당 완제품을 구성하는 모든 원재료를 BOM 상에 나열하고 각 원재료의 품명, 스펙, 소요량, 단위, HS코드, 원산지, 구매처 등을 기재했다.
R사의 진동 매직기 제품의 HS코드는 한-미 FTA 협정세율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해당 제품의 원산지 결정기준은 CTSH(Change of Tariff Subheading), 6단위 세번변경기준이었다. 서면 심사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완제품은 물론, 원재료의 해당 HS코드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준비해야 되므로 완제품과 모든 원재료에 대한 물품설명서를 작성했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기에 완제품은 브로슈어로, 원재료는 사진을 첨부하여 재질, 사양, 주 공정 등 간단한 정보를 위주로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된 BOM을 기초로 원산지판정을 진행한 결과, 모든 전용 부분품의 HS코드가 4단위는 일치하지만 6단위 기준으로는 세번이 변경되어 한-미 FTA에 따른 원산지 결정기준인 CTSH를 충족하는 것으로 판정, 역내산으로 인정받는 데 문제없음을 확인했다.
이어 상담 관세사와 R사는 생산자로서 제공해야 하는 서류인 BOM, 제조공정도 외에 수출업체에 제공한 원산지(포괄)확인서가 내용상의 오류가 없는지를 검토했다. 검증 물품에 대한 계약 관련 서류, 수출자와 수입자 간의 거래관계 소명 자료 등은 수출 에이전시가 제공해야 하므로 생산자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상담 관세사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야근 및 주말근무를 강행하며 서류 작성 작업을 진행한 덕분에 R사는 원산지 검증 관련 서류를 미국 세관이 요청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공했고, 해당 서류들이 다행히 서면심사를 통과해 현장심사로 넘어가지 않고 별다른 이슈 없이 사후검증을마무리 지었다.
사후검증 완료 후 기업이미지 개선
원산지 사후검증을 성공리에 마친 R사는 현재 미국에 집중적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사후검증 대응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위기라고 생각하고 두려웠지만 침착하게 원산지 증빙 서류를 작성해 제공한 결과, 다행히도 서면심사에서 사후검증이 종료된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만약 사후검증 대응에 실패했다면 지금까지 R사에서 원산지 증빙을 한 모든 수출 건에 대해서 추징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럴경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출된 건에 대해서 R사의 매출액 35억9,300만원에 미국에서의 FTA 관세혜택 3.9%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대략 1억4,000만원의 금액을 추징당할 수 있었다. R사가 사후검증 대응에 성공함으로써 1억4,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의 추징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대응을 통해 수출자인 에이전시는 물론 미국의 수입자까지 R사의 원산지 증빙 능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R사는 에이전시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수출자와 수입자 간 신뢰성 제고를 통해 대미 수출을 늘렸다. 실제로 R사의 매출액 증가 추이를 보면 2014년 매출액은 11억9,800만원이었는데 2015년 1~3분기 매출액은 11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용기기의 성수기인 4분기까지 수출 진행하면 2015년 매출액은 16억 3,600만원으로 작년 대비 1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후검증, 두려워 말고 정면 대처하라
R사는 2008년 유럽, 2009년 일본, 미국, 2011년 호주로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로는 거래량이 많지 않지만 미국 바이어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려 나가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한-미 FTA를 적용하여 바이어에게 FTA 관세혜택을 제공한 것이 수출 증대의 긍정적 요인이 됐다. 한-미 FTA 사후 검증 대응을 통해 원산지관리능력을 갖춘 R사는 유럽 등 FTA 협정국가의 바이어들에게 FTA 원산지증명서를 제공함으로써 2.7%의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FTA 마케팅을 적극 펼쳐 나가고 있다.
R사는 “원산지 사후검증을 처음 요청 받으면 두렵고 당황스럽지만 철저하게 준비해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회사의 신뢰도 상승 및 수출 확대 등 다양한 부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기타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