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포병여단에서 1포병단 XXX대대에서 근무했음
그때 한참 국군 현대화 사업의 일원으로
TAS1-K라는 신형 포병 관측장비가 들어왔었음.
그 포병 관측장비는 신박하게도
설치하고 레이져를 찍으면
자동으로 GPS 계산을 해서 포격제원을 알려주는 기계임.
수동 레이져 측정기인 GAS-1K만 쓰던 우리 관측반은
신문물이 들어와서 엄청 기뻐했었지.
그리고 신형 포병 관측장비가 들어오고 얼마뒤
대대에 새로운 포병 관측장교가 전입옴.
그리고 그 포병 관측장교가 전입온지 한 일주일쯤 됐나
대대 전반야 주특기 훈련이 있어서
측지반은 측지반장이랑 연병장에서 야간 측지 하고
관측반은 관측장비 바리바리 싸들고(유일한 단점이다. 비싸고 무거웠다. 떨어트렸다가 정보과장한테 이거 너 몸팔아도 못사는거야 소리들음)
2지대에있는 관측교장으로 이동함.
그 당시 관측반 선임이었던 나는 측각기를 설치하고 레측기와 열상장비를 거치함.
그런 다음에
무선분대에서 꾸어온 무전병 하나랑 같이 광대역을 올린다고 낑낑 거리고 있었음.
관측장교는 자기가 포병학교에서는 GAS1-K밖에 못써봤다면서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만지작 거렸음
원래 교육을 받기로 했었는데 기재고장이라서 자대 배치후에 해당 대대에 맞춰서 교육받으라나 뭐라나 그랬데.
뭐 어쨌든.
내가 무전병이랑 같이 광대역 낑낑거리면서 다 올리고나서
광대역-999K-관측장비-대대BTCS 연동을 끝내고
관측장교한테 담배 한대만 피워도 되겠습니까?
하고 통신병 후임이랑 같이 노가리 까면서 담배 피우러 구석에서 쉬고있었음.
관측장교는 열심히 관측장비 만지작 거리면서 놀고 있었고.
근데 갑자기 관측장교 휴대전화가 울림.
그래서 관측장교가 전화받고
승진! 관측장교입니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럼
그러자마자
조용한 관측교장에서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당직사령의 샤우팅이 들렸음.
멍청한 새끼야 니가 지금 대대에 포병 사격 명령 내린거 아니냐고!
이렇게.
관측장교는 존나 어버버버 하면서
나를 호출함.
사태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걸 깨달은 나는 담배를 끄고 관측장비를 확인함.
그리고 관측장비가 훈련모드
즉 비사격 모드가 아니라
사격모드로 되어있는걸 확인함.
즉 관측장교는
비사격명령, 즉 훈련 명령을 내린게 아니라
사격명령, 즉 실제사격 좌표를 대대 FDC에 전송한거임.
그래서 나는 황급히 표적기록을 확인했음.
이 기계는 표적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되거든.
근데 표적기록에
BOQ(간부숙소) 대대CP(대대장실),지통실, 본부포대 막사.
이렇게 찍혀있는거임
관측의 기본은 자신이 잘 아는 지형점 특이점을 먼저 기준으로 삼는게 중요하기에
관측장교는 교범대로 자기 눈에 익숙한 건물들을 좌표로 찍어본거겠지.
뭐 어쨌든
우리는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시발 광대역 개 새끼.)
지통실에 호출됨.
관측장교는 때마침 당직 사령이던 정보과장(포병여단 대대 관측장교는 정보과장의 직속임)이 던진 재떨이를 간신히 피함
나랑 통신병 후임은 별 말 안들음. 정보과장은 설마하니 간부가 이등병도 안할 실수를 하는걸 이해를 못했을테니까.
그렇게 어찌어찌 전반야 주특기 훈련이 끝나고
다음날
작전과장(소령, 학사,진급누락1회)은 BTCS에 기록된 대대 사격 명령을 발견-정보과장호출(오침못함)-대대장한테 보고-정보과장 대대장한테 쿠사리-정보과장 관측장교한테 쿠사리
이렇게 되어버리고
대대 중요시설에 대해서 포병 사격명령을 내린 관측장교는
남파공작원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게됨 ㅋㅋㅋㅋㅋ
레측기 하나로 제원만 따는게 아니라 사격요청까지
p999k에 꼽아서 전송함
옛날에 DMD로 귀찮게 입력하던걸 관측 한 방에 해결하나 보네.
많이좋아졌다
첫댓글 ㅎㅎ 반갑습니다^^ 귀에 익은 용어들이 많네요^^ 저도 5포병 8단에서 포대장 했었어요~~^^ 옛기억이 새록새록~~
새록새록 하네요 ^^
헐 저 5포병여단 1포병단 102fa 나왔는데 ㅎㅎ
요즘 포트리스M 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거리, 각도, 바람세기 포 사격 연습하고 있네요...ㅋㅋ 몬말인지 몰랐을 텐데, 겜을 하다보니, 이해가 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