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은, 바닷속 전복을 따 파는 제주 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다고 했다. 남겨둔 전복을 생각하며 해녀는 얼마나 흐뭇하였을까. 남겨둔 절제가 아름다움이고 행복이다.
길거리와 TV는물론 포털사이트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끝없이 이것을 가져야 좋고 저것도 좋다면서, 무언가를 얻는 것이 행복의 비결인 것처럼 선전한다.
그러나 덴마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스벤 브링크만 교수는 유혹만 좇아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플라톤의 대화편: 고르기아스》에 나온 소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려, 헛된 욕망으로 가득한 우리의 마음을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결코 채울 수 없는 '구멍 난 항아리'에 비유한다. 그러기에 행복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절제에 있다고 말한다.
《절제의 기술》은 마시멜로 실험에서부터 스토아철학과 실존주의 철학, 영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례를 통해 심리적, 실존적, 윤리적, 정치적, 미학적 관점에서 절제의 가치를 살핀다. 그 핵심이 되는 5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선택지 줄이기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기
기뻐하고 감사하기
단순하게 살기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이 원칙들은 모두, 행복은 욕망하고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나누고 자족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스벤 브링크만은 '포모'와 '조모'라는 말을 소개한다.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일종의 고립공포감을 뜻한다. 반면 '조모'(JOMO)는 'Joy Of Missing Out', 즉 내려놓음, 놓아버림의 자유를 의미한다. '조모'의 기쁨이 더 큰 기쁨이다.
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힌다. 브링크만 교수는 그 비결이 '얀테의 법칙'(Jante's Law)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법칙을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자만하지 말아야 하며, 성공에만 목매는 일은 다소 천박하다고 여기는 생각'으로 설명하고, "간단히 말해 '내가 대체 뭐라고?' 라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라고 말했다.
얀테의 법칙은 불필요한 기대를 적게 하고, 자신을 남들보다 똑똑하고 잘났고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겸손의 태도로, 이런 삶의 태도에서 행복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절제의 자세다.
더 하기도 좋고 덜 하기도 좋은 때 그 좋음이 반반이라고 하면 덜 하는 편이 좋다. 이를 절제의 미라고 한다. 절제는 진주 목걸이를 꿰는 비단 끈과도 같다. 끈이 없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진주알들이라 할지라도 굴러다니는 돌덩이와 같다.
성령의 열매들을 완성하는 절제
절제의 세계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가시'라고 하면 흔히들 상대방을 찌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정목일 시인은 <가시>라는 시에서 가시를 새로운 눈으로 보았다. 가시에는 독기나 냉기보다 긴장과 첨예한 눈빛이 있다며, 가시를 꽃의 존엄과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긴장과 첨예한 눈빛으로 보았다. 그 가시 덕분에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장미는 그 수려한 꽃송이뿐만 아니라 가시까지 포함해서 자아미다. 그래서 '가시'의 다른 이름은 '절제'다 절제의 거리가 존엄과 아름다움을 지키게 한다. 나무도 그렇다. 서로 적절한 거리를 이루고 있을 때 서로 햇빛을 받아 푸른 숲을 이룬다.
글의 세계에도 절제미가 있다. 논리적인 글이 있고, 문학적인 글이 있다. 꽃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벌의 언어는 논리적 언어라 볼 수 있고, 꽃을 향해 춤을 추듯 곡선을 그리며 날라가는 나비의 언어는 문학적 언어라고 볼 수 있다.
논리적인 글은 그 내용을 객관적이고 명확하며 보편타당선이 있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줘야 한다. 그런 까닭에 논리적인 글은 독자의 몫을 조금밖에 남겨두지 않는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은 공감이 필요하므로 다 설명하지 않고 독자의 몫을 여백으로 많이 남겨둔다.
시인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절제미로 감춘 속마음을 상상해보며 상상력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이 독서의 최고 묘미 중 하나다. 대화에도 논리적인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고. 문학적인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정확하게 말해야 할 때가 있고, 절제하며 달빛 같은 은유(隱喩)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건강도 절제에서 나온다고 한다. '절제는 첫 번째 주치의요, 운동은 두 번째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과식은 장이나 위 점막을 손상시킨다고 한다. 장을 청소하는 좋은 방법은 소식(小食)이다.
소식으로 장이 깨끗해지면 면역력도 높아진다.
갈라디아서 5장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 중에 마지막 열매가 바로 '절제'다. 절제는 앞의 모든 성령의 열매들을 감싸는 포대기와 같다. 절제를 통해 모든 열매가 비로소 완성된다.
예를 들어, 자비의 열매가 있더라도 말을 절제하지 못해 말이 많다면, 충성의 열매를 맺더라도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화를 잘 낸다면 그 열매들은 다 빛이 바랜다. 모든 열매에 절제가 들어가야 비로소 향기롭게 완성된다. 절제가 곧 겸손이 되고, 겸손이 배려요, 배려가 곧 어울림이다.
현대 과잉의 시대에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절제를 통해 우리는 만족과 감사를 배우고,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정말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고전 9:25
출판사:규장
지은이: 한재욱
첫댓글 장미는 그 수려한 꽃송이뿐만 아니라 가시까지 포함해서 자아미다. 그래서 '가시'의 다른 이름은 '절제'다 절제의 거리가 존엄과 아름다움을 지키게 한다. 나무도 그렇다. 서로 적절한 거리를 이루고 있을 때 서로 햇빛을 받아 푸른 숲을 이룬다.
아멘 주님께영광
모든 삶속에서 절제하며 겸손하여 섬기며 배려하는 삶 가운데 만족과 감사를 배우는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조모 절제
주님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