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 부지개발에 대규모 차익 예상
평택시 "남은 개발이익 공공에 돌려줘야" 주장
쌍용차 평택 공장 정문. 쌍용자동차 제공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의 인수 후보군이 가려진 가운데,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 부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아파트 단지 개발로 막대한 차익이 예상되는 만큼 일부 후보는 이를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쌍용차는 4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9곳에 모두 예비 실사 자격을 부여해 이달 말까지 회사 실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마감한 쌍용차 매각 입찰에는 재계 서열 38위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미국 카디널 원 모터스 등 모두 9곳이 의향서를 냈다.
인수 후보군들은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실제 자금 규모를 3천억∼4천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이 평가한 쌍용차의 청산가치(보유 자산을 처분해 건질 수 있는 돈), 즉 인수 하한액은 9820억원인데, 직원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을 인수자가 떠안으면 실제 인수 자금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문제는 쌍용차 인수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인수 후보들은 저마다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작 속내는 부동산 개발이익에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가시지 않아서다.
실제로 평택시는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85만㎡)의 용도지역을 현재 공업지역에서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바꿔줄 계획이다. 쌍용차 회생을 돕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초 회사 쪽과 평택공장 이전과 기존 부지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쌍용차 평택공장 주변은 지에스(GS)건설·포스코건설·동문건설 등이 지은 아파트 1만 가구 이상이 들어선 주거밀집지역이다. 공장 바로 앞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호가(부르는 값)는 현재 최고 6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공장 터에 대규모 아파트와 상가 등을 지으면 현재 9천억원대인 부동산 가치도 수조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시 관계자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라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까지 차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데다, 평택시 인구도 최근 2년 만에 6만 명이나 늘어날 만큼 증가 속도가 빨라 개발 후 주택 수요 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쌍용차 인수로 커다란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매각 추진 과정에서도 ‘먹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인수전에는 SM그룹과 동부건설-사모펀드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는데, 한진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부산 지역에선 “인수 후보들이 조선업보다는 알짜 부동산인 영도조선소 개발에 관심을 둔 것”이라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쌍용차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SM그룹은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 우방 등 그룹 산하에 다수의 건설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존 공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기까진 최소 5∼10년이 걸릴 것”이라며 “개발 이익이 생기면 전기차 개발에 쓸 수 있겠지만 10년 뒤 집값이 어떨지 모르는데 그걸 보고 인수전을 뛴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인수 후보들도 세간의 의구심을 적극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정장선 평택시장은 전날 브리핑을 열고 “쌍용차의 공장 이전 비용 외에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자가 새 공장 이전과 시설 투자 뒤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다면 이는 평택공장 부지로 투기한 꼴밖에 안 된다”며 “쌍용차 쪽에 개발이익 환원 방안 등을 시민들에게 약속해 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으나 반응이 없어서 시장이 나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