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 거리 곳곳에 이팝나무 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새하얀 꽃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이팝나무는 대구 전체 가로수 22만6천724그루 중 2만4천613그루로, 11% 정도를 차지한다.
멀리서 보면 흰 꽃이 활짝 핀 모습이 쌀밥(이밥)을 닮아서 이팝나무로 불린다는 설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꽃잎이 바람개비처럼 네 갈래로 갈라져 있다.
꽃가루를 밖으로 날리기 힘든 구조이지만 개화 시기가 송홧가루나 버드나무류의 종자가 날리는 시기와 같아 꽃가루 주범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팝나무 꽃 필 무렵엔 딸네 집에 가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친정 부모가 오시면 밥을 대접해야 하는데 쌀이 없는 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느냐는 의미다.
이팝나무 꽃이 피는 5월은 보릿고개 무렵이다. 보릿고개는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고 김수학 전 경북도지사의 회고록 '이팝나무 꽃그늘'에는 보릿고개의 실태와 많은 사람들의 극복 노력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이젠 쌀이 남아돌고 쌀값이 떨어져서 문제다. 산지 쌀값은 최근 20㎏ 한 포대를 기준으로 5만 원 아래로 떨어져 농민들이 울상이다.
소비는 줄고 있는데 생산량은 크게 늘어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2천t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지만 쌀 수요는 늘어난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쌀 소비량은 1인당 56.9㎏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니 격세지감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팝나무 가로수길 명소는 앞산순환도로와 봉덕로, 고모로, 금호강변로, 대구혁신도시, 연경지구,
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등이 유명하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대구 명물 이팝나무 가로수길을 산책하고 집에서 쌀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어떨까.
적당한 쌀밥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을 챙기고, 농민을 돕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모현철 논설위원 mom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