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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서 투표권을 박탈했으면 좋겠다.' 이 내용을 인터넷 공간에서 읽은 일이 있다. '노인'이라는 호칭은 오히려 점잖은 표현에 속한다. 어떤 곳에서는' 늙은이' 또는 '냄새 나는 xxx'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노인들을 경멸하는 언어들이 횡행하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인을 혐오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자는 '세대 간 경제·정치·사회적 이해관계가 날이 갈수록 매섭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 정치.사회적 이해 관계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키는지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일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노인들이 차지하는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청년 세대가 기피하는 직종들이다.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고급 일자리가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사실상의 정년 연령인 55세 이상들이 직장에서 쫒겨나는 현실에서 어느 노인들이 청년들과 고급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단 말인가. 20대 중반에 가장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한다고 한다, 처리된 정보는 뇌에 캐비넷에 저장을 하듯 기억 장치에 저장되는데 치밀하게 organize하지 않으면 돌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행동에는 시행 착오가 많이 일어난다.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고 이를 잘 처리하여 합리적 사고를 하도록 돕는 기억 장치가 균형적으로 작동하는 연령은 40대 중반에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20대 이후 하루에 몇천 개씩 뇌의 기억 세포가 사멸되는 데다 새로운 정보와 변화를 거부하다 보면 어느새 노인들은 아무도 꺾지 못하는 고집 불통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노인에게 고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축적된 경험은 엄청나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의 과거 지식과 경험일 뿐 새로 펼쳐지는 미래의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대처하는 해결책이 되기에는 제한적이다. 노인들이 경제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하게된 동인(動因)은 가족주의다. 가족에 대한 충성심과 가족의 번영에 대한 열망이 지도자의 국가적 차원의 근대화 열망과 맞물려 빚어낸 결과가 오늘의 번영된 한국이다. 이 노인 세대는 이같은 자신들의 업적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부심이 경제적 측면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노인들이 존경을 받아야 할 콘텐츠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이 노인 세대가 지나온 현대사는 질곡과 절망을 극복하는 것이 일차적인 관심사였다. 가족을 위해서는 이기심과 부정과 불의도 용인하고 정당화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세대였다. 거시적 안목을 벗어나 동 시대를 살아온 개인으로서 느꼈던 노인들에 대한 시각은 별로 존경스럽지 못한 측면도 많다. 물론 일반화될 수 없는 체험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이다. 모두 상의를 벗고 팬티만 입고 밖에서 신체 검사를 받기 위하여 4열 종대로 집합했다. 그 추위에 30분이 지났는데도 신체 검사는 시작도 되지 않는 것이다. 추위 정도가 아니라 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모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눈치 빠른 한 친구가 약을 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했다. 그 당시 상병 봉급이 45원 정도 되었나? 하여간 우리들은 군복에 감추어 두었던 50원씩을 꺼내 얼마인가를 거두어 의무 중대 막사로 들어갔다. 거기 의무병들은 난로에 둘러앉아 난로에서 풍겨 나오는 화기(火氣)에 얼굴이 벌개진 상태에서 노닥거리고 앉아 있었다. 거기서 리더 격으로 보이는 어느 군인에게 병사들이 거둔 얼마의 돈을 건네자 그들은 함박 웃음을 띄우며 우리들을 당장 막사로 들어오라고 하더니 "너희들 춥지" 하며 난로 가까이에 오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신체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당장 총으로 쏘아 죽이고 싶은 분노가 치밀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의 푼돈을 뜯어먹는 파렴치했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군대 보직, 배치 모두 백이 아니면 돈이었다. 관가에서나 군대 내에서의 진급도 모두 연줄 아니면 백 아니면 돈이었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서 살았다. 그들이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된 것이다. 이 노인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준것은 가치나, 도덕이나 윤리가 아니라 경제적인 풍요뿐이다. 지나친 단순화일까. 그러나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적 풍요를 물려 줬으니 우리는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일방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젊은 세대에도 인격적인 언어와 태도를 보여 주어야 하며 그들의 주장을 경청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세대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사양한다. 이 글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우리 노인 세대를 되돌아보는 글이다. 노인도 노인 나름이다. -조갑제닷컴/월명(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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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의 우리노인은 가족에 대한 충성을 하느라 사회의 보편적 윤리와 도덕과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등한시 하면서 살아왔다.따라서 후손에계 경제적 풍요는 물려주었으나 거기에 상응한 교육을 잘못한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