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단계에선 정보 제공 의무 없다며 제공 거절
개보위는 경찰이 필요성 소명하면 제공 가능하다고 판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내사를 받고 있는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따르면 LH는 최근 개보위에 ‘내사단계에서 범죄 수사를 위해 경찰이 요청한 내사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경찰이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내사를 벌이고 있는 LH 직원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청하자 이에 대응해 개보위에 의견을 물은 것이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연합뉴스
LH는 그간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내사를 받고 있는 직원들의 주소·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경찰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는 차후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이며, 휴대전화 번호는 출석 요구 시 등에 활용된다.
LH 측은 현행법상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경찰이 수사가 아닌 내사를 받고 있는 직원 개인정보를 요청해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사는 정식 수사 전 단계에서 범죄 사실을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개보위는 지난달 14일 소위원회를 열고 “LH는 수사기관이 내사단계에서 범죄의 수사를 위해 피내사자를 식별하거나 본인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등 주민등록번호 처리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소명한 경우에 한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의결했다. 경찰이 주민등록번호 처리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소명하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내사 단계에서도 개인정보 제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경남 진주 LH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다만 당시 확보한 압수품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과 관련해 활용할 수 있을 뿐 별개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LH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각 시·도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는 개별 사건마다 내사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LH에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건에서 압수수색을 했다고 해당 압수품을 가져다 쓰는 것은 법적으로 안 된다”며 “LH가 민감한 정보라고 못 주겠다고 하면 필요 시 강제수사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내사는 임의수사 단계이기 때문에 무조건 (개인정보를) 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못 준다고 하면 수사팀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영장에 의하지 않은 경우 개인정보 제공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각 사안별로 범죄의 형태, 경중, 정보주체가 받을 불이익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공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LH 투기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8일부터 서울경찰청과 영등포·동작·강서·노원경찰서 등 5곳에 54명에 이르는 집중수사팀을 투입해 부정청약과 기획부동산 투기 수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