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자어 ‘更’은 경과 갱, 두 가지로 읽힙니다.
고치거나 바꾼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경으로 읽히는데요.
올림픽 신기록 경신, 갑오경장이나 총리 경질이 이런 경우입니다.
경장은 낡은 제도를 개혁해 새롭게 한다는 뜻이지요.
면허 갱신, 갱생보호처럼 갱으로도 읽히기도 합니다.
갱생은 예전의 잘못된 생활태도나 정신을 올바른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뜻합니다.
며칠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갱생보호’라는 용어를 인권친화적인 용어로 바꿀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답니다.
갱생보호라는 표현이 출소자에 대해 잘못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갱생보호제도는 형사처분이나 보호처분을 받은 갱생보호 대상자의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복지적 형사정책입니다.
갱생보호사업의 근거법인 보호관찰법은 갱생 보호, 갱생 보호시설 등의 용어를 쓰고 있지요.
인권위는 ‘사회복귀 지원’, ‘자립 지원’ 등과 같은 인권친화적인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네요.
법무부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갱생보호대상자’를 ‘법무보호대상자’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출소자 등 사회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입법을 통해
보호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갱생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경우,
갱생보호라는 표현 대신 ‘법무보호’라는 용어로 기관명을 바꾼 상태이긴 합니다.
재밌는 점은 정부 허가를 받아 갱생보호업무를 하는 민간법인의 이름입니다.
양지뜸, 굿라이프, 뷰티풀라이프 등 일반인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명칭을 쓰고 있거든요.
가치중립적 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 달리
수용자 입장을 감안한 민간의 사고방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때밀이를 대체한 욕실봉사원, 청소부를 대신한 환경미화원이라는 용어는
때밀이나 청소부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방증인 것입니다.
만5세 조기입학추진 정책발표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교육부 수장이 자진사퇴했습니다.
그 때문에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교사들도
교사라는 가치중립적 표현보다 선생님이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어제는 법무 장관이 전 정권에서 추진하던 상속제도 개선안을 국무안건조정을 마쳤다면서
좋은 정책이니 이어받아 빌전시킨다고 했습니다.
젊은 상속인들이 나중에 알게 된 알거지상속으로 곤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군요.
지식정보가 나날이 늘어나도 보통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할 용어 변경이 잦습니다.
처벌과 통제 일변도였던 정부의 범죄예방정책도
치료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인권친화적 방향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