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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정근식 후보가 당선되었다. 교육감 선거는 2007년 1월 1일 이후 직선제로 전환되었고, 2010년 6월의 제5회 지방선거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기 시작했다. 교육감은 교육 현장의 주체들 즉, 교사ㆍ학부모ㆍ학생들이 뽑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에 의해 선택된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자치의 최고 책임자로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예산을 다루고, 교육공무원ㆍ교사 및 학교장 인사, 조례 제출, 지역 학교의 학생 선발과 배정 방법 등을 책임진다. 지역의 교육구조 환경을 개선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요즘 교육감은 진보ㆍ보수 교육감으로 분류된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이 정치 프레임에 갇혀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진보ㆍ보수 교육감을 구분하는 주요 쟁점은 전교조, 학생인권조례, 일제고사 부활 등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영역도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맞춤형 학습을 강조하고, 맞벌이 부부를 위한 방과후 돌봄 지원을 약속하는 것 등이다. 교사의 행정부담 축소, 학급당 학생 수 줄이기, 무상교육 지향 등도 대표적 공통 사항이다.
하지만 교육감이 교육 개혁을 위하여 내놓은 공약을 시행하는 데 가장 어려움이 많고,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대학입시다.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들이 내어놓은 여러 공약 가운데 지금의 경쟁 구도 교육 풍토에서 `내 자식만은 살아남기`에 도움을 주는 교육감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은 진보ㆍ보수 교육감의 차별성을 나타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버뀌고 있다. 교육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 평생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제시하는 공약들이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되기 보다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많이 눈에 띈다. 그래도 공약의 성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제1의 폐해는 `과도한 경쟁 구도`이다. 한국은 입시를 거쳐 시험 성적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구조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전인교육을 강조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목숨을 걸고 공부한 후,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교육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항상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임금 격차가 분명한 한국 노동 시장에서 학력은 학생들의 `취업시장 상품가치`를 높이는 주요 수단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8월 27일 서울대 심포지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과도한 교육열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좋은 예이다.
국민은 학생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희망한다. 이런 희망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감은 대답해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생ㆍ학부모ㆍ교사 간의 신뢰 회복이다. 신뢰 회복의 근간은 `아, 내가 차별받지 않고 있구나`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교육감이 하루아침에 한국 교육을 모두 개혁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 개혁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제시할 수는 있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학교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교육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학교에는 영재아도 있고 부진아도 있지만, 대체로 평범한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좀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가정환경이 보이고, 청소년 성소수자 학생 등 사회적 약자도 보인다. 학생 개인의 역량이나 학습 속도와 함께 학생 주변의 다양한 환경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교육감은 학생들의 다양한 삶을 일차적으로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가 나왔다. 또 학교 교육을 통해 실력 향상이라는 학생들의 미래를 일정 부분 책임지는 덕목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 바로 신뢰 회복을 통해 `차별받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 노력한 결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학부모들은 교육을 둘러싼 제반의 환경에 대해 마음속으로 순응하고 지지할 수 있는 교육 풍토. 이것이 신뢰 회복 교육의 핵심이다. 교육감은 차별받지 않는 교육에 소홀함이 없는지 항상 살피고 경계해야 할 일차적 책임을 지는 중요한 자리이다. 교육감의 자리는 정치적 쏠림이 아니라 확고한 교육철학과 소신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귀중한 자리이면서 학생들의 장래를 일정 부분 책임지는 `성직자 자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