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時)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많은 것을 적합한 시기에 해야 할 때가 있다. 때라고 하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절기(節氣)는 기가 막히게도 정확하다.
올해는 긴 장마에 긴 무더위가 지속되더니 9월 들어서면서부터 확 꺾여 버렸다.
어려서 학생일 때는 공부해야 할 때라고 했다. 결혼 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늦어져서 제짝을 찾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때를 놓쳤다고 말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때에 맞추어 파종하지 않는다면 수확할 것이 없을 것이다.
인생에도 알맞을 때가 있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닌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는 일이 많다.
그때 그 선택을 하진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빨리 인정하고 되돌리면 되는데, 내가 선택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증명 하려고 갖은 애를 쓰다 보니 고생을 더 하기도 했다.
고생스럽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 일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양할 자식이 있고, 직장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 내 생각이 옳다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가 없다. 간혹 함께 일하는 동료가 힘들어하면 부득이하게 방향을 전환하거나 시기를 조금 늦출 필요도 있다.
나는 공부해야 할 때 열심히 하지 않아서 대학 공부를 제때 마치지 못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하였다. 굳이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하지 못한 미련 때문에 다시 공부에 매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아이들과 놀아 줘야 할 시기, 가족끼리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 먹으며 가족 간의 정을 쌓을 시간에 공부만 하는 내가 가족들은 싫었을 것 같다.
올해 초부터 아들이 직장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다. 같이 사는 딸도 직장 일로 바빠서 나와 보낼 시간은 많지 않다. 살갑지 않은 아들을 대할 때 어릴 때 좀 더 다정하게 시간을 같이 보내 줄 걸, 때 늦은 후회를 한다.
한 박자씩 늦어진 나의 때는 반백 년 이상을 살아오고 나니 두 박자도 더 늦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정년을 바라보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나이 육십이래야 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육십 이후의 직업을 뭘 갖는 것이 좋을까?
사람을 대신하여 AI가 손쉽게 일하는 데,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은 어려울 것 같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경제 활동도 해야 하고 남아 있는 인생을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의료 전문가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영과 자전거 타기가 좋다는 추천을 한다.
수영과 자전거 타기는 관절에 무리 되지 않는 운동이라 노년층에 특히 좋다고 한다.
나는 40대에 수영을 배웠다. 중간에 힘들어서 거만 두고 싶었던 때가 많았다.
운동을 배우는 것도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은퇴하고 수영을 배우기 위해 수영장에 와서 물속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나는 조금 더 빨리 배워 둔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때 무작정 아버지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운동장에서 수십 번씩 넘어지며 배운 탓에 지금 나는 자전거도 잘 탈 수 있다.
어느 은퇴를 앞둔 남자분이 쓴 버킷리스트에 아내와 자전거 타기를 하고 싶다는 것을 보았다. 자기 아내는 운동을 너무 하기 싫어하는데 어느 날은 아내에게 정중히 부탁했다고 한다.
부부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고 자기 부탁을 꼭 들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아내로서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도 없고 안 들어 줄 수도 없어서 난감할 것 같다.
자전거를 배우다가 넘어져서 뼈라도 다치게 되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에 선 듯 용기를 내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지역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자전거를 가르쳐 주고 자전거 운전 면허증도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니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여름에는 평생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하던 서핑을 하려고 양양에 다녀왔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더 큰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 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 서프보드를 들고 리시(서프보드와 서퍼를 연결하는 끈)를 어느 쪽 발에 묶는 것인지도 몰랐다. 서핑강사분이 눈을 감고 앞으로 발을 내밀어 보라고 했다.
나는 왼쪽 발목에 리시를 묶었다. 수영을 오래 했기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서핑은 패들링, 푸시업, 테이크오프, 라이딩으로 나뉘어 할 수 있다.
패들링을 해서 바다로 나가 파도를 기다리기는 할 수 있었다.
푸 시업해서 상체를 들고 파도에 맞추어 보드에 올라서는 테이크 오프를 배우는 데는 한나절이 걸렸다. 라이딩 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서핑을 조금 해 보았다.
어린 학생들은 서프보드에 금방 일어서서 타는데, 나는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지쳐서 서프보드에 누워있는 것이 좋았다. 서핑은 운동신경이 좋아야 하는 체력 소모가 많이 되는 운동이다. 젊음, 자유, 도전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역동적인 단어지만 서핑을 처음 도전한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슬슬 기어 다녔다. 이 나이에 서핑을 도전해 본 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69세에 노벨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 아일랜드의 묘비에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배우는 것은 언제 해도 좋지만 좀 더 젊은 시절에 배웠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것을 꺼내 쓰기만 해도 되니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배우는 것은 언제 해도 좋지만 좀 더 젊은 시절에 배웠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것을 꺼내 쓰기만 해도 되니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많은 것을 적합한 시기에 해야 할 때가 있다.
배우는 것은 언제 해도 좋지만 좀 더 젊은 시절에 배웠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것을 꺼내 쓰기만 해도 되니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