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는 관중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에 기대를 건다. 기실 가능성이 0.1 퍼센트도 안 되는 희망사항이라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응원을 펼친다. 거의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는 공염불이요 응답되지 않는 기도와 같지만 그렇게 소리를 질러댄다.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쌍방간의 치열한 대치는 팽팽한 활시위와 같고, 한쪽이 승리하면 한쪽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지사. 또 그렇게 경기는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예외는 있다. 그런 짜릿한 맛에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이리라. 이긴 팀 쪽은 미친 사람들처럼 표효하며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세상 떠나가라 환호성을 터뜨린다. 패배한 측은 하늘이 무너진 듯 어깨가 축 늘어져, 넋 나간 사람처럼 눈의 촛점이 흐려진다. 모두 집단 우울증에 걸린 듯 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인생을 살다 보면 9회말 투아웃 주자 만루와 같은 상황에 내던져지는 것을 실감한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갈 무렵 진짜 맘에 들고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게 됐는데 하필 이 찰나에 입영 통지서가 우편함에 날아든다. 알콩달콩 매일 만나고, 매일 보다가 갑자기 2년간의 군생활을 해야 하니 정말 아찔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서로의 약속을 믿으며 마음을 다잡는 수밖에 없다. 필자가 전방 부대에 근무할 때 바로 위의 고참에게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면회오는 아가씨가 있었다. 아마 그 사랑의 힘 때문에 그 두 사람은 좋은 시절 인연으로 맺어졌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사랑을 맹세해놓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애인 때문에 탈영하는 병사도 드물게 있었다.
사람 좋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데도 불구하고 일체 정기검진과 담쌓은 사람도 있다. 자신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 건강밖에 없다고 그렇게 자랑하던 사람은 어느 날 병원에 실려가 중병을 선고 받고 하루아침에 휠체어 신세를 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 매사 자신감 넘치며 당당해서 나쁠것이야 없겠지만 인생살이에서 신중함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 아닌가. 잘 나가던 연예인이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으로 나락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재판을 거쳐 교도소에서 모든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고, 몇년간 전자발찌를 차고 생활해 지금은 죄값을 다 치렀지만 유튜브 계정도, 인스타그램 계정처럼 폐쇄됐다. 국민 정서법이라는 보이지 않는 여론 재판에 그는 속수무책이 됐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 아닌가. 잘 나갈 때 조심했어야 했는데 과거는 흘러간 물이라 돌이킬 수가 없다.
하루하루의 행보를 귀하게 여기며, 매일매일 절차탁마 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을 맞게 된다. 인생 전반전에 실패했다고 너무 절망할 필요 없다. 후반전 인생에 역전승을 펼치면 될 일이다. 심은 대로 거두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사람이 어느순간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무명의 사람이 한순간 스타가 돼 유명인으로 거듭난다. 9회 말 투아웃 주자 만루에 홈런왕이 되는 것은 상상만해도 멋진 일이다. 모두에게 이런 행운이 깃들기를 항상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