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 판사는 왜 판새가 되었을까?
승인 2020.10.08 21:00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기레기, 견찰, 검새, 판새 등 각종 직업군을 폄하하는 용어가 언론 및 SNS 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는바, 위 언급된 직업군들의 행위가 자신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표현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많은 정보 심지어 잘못된 정보에 실시간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가 보니 그 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밝혀지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어 이들 직업군에 대한 비판은 도를 더하고 있다.
법원에 대한 비판은 주로 형사사건에서 성폭행범 등 일반 흉악범, 수백억원대 재벌 배임, 횡령 사건의 형량이 너무 낮다, 최근 광화문 집회 관련 판결 및 각종 이념 및 정치판결의 결과에 대한 불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판결에 대한 비판은 도를 넘어 판사 개인 ‘신상털기’로 직접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 너무나 염려스럽다.
판사에게 ‘당신 가족이 범죄 피해자이거나 코로나로 사망하였어도 그와 같은 판결을 하겠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많은 판사들은 더 엄벌에 처하고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할 것이다. 이 간단한 질문과 답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나온다. 범죄 피해자의 가족은 주관적인 입장이고, 판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결하여야 하므로 각종 법과 제도를 존중하면서 가급적 객관적인 입장 및 기준에 따라 판결하기 때문이다.
국민 법감정에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판사는 ‘비정상’이고 국민 법감정을 따라 최고 형벌을 선고하는 판사는 ‘참판사’인가? 판사의 양심은 서민의 양심과 다른가? 판사의 양심이라고 할 때의 양심은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말하고 현재의 법과 제도가 정한 바에 따라 재판할 내심의 의무라고 말한다면 이에 대한 반론으로 ‘똑똑한 판사의 판결을 우매한 대중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쓸데없는 불만을 가진다는 것인가’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국민들은 형사판결에 대하여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인터넷 댓글에 ‘판사들이 오직 돈과 이데올로기만을 아 사회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을 한다’라는 글이 있다. 반성한다고 감형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변호사가 동기라서 감형, 돈 많아서 감형, 후배라서 감형, 김앤? 이라서 감형, 가정이 있다고 감형, 가정이 불우하다고 감형, 가정이 없으면 혼자 산다고 감형,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감형, 정신병자라고 감형, 이도 저도 아니면 그 동안 건전하게 살았다고 감형, 이유도 많지만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느끼고 있다.
국민들이 이와 같이 느끼는 것은 강력 형사사건 형량이 너무 낮고 특히 재벌 사건의 경우 일반인과 비교하여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점과 많은 보도, 영화, 드라마에서 판검사의 비리라는 극단적인 예외 상황을 일반화 시키다보니 오해한 면도 많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AI(인공지능)로 판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있다(물론 국민들이 답답하니 하는 말씀이지만). AI로 판결하면 감정이 배제되고 돈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색 및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복불복 판결이 아닌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AI에 의한 판결은 불가능하고 장래 가능하여도 기존의 판결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AI는 기존 데이터에 의해 학습한 결과를 판결로 내놓으므로 결국 지금의 판결 결과를 반복할 것이다. 즉 인공지능에 의하여도 현재 상태에서는 낮은 형량을 개선할 방법은 없다.
국민들은 흉악범에 대하여 우리 나라의 판결보다 강력한 형을 선고하는 미국의 판결이 더 상식적이고 국민 정서에 공감한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모든 재판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고, 외국 사례처럼 200년씩 형을 선고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하여 사법부는 어떻게 노력하였고, 입법부는 어떻게 노력하였나? 현재와 같은 정치논리에 의한 수동적 사법부 개혁으로는 이러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사법부가 이에 대하여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판사 비하 발언을 하고 판사의 신상털기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