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한 술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한산해진 거리에서도 이곳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실내와 야외를 합쳐 약 90여명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마스크를 벗은채 건배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5m 폭의 골목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은 간격이 1m가량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거리두기 연장 2주 연장 전날, '힙지로' 모인 2030들
5일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의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주점이 만석을 이뤘다. 박사라 기자.
오후 6시 이후 한 테이블에는 두 명씩만 앉을 수 있지만 다른 테이블에 앉은 남녀들이 즉석에서 말을 걸며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남성 A씨는 “날씨가 더워서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았다”며 “코로나가 무섭긴 하지만 집에만 있기는 답답하고 외부 활동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맞은편의 다른 술집에서는 대형 화면에 올림픽 경기를 틀어놓고 손님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술집 영업이 끝나는 오후 10시가 됐지만 아쉬운 이들은 골목을 떠나지 못했다. 주변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한 뒤 인근에서 음주를 계속하는 일행도 있었다. 거리 중간에 위치한 건물 입구에는 흡연하는 이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사방에 널려있었다. 일부 남성들은 술집을 떠나는 여성들에게 번호를 교환하며 ‘다음 술자리’를 제안했다.
이들이 ‘축제’같은 술자리를 즐긴 뒤 6일 0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640명이 나왔다. 서울에서만 464명이 늘었다. 한 달 가까이 네 자릿수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정부는 고강도의 거리두기 대책을 꺼내들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이블 1m 지키는 게 전부…실효성 논란
5일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의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주점이 만석을 이뤘다. 박사라 기자.
수도권 내 음식점은 테이블 간격을 1m 이상 두거나 칸막이를 설치해야 하지만, 옥외영업을 하는 가게에서는 이런 조치가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중구에 따르면 한 테이블의 중심에서 다른 테이블 중심까지의 간격이 1m 이상이면 된다. 실제 손님들은 1m보다 더 빡빡하게 자리를 채우는 셈이다.
서울시 중구 관계자는 “을지로에서 유명한 술집같은 경우는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옥외영업을 하는 걸 막을 수 없다”며 “대신 을지로 골목이나 종로쪽 옥외 영업이 활성화된 곳은 일주일에 한두번 꼴로 찾아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옥외영업은 관광특구에 포함되거나 지자체장 허가가 있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유지 등에서는 신고만 하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불법도 아닌데…" vs "강도높게 규제해야"
코로나 4차 대유행 국면에서 이를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 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조치는 고강도의 조치라고 볼 수 없고 전파력이 강한 델타변이를 완전히 잠재우기 어렵다”며 “단 2주만이라도 ‘락다운’ 수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행하는 걸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김모(36)씨는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도 아닌데 야외에서 노는 것만으로 2030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며 “2030들이 사회적 활동은 많은 데 비해 백신 접종률이 후순위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며 “하루빨리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