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올겨울은 눈이 잦은 편입니다. 생활에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섣달에 눈이 많이 내리면 올 농사가 잘될 징조라 했으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 봅니다.
◉무명가수 열전인 ‘싱어게인’ 얘기를 이어갑니다. 그동안 세상이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알아보기 시작한 재야 실력자 두 사람을 만납니다. ‘싱어게인’의 타킷에 잘 맞는 연륜이 있는 무명가수입니다; 펌(Perm)을 한 긴 머리에 같은 44살, 같은 부산 경남 출신 사나이들입니다. 맞춰보니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서 두 사람이 만나 꾸민 듀엣팀에 ‘도플싱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려운 삶의 여건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은 10호 김준휘, 지방 록밴드의 보컬 29호 정홍일, 두사람 모두 앨범도 몇 번 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긴 머리에 다소 구겨진 옷차림으로 1라운드 무대에 선 10호 가수는 ‘목이 쉰 아저씨가 아닌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걸걸하고 허스키한 자신의 목소리를 미리 알리고 시작한 그의 노래는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였습니다. 그냥 얘기하듯 덤덤히 부르는 그의 노래에 묻어나는 삶의 연륜이 심사위원들은 물론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심사위원 모두가 ‘다시 노래부르기’를 원하는 ‘All Again’이었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hT90uJ_HQos&feature=youtu.be
◉‘정통 헤비메탈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29호 가수는 20년 이상 그 음악을 해왔습니다. 1998 창원에서 결성됐던 ‘바크하우스(Barkhouse)’란 록밴드의 보컬로 활동해온 정홍일입니다. 고향인 김해인들로 구성돤 ‘정홍일밴드’도 있어서 적어도 그 지역에선 무명가수가 아닙니다. 그가 들고나온 노래는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입니다. https://m.youtube.com/watch?v=EhUJdhaDm30&feature=youtu.be
재미있는 것은 이제 곧 만나서 새로운 절친이 될 10호 김준휘도 2016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 3’에 ‘압구정동 허도사’란 이름으로 등장해 ‘그대는 어디에’를 불렀습니다.
◉이 두 사람의 행보는 63호⨯30호와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한 팀이 돼서 노래부르고 이후 1대 1데스매치로 가서 대결을 벌이는 수순입니다. ‘수퍼 어게인’이라는 와일드 카드가 있어 방송 제작진이 흥미로운 구도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도플싱어’라 이름으로 나선 듀엣 대결에서 이들은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선택했습니다. 스타일과 장르가 다른 두사람이 서로 맞춰가는 노력이 돋보이는 듀엣송입니다. https://m.youtube.com/watch?v=8mO8imhSylM&feature=youtu.be
◉듀엣 대결에서 63⨯30호 두 젊은 친구들에게 패하면서 10호는 심사위원들의 선택으로 살아남지만 29호 정홍일은 탈락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선희심사위원이 ‘수퍼 어게인’를 사용해 29호를 살려 3라운드로 진출시킵니다.
◉이어진 1대 1 맞대결, 두 사람 정도로 인정받은 관심인물이라면 승패에 관계없이 두사람 모두 4라운드로 진출할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10호는 임재범의 ‘살아야지’를 골랐습니다.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 이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감성으로 숙연하게 만듭니다. https://m.youtube.com/watch?v=BDaFIp5fkVc&feature=youtu.be
◉들국화의 ‘제발’이 29호 정홍일이 골라 나온 노래입니다. 묵묵히 음악 인생을 살아온 무명가수가 이제는 ‘제발’ 자신의 노래에 귀 기울여 달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시원하게 터지는 노래에 ‘슈퍼 어게인’을 쓴 이선희가 자신을 칭찬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pLla7nVVCFg&feature=youtu.be
이 대결은 29호 정홍일의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10호 김준휘는 탈락후보가 됐지만 예상대로 이해리 심사위원이 ‘슈퍼 어게인’을 사용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4라운드로 갑니다.
◉소개한 네 명의 펌 가운데 톱 텐 결정전인 4라운드에서는 29호 정홍일만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동안 피우지 못한 꽃 한 송이를 피우겠다며 김수철의 같은 제목의 노래를 골라 나왔습니다. 김해에서 서울까지 운전을 해준 29호의 아내가 ‘30호와 63호의 사인을 꼭 받아와야 한다.’고 말하는 윤기있는 목소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y-78JuL4yik&feature=youtu.be
◉결과를 본대로 올 어게인으로 1조 5명 가운데 1위로 톱 텐 자리에 선착합니다. 노래를 앞둔 30호와 63호 10호의 톱 텐 진출 여부는 오늘 방송에서 드러납니다. 이 프로그램은 노래도 노래지만 넘쳐나는 따뜻한 기운이 인상적입니다. 심사위원들은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마주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승기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진행도 돋보입니다. 다만 관심 있는 인물 앞에서 방송을 마무리한 제작진의 선택은 살짝 비난받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