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숭늉 한 그릇
2017년 1월 26일 목요일인 오늘 아침의 일이다.
매일 아침마다 나가는 헬스클럽에서 자전거타기로 한창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내가 건 전화였다.
그래서 나눈 대화가 이랬다.
“운동 끝났어요?”
“아니, 좀 더 해야 해.”
“웬만큼 했으면 그만하고 집에 좀 오세요.”
“왜?”
“아침을 했거든요.”
“아침 굶는 거 잘 알면서 왜 했어요?”
“당신 따라 굶다보니 제가 허기 져서 안 되겠어요. 일단 오늘은 좀 오세요. 냄비 밥 해놨으니까요.”
“혼자 먹으면 되잖아요. 난 운동 좀 더 해야 해요.”
“혼자 먹으면 어디 밥맛이 나나요? 오늘만 좀 드세요.”
“내 원 참! 알았어요. 곧 갈게요.”
그렇게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대충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차린 아침밥상에는 쌀밥 한 공기에 몇 가지 반찬이 차려져 있었다.
내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안휘덕 친구의 ‘만촌농원’에서 얻어 온 된장으로 끓인 찌개 한 그릇에 중닢짠지 한 접시가 올라와 있었고, 내 중학교 동기동창 이정인 친구의 부인으로 동기동창 부인들이 함께 하는 ‘들꽃 모임’ 회장인 최찬묵 여사의 친정어머님이 담았다는 고추장아찌 한 접시에, 우리들 텃밭인 ‘햇비농원’에서 수확한 가을무를 총총 썰어 버무린 무나물 한 접시에, 콩나물까지 해서, 차려진 반찬들은 모두 다 우리의 토종 반찬들이었다.
어제 저녁 한 끼를 이미 굶은 터라, 한 상 차려진 그 밥과 반찬을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다 비워버렸다.
“숭늉은?”
밥상을 비우는 그 끝판에, 내 그렇게 아내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있지요. 그러려고 냄비로 밥을 지은 건데요.”
아내의 답이 그랬다.
그러잖아도 첫 밥술을 뜰 때, 내 이미 누룽지가 두껍게 앉았겠다하는 사실을 구수한 그 밥 냄새로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역시 그 짐작대로였다.
아내가 퍼 들고 오는 숭늉 한 그릇에 담긴 누룽지가 얼추 밥 한 그릇 분량이 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두껍게 누룽지를 눌게 하려면, 얼마만큼이나 정성을 들였어야 할까 그 크기를 어림짐작해봤다.
우리 할머니 하던 만큼 들였어야 했을 것 같았고, 울 엄마 하던 만큼 들였어야 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아먹을 때마다, 달다 달다 하고 받아먹을 수밖에 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