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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 훈련에 앞서 이천수가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사진 김수홍) |
이천수는 2000년 4월 5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1차 예선 라오스전에서 대표팀 데뷔전과 데뷔골을 동시에 기록한 뒤 A매치 69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9골 가운데 3골이 프리킥 골이다. 고비마다 한방씩 터졌고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소속팀 울산에서도 마찬가지다. 2005년 여름 K리그로 복귀한 뒤 가공할 프리킥 적중률을 선보였다. 이천수는 2005년 시즌 후기리그만 뛰며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7골 가운데 4골이 프리킥 골이었다. 페널티지역 외곽 어디에서든 이천수의 오른발이 불을 뿜었다. 2004년 이후 이천수가 프리킥 골을 넣은 경기에서 대표팀이나 울산이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전북전 이후 확 달라진 분위기
3월 18일 울산 클럽하우스의 서부구장에서 울산 선수들이 회복훈련을 했다. 전날 전북과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가볍게 돌며 몸을 풀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임종헌 코치의 지휘 아래 강도 높은 전술 훈련을 했고 2개 그룹으로 나눠 미니게임을 펼쳤다. 전북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해 2007년 시즌 첫 경기를 치른 이천수도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울산의 정흥기 주무는 “(이)천수가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원래 그런 선수가 아닌데 라커룸에서 말이 줄었다. 어제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늘 훈련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많이 좋아진 것 같다. 어제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봐라. 여전히 울산의 분위기 메이커 아닌가”라며 손가락으로 이천수를 가리켰다.
이천수는 훈련 내내 밝게 웃었고 골을 넣을 때마다 독특한 괴성을 지르며 신나게 훈련하고 있었다. 이천수는 전술 훈련 도중 룸메이트 이상호의 움직임이 잘못되자 “상호야, 빨리 움직여”라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슈팅을 발등에 제대로 얹지 못하자 주위에 있던 외국인선수 알미르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천수는 “알미르, 패스였어”라며 익살을 떨었다.
오전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클럽하우스로 하나둘 들어갔다. 그러나 이천수의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프리킥 훈련이 시작됐다. 김지혁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수비수를 대신하는 조형물을 페널티지역 안쪽에 세웠다. 골키퍼가 정확한 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선수 한명이 조형물 사이에 섰다. 최대한 실전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이제 막 복귀전을 치른 이천수의 프리킥 감각을 하루빨리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천수는 컨디션이 좋을 때 프리킥 적중률이 80%라고 했다.(사진 김수홍) |
이천수가 프리킥 훈련을 시작하려는데 알미르가 주변에서 어슬렁댔다. 알미르도 프리킥 훈련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임코치의 한마디가 떨어졌다. “알미르 나오라고 해. 프리킥 찰 일 없다.”
컨디션 좋으면 5개 중 4개 성공
이천수의 팀 동료 현영민은 “경기장 밖에서는 (이천수가)어떻게 비쳐지는지 모르겠지만 훈련장에서는 성실하다. 전혀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이천수의 경기력은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언제나 열심히 훈련하는 자세가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프리킥 훈련에서는 공을 차기에 앞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슈팅 하나하나에 소홀함이 없이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천수는 “훈련이든 정식 경기든 상관없이 프리킥을 차기 위해 공을 놓는 순간 어떤 감이 온다. 이후 서서히 뜀박질을 하고 슈팅을 한 뒤 공이 떨어지는 각도와 방향을 보면 골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복귀전 이후 첫 번째 프리킥 훈련이었다. 이천수는 슈팅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천수가 찬 11개의 프리킥 가운데 2개만이 골망을 흔들었다. 20%가 채 안 되는 적중률이었다. 이천수는 “정확히 들어간 게 2개다. 사실 2개 넣기도 쉽지는 않다”며 “아직 슈팅감을 찾지 못했다. 컨디션이 한창 좋을 때는 5개 차면 4개 정도는 들어간다. 적중률은 80% 수준”이라고 말했다.
2004년 이후 이천수가 대표팀이나 소속팀에서 넣은 프리킥 골은 8골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4골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터뜨렸다. 아크 왼쪽에서 3골을 기록했고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1골을 넣었다.
이천수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아크 오른쪽이다. 아크 오른쪽은 일반적으로 왼발잡이가 선호하는 자리다. 내가 오른발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아크 오른쪽을 좋아하는 이유는 프리킥을 왼쪽 방향으로 찼을 때 공이 틀어지고 떨어지는 각도가 더 크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천수가 프리킥을 연마한 자리는 아크 왼쪽이다. 이천수는 “왼쪽이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왼쪽에서 차봤다”며 “운동을 쉬면 확실히 감이 떨어진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생겼으니까…”라고 말했다.
SPORTS2.0 제 44호(발행일 03월 26일) 기사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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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프리키커로 성공하길 ~~~
"알미르, 패스였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