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 라는 말이 유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규범이나 원칙, 행동 양식을 말한다. 현재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불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강자의 논리고 기준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의 개방화·국제화에 따라 피할 수 없는 화두로 다가왔다. “진정한 경쟁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세계가 하나의 경쟁 룰로 생존의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기초의회, 폐지보다 대폭 개선을”
최근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구상을 발표했다. 핵심은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로 키우겠다는 발상이다. 이상적인 제주형 ‘자치 모델’로 추진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유시장 모델’을 구축한다는 얘기다. 해외 기업들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자본유입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세제감면 등을 통해 사람과 상품·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주도를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해 세계 도시들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과 관련하여 관심을 끄는 것이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이다. 제주도가 마련한 안에 따르면, 도지사를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시장·군수를 임명제로 하며, 현재 4개인 시·군을 2개로 통합하고 시·군의회도 없애는 ‘혁신안’과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개선하자는 ‘점진안’이 있다. 이 2개안을 두고 오는 8월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관심은 ‘혁신안’이다. 기초단체장의 임명제와 기초의회의 폐지 문제다.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한 이래 이 문제가 줄곧 논의의 중심이었다. 그동안 기대이하의 비효율이 부각되고 부작용이 지적된 탓이다. 때마침 정치권 일각에서 지방의원 유급화와 보좌관제 신설이 검토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기초단체장의 임명제와 기초의회 폐지에 반대한다. 본래 기초의회 무용론자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무턱대고 폐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2~3개를 통폐합하여 광역화를 꾀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기초의회는 존속시키되 의원 수를 절반이하로 대폭 감축하여 광역의원과 함께 기초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 경우 기초의원은 현행 지역구 선출방식이 아니라 광역의원 선출시 「비례대표 기초의원」선출 방식으로 전환을 제안한다. 즉 광역의원을 현행 정수의 1.5∼2배 증원하면서 그 수만큼 해당 자치단체 선거구에서 동수의 「비례대표 기초의원」을 정당명부식 투표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로 전국 광역의원 정수는 현행 682인에서 대략 347인이 증원된 1천29인이 된다. 「비례대표 기초의원」은 현행 기초의원 정수 3천485인에서 무려 2천456인이 감원된 1천29인이 된다. 따라서 기초의회는 바로 광역의원 1천29인과 「비례대표 기초의원」 1천29인이 합친 2천58인이 전국 232개 기초의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선출방식으로 절감된 예산은 지방의원 대략 2천58인의 유급화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업무량이 배가된 광역의원을 위해 보좌관제 도입 예산으로 사용하고도 남음이 있다.
“생존전략의 자치 혁신 클러스터”
아무튼 어느 안이든 혁신적인 개혁안임은 틀림없다. 특히 지지부진하던 교육자치 및 자치경찰제도 시행과 주민소환제 도입 등 주민참여 수단이 확대되는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이상적인 자치모델이다. 문제는 이 모델의 시행을 위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글로벌시대의 최대 화두가 변화와 혁신에 있듯이,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화 물결 속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 맞는 생존 전략을 위한 지방자치 혁신 클러스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