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솔향기길 중간 지점에 자리한 여섬. 여섬은 옛날 조상들이 인근 섬들에 이름을 붙일 때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이 그 섬의 운명이 됐다. 1999년 여섬 인근에 이원방조제가 생기면서 방조제 안쪽에 있던 다른 섬들은 모두 육지가 되고 여섬 홀로 ‘섬’으로 남았다.
충남 태안 땅은 서해바다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길쭉한 고구마 모양의 안면도가 태안의 최남단을 이루고, 북쪽으로는 이원반도가 가늘게 뻗어나간다. 이렇게 남북으로 뻗은 태안의 리아스식 해안은 장장 1천300리(530㎞)에 이른다.
태안의 최북단 이원반도의 땅끝마을, 만대포구에 도착한다. 옛날 태안읍내에서 이원반도로 가려면 길이 험하고 멀어 ‘가다 가다 만데…’라고 해서 만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원반도는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읍과 마주하며 북으로 길게 튀어나왔다. 그래서 주민들의 생활권은 남쪽 내륙이 아닌, 바다 건너 북쪽이 되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내륙인 남쪽으로는 도로가 제대로 뚫리지 않아, 북쪽 바닷길을 이용해 인천을 오가며 일하고 생활하고 자녀교육을 시켰다. 이원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태안읍내 구경 못한 사람은 많아도, 인천 안 가본 사람은 없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태안의 최북단 이원반도 땅끝마을, 만대포구 풍경.
이제 만대항을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솔향기길을 걷기 시작한다. 솔향기길은 이름 그대로 소나무 일색의 숲길이다. 솔숲길을 걷다가 해변 백사장으로 들어선다. 이름 없는 작은 해수욕장은 안쪽이 모래사장이고, 바깥쪽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타원형을 이룬 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사이좋게 세 개의 바위가 서 있다. 삼형제바위인데, 방향에 따라 둘로 보였다가 세 개로 보이기도 한다. 삼형제바위에는 애틋한 전설이 서려 있다. 홀로 세 아들을 키우던 한 여성이 바다에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자, 세 아들이 어머니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작은 해수욕장과 삼형제바위, 가로림만의 푸른 바다와 서산의 산줄기는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수채화가 되었다. 이런 풍경을 즐기는 갈매기들이 유유자적하다. 갈매기의 자유로운 유영이 나의 마음까지도 여유있게 해준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되었을 때,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숲길을 따라 또 하나의 둔덕을 넘자 큰구매수동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모래와 자갈, 조개껍질부스러기가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해변은 한없이 고요하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마저도 고요함을 깨뜨릴까 조심스럽다. 바다 건너편에서는 기암절벽을 한 황금산이 섬처럼 우뚝 서 있다. 이런 풍경을 즐기느라 시간을 지체하다보니 일행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고 없다. 천천히 걸을수록 더 아름다운 길, 나는 이 길을 느리게 걷고 싶다.
여섬가는 길에 만난 석화캐는 아낙네. 캐낸 굴을 맛보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그윽한 솔향기를 맡으며 걷다보면 솔숲 사이로 푸른 바다가 손짓하고, 부드러운 흙길은 카펫처럼 푸근하다. 이어 몽돌해변도 만나고, 기암절벽을 이룬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지기도 한다. 나는 바다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걷고 또 걷는다. 바다를 향하여 발을 내민 산줄기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자꾸만 바다에 가까워지려고 한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해변의 바위들은 파도와 소곤소곤 얘기를 나눈다. 나도 이들의 행복한 어울림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걷기 좋은 솔향기길은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건이 났을 때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다녔던 길을 군부대의 해안순찰로, 오솔길, 임도 등과 연결하여 만들어졌다. 노루금·꾸지나무골·차돌백이 같은 순수한 우리말 이름들은 듣기만 해도 정답다. 바다 쪽으로는 절벽을 이루고 있지만, 절벽 위의 길은 걷기에 더없이 좋은 흙길과 솔숲이 이어진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지나온 해변의 기암절벽들이 손짓을 한다.
