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일절을 맞이하여 여러 매체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삼일절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정말 믿지 못 할 수준의 대답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중근 의사가 환자를 고쳐주며 함께 독립 운동한 날.’, ‘1대 대통령 박은식이 광복사(史)를 쓰던 중 3.1운동이 시작됐다.’‘태극기 다는 날’, ‘빨간 날(
공휴일)’과 같은 의미도 모르는 채 휴일에 태극기 다는 날이란 부족한 답변이 돌아왔다. 국경일과 관련된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현주소이다. 비단 이는
초등학교 역사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사 교육 시수가 부족하여 학생들의 역사관이 우려 된다는 주장이 초·중·
고등학교 할 것 없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선정,
교육 과정 개정 시 국사 교육 시간 확대 등의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학교(공교육)에서 국사 수업의 비중이 어느 정도이기에 학생들의 역사관이 우려되는 것인지 7차
교육과정 한국사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먼저, 초등학교에서는 국사를 6학년 1학기에 사회 책에서 다룬다. 또
중학교에서 2~3학년 때 국사를 주당 2시간 교육 받는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 국사를 주 2교시 공통으로 가르치고, 한국 근현대사는
인문계(문과) 학생 중 수능
사회탐구영역 과목으로 선택한 학생들 위주로 교육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고등학교
자연계(이과) 학생의 예로 보면 12년 교육 과정 중 국사 교육을 7학기만 받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업만으로 과연 충분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또 학생들은 한국사에 대해 대략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 입할 때부터 오로지 대입 수능만을 바라본다. '이것이 과연 우리 아이에게, 나의 계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인가.'가 아닌 과연 수능을 보는데 유리할 것인가를 먼저 따진다. 수업도 오로지 수능에서 비중이 높은 국어, 수학, 영어 위주로 이루어진다. 이는 공교육의 장인 학교나 사교육의 장인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자연적으로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사회, 과학탐구 영역의 과목 및 예체능 과목은 아예 뒷전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인 한국사마저도 위와 같은 이유로 교육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고조선의 단군왕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반만년 우리의 소중한 역사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초·중·고등 국사 교육은 순차적이고 심층적인 역사 교육이 아닌 매번 국사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8.15 광복까지 7학기 내내 천편일률적인 수업이다. 타국의 예에 비추어 봤을 때 이러한 현실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부설 국학연구원 등 국내 10여개 연구소, 사회단체, 대학교수 등 100여명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고조선 건국기사 개선과 국사교육 강화'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NEWSIS
선진국의 예를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그들의 역사는 고작 20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의 역사 교육열은 대단하다. 미국은 국가가 아닌 주(州)별로 다른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에서 그들의 역사인 미국사 교육을 중시한다. 다문화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역사야말로 미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매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역사 교육, 중학교 때는 거주하는 주의 역사 교육, 고등학교 때는 미국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배운다. 심지어 미국의 대부분 국공립 고교에서는 주(州)사, 미국사 및 세계사를 이수하지 않을 시에는 졸업을 못 하게 되어 있다. 수업 역시 우리나라의 암기주입식의 교육이 아닌 역할극, 체험과 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
또, 이웃나라인 일본은 어떠한가? 역사 교육뿐만 아니라 생활 속의 역사를 강조한다. 지리역사과 고교생들은 세계사 및 일본사가 필수 과목이고, 그 외의 학생들에게도 전체 수업의 3%가 필수, 7%가 선택 역사 과목이다. 생활면으로 보면 일본 마을의 70~80% 정도에는 그들의 조상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다. 곁에 두고 끊임없이 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근대 교육의 효시를 명치유신으로, 존왕애국을 역사 교육의 목표로 삼아 일본 국민의 단결을 꾀한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역사 교육은 어떤 방식일까? 전 세계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에도, 독일 나치의 모진 학대에도, 그들은 살아남아 현재의 이스라엘에 자리를 잡았다. 이스라엘인들은 아픈 과거를 거울 삼아 유태 민족의 근원을 바로 잡고 긍지와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부, 사회, 가정할 것 없이 역사 교육에 철저하다. 또한 <탈무드>를 통해 조상의 지혜를 이어 받아 그들의 민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교육 시수 중 10% 정도가 역사 수업 시간으로 자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하여 만든 역사 과목이 필수 이수 과목이다. 영국 역시 과정에 따라 선택적이긴 하지만 전체의 10% 정도가 역사 교육 시수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요 시험에서 역사 출제 빈도가 높아 사실상 필수 교과라고 영국 학생들은 인식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중학교에서 세계사를 필수과목으로, 대만에서는 대만사뿐만 아니라 중국사와 세계사 모두를 필수과목으로 정해 놓고 있다.
충분한 역사 교육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긍심 및 국가관을 성립하는데 꼭 필요하다. 국사 수업에는 역사적인 사건, 위인의 생애와 업적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들어있다. 이를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기도 하고, 여러 일화들을 통해 선과 정의가 악과 불의를 이긴다(권선징악)거나 나쁜 친구를 사귀면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근묵자흑)거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새옹지마) 등 선인들의 생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또 이러한 배움을 실생활에 적용하여 현재의 나, 가정, 사회의 문제를 역사적인 사건 또는 일화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 및 해결책까지 찾을 수 있게 된다. 우리말인 국어가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하듯, 한국사는 우리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로 우리에 대해 알아가는 필수과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끊임없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한국사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 이전의 교육이 오로지 대입 수능에만 맞춰져 있는 관계로, 국사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수능 필수 과목 지정이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다. 또 같은 이유에서 수능 필수 과목으로 채택할 경우 학생들의 부담만 늘 것이라는 비판적인 의견 또한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국사 교육의 시간 확충도 절실하지만 교육 체계부터 정비해야 된다는 주장 역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미국과 같이 순차적인 역사 교육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국사 교육이 선행된다면 학생들 역시 국사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1단원 한국사의 바른 이해에 보면 '역사 학습의 목적은. 첫째, 현재 바로 나 때문이다. 지나온 과거를 통해 나의
기반들 즉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둘째, 과거의 예를 통해 지혜를 얻음으로써 현재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고, 셋째, 사건과 일화를 살펴보며 발생 원인과 주체들의 의도를 생각하는 것을 통해 역사적인 사고력과 비판력을 기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렇듯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깨닫고,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예를 배우고, 현실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목적이 있는 교육이 아닌 진정한 한국사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댓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다 모르죠..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니 모르고 무지 해질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