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데이비드 로렌스의 '말장수의 딸'에서 보는 성의 원초적 생명력
데이비드 로렌스(1885-1930)는 떠들썩한 외설시비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20세기 영국의 주요 작가이다. 로렌스는 우리에게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인으로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고 뛰어난 평론과 산문도 많이 남겼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여성의 적극적인 성 표현은 문제의 대상이 되던 시대였기 때에 자연스럽게 그는 작가로서 인정을 받지도 못했고, 그가 쓴 작품들은 외설로 생각되며, "외설죄"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서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하면서, 새로운 성관계만이 현대 문명세계를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의 출간을 둘러싸고 여러 나라에서 외설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발매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는 혼탁하고 혼돈된 세상이라고 규정지은 현대문명세계에서 작품을 통해 형식과 일관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는데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순수한 남녀관계조차 비생명적인 것으로 몰아간다고 생각했고, 비인간적인 관계의 회복을 위해 본능적인 열정을 중시했다.
작품은 몰락한 말 장수의 자손들이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의 아버지 조셉은 무식하지만 한 때 유능한 말장수였다. 어머니가 돌아간 후, 딸 메이블은 아버지에게 애정을 쏟지만, 아버지는 재혼해버리고, 아버지와의 관계는 벌어지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간 후, 집안은 점점 기울게 되고, 마지막 남은 말 4마리 마저 팔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네 남매, 조, 프레드, 말콤은 메이블에게 누나인 루시의 집에나 가라고 독촉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남매간의 애정과 보살핌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듯하다.
의사 잭이 이들의 집에 방문한다. 잭은 메이블에게 관심이 없는 척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메이블을 계속 쳐다보며 관심을 갖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메이블은 어머니의 묘지를 찾아가 묘비를 닦고, 그 주변에서 일을 하던 잭은 우연히 이를 보게 되고, 둘은 눈을 마주치게 되며, 묘한 느낌을 받는다.
잭은 환자들을 돌보다가 다른 곳에 왕진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왕진을 가는 도중, 우연히 메이블이 자살하려고 연못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를 살리기 위해서 연못에 뛰어든다. 가까스로 메이블을 연못에서 건져낸 그는 그녀를 눕히고 담요로 몸을 감싼 뒤, 위스키를 먹여 정신이 들게 한다. 위스키를 마시고 정신이 든 메이블은 갑작스럽게 잭에게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고, 잭은 당황한다. 메이블은 계속해서 "당신은 날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그의 다리에 키스를 퍼붓는다. 메이블은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신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이런 모습에서 잭은 연민을 느끼고 진짜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
작품에서는 다양한 상징이 등장한다. ‘말’은 정력, 성욕, 힘, 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고, ‘연못’은 죽음의 공간인 동시에 재탄생의 공간이다. 젖은 옷을 벗겨지는 장면은 메이블의 과거로부터의 해방, 정신적 탈피이며 위스키는 새롭게 탄생하는 메이블을 상징할 수도 있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 욕망과 충동은 항상 파멸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지적한다. 작품 속 수 많은 인물은 자신에게 부과된 사회적 제약과 기대를 뛰어넘어 자신의 욕망을 이루고자 하지만 그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말장수의 딸에서 메이블의 자살시도를 계기로 남녀는 서로 무의식적 욕망을 깨닫게 되고 특히 메이블은 시각, 후각, 촉각의 단계를 거친 감각적 체험을 통해 육체적 소생뿐만 아니라 그녀의 정신적 죽음과 소외의식을 극복한다. 즉, 로렌스는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을 표현하려 것으로 보인다. 억압된 성의식의 극복과 육체와 본능의 감각에 가치를 두면서 자신의 욕망을 따름으로써 낡은 자아를 탈피하여 자신의 주체적 의지를 내세우는 새로운 자아를 갖게 되는 로렌스 특유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