가마봉전망대에 서서 끝없이 펼쳐지는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끝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길을 보는 것 같다. 가마봉전망대에서의 조망은 무엇보다도 남쪽에서 다가오는 여섬의 모습이 압권이다. 커다란 고막껍질을 엎어놓은 듯한 여섬은 물이 빠지면 하루에 두 번 씩 육지와 연결이 된다. 여섬 뒤에서는 멀리 태안군 원북면의 태안화력발전소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다가오는 햇살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광명을 찾아가는 그것 같다. 여섬 앞 해변으로 내려선다. 육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여섬에 물이 빠지면서 바닷길이 열렸다. 열린 바닷길을 따라 여섬으로 들어간다. 여섬은 옛날 선인들이 이름을 지을 때 나머지 섬이라 해서 남을 여(餘)자를 써서 여섬이라 불렀다. 여섬은 오늘날을 예견한 것처럼 이원방조제 간척지 공사로 섬이 다 없어지고 서해 쪽에 유일하게 하나만 남은 섬이 되었다. 여섬은 일몰풍경이 아름다워 낙조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7년 태안 앞바다를 뒤덮은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 당시 100만명이 넘는 이름없는 자원봉사자들이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걷던 소나무 숲길이 생태탐방로로 공개되면서 태안 솔향기길은 소통과 치유의 대명사로 거듭나고 있다.
여섬으로 가는 바닷길 바위에는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바위에 붙어 있는 굴의 모양이 꽃과 같다 해서 석화(石花)라고도 부른다. 물이 빠지자 주변의 주민들이 바위에 붙어있는 굴을 채취한다. 채취한 굴을 사서 먹어보니 입 속에서 사르르 녹는다.
여섬을 다녀오고 나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반듯하게 솟은 해송들이 길안내를 한다. 길을 걷다가도 뒤돌아보면 해안의 기암절경과 함께 여섬이 자꾸만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막골에서 용난굴로 가기 위해 해변 바위를 넘고 넘는다. 입구부분 높이 3m, 아랫부분의 폭 2m 정도 되는 용난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이도 낮아지고 폭도 좁아진다. 용난굴은 18m 쯤 들어가면 양쪽으로 두 개의 굴로 나뉜다. 두 개의 굴에서 두 마리의 용이 한 굴씩 자리를 잡고 하늘로 오르기 위해 도를 닦았는데, 우측의 용이 먼저 승천하니 좌측의 용은 승천길이 막혀버렸다. 이때 승천한 용은 굴 입구 위에 비늘자국을 남겼지만, 갈 곳이 없는 좌측의 용은 돌로 변하여 망부석이 되어 입구에서 용난굴을 지키고 있다.
해변길은 변화가 무쌍하다. 거친 바윗길을 걷다가 자갈길을 만나기도 하고 모래사장을 걷기도 한다. 게발처럼 뻗어 나온 리아스식 해안과 어울린 바다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여섬이 함께 하여 화룡점정이 되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정하다. 꾸지나물골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백사장 길이가 200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작은 해수욕장이지만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은 울창한 소나무가 감싸고 있어 안온하다.
한적한 봄철 해수욕장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백이 느껴진다.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은 꾸지뽕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용한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걷는다. 모래 위에 발자국이 생기지만, 바닷물이 들어와 금방 없애버리고 만다. 바다는 나에게 무엇을 남기려 하지 말라고 한다.
※여행쪽지 ▶태안 솔향기길은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반도의 아름다운 해안 38.5㎞를 따라 걷는 길이다. 총 5개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1코스는 솔향기길의 대표적인 구간으로 만대항-당봉전망대-여섬-중막골-용난굴-꾸지나무골해수욕장까지다. 총거리 10.2㎞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서산→태안→원북→이원면 소재지→만대항 ▶만대포구와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는 횟집이 여럿 있다. 만대회수산(041-675-0108), 운영수산(041-675-3048), 꾸지나무골회수산(041-674-7850)
첫댓글 수완 들꽃트레킹산악회는
매월 3째주(토) 수완롯데마트와 하나로마트 정문앞에서 출발합니다.
2007년에 발족한지, 어는덧 88번째 산행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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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오시는 분을 따뜻하게 모시는 친절한 산악회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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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산악회, s-광산 들꽃트레킹산악회와 함께 즐거운 산행과 트레킹을 편안하고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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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좋긴한데 이번은 패스 ~~ 담에 좋은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