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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daum.net/GuardianTales/ARz6/538249(천뢰궁 - 마녀를 쏘아떨어뜨리는 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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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궁 마녀를 쏘아 떨어뜨리는 활 2편이 왔습니다. 사실 1편 다음에 2편을 안쓸거 같아서 그때도 그냥 1편으로 끝나는 식으로 썼었는데 이번에 날이님이 올리신 코스튬에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예전에 썼던 것과 연계하면 좋겠다 싶어 2편을 썼습니다.(날이님 허락 감사합니다.) 본작에서 가람을 묘사하는 부분은 날이님이 코스튬 공모전에서 올린 내용을 토대로 조금 더 살을 붙여봤습니다. 오늘은 갑작스러운 번외편이기에 본편은 내일 바로 올리겠습니다.(필받아서 3시간 정도만에 다 썼는데 오랜만에 재밌게 글 쓴거 같네요.- 링크에 있는 1편을 보시면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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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음에 드는 건 찾은 거야?”
천뢰궁을 들고 마음에 들어 하는 가람을 향해 나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이 활이라면 내 힘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리는 천천히 다가와 천뢰궁을 만져본 후 우염을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거 신물급 이상이잖아. 이걸 보통 인간이 만들어 내다니? 너 인간 맞아?”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보다 한창 어린 소녀가 반말하는 것에 불쾌해하던지 그 소녀가 가지고 있는 꼬리를 보며 무서워하든지 하겠지만 오랜 기간 눈을 잃은 우염에게는 그 사람의 본질을 보는 감각이 생겼다. 그렇기에 그는 나리에게 존댓말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평범한 인간이지요. 다만 그 속에는 저주스러운 바다 마녀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로 똘똘 뭉친 한 사내가 있기에 저런 괴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보통 인간이 그 마녀를 죽일 수 없을 테니 저는 마녀를 죽일 수 있는 인외의 존재를 상정하고 이 활을 만들었거든요.”
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암튼 너 또 그러면 진짜 죽는다.”
나리가 가람을 째려보자 가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번에도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나리는 아라와 싸우다 자신을 대신해 상처 입은 가람을 떠올렸다. 그때 나를 챙기는 게 아닌 아라를 죽이려고 했다면 가람은 충분히 아라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가람은 아라가 아닌 나를 선택했고 그 결과 인간의 손에 치료가 돼야 할 정도로 상처 입었던 것이다.
“가람….”
나리가 가람의 상처에 살짝 손을 대며 아련한 목소리를 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너에게 아홉 번째 꼬리가 날 때까지는 내가 지켜주겠다고.”
가람의 말에 나리는 상처에 올려놓은 손에 아주 조금 힘을 주었고 가람은 아프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다.
“헿, 이 꼬리가 갑자기 잘도 나겠다. 가람은 항상 날 애 취급한다니까. 지금 애처럼 돌봄 받아야 할 게 누군지도 모르면서. 자 이거나 먹어.”
나리는 자신이 가져온 복숭아를 가람에게 주며 건네주었다.
“이건? 천도복숭아잖아? 이 귀한 걸 어떻게?”
나리는 눈을 찡긋 감으며 대답했다.
“도화원에서 훔쳐 왔어. 몰래 몇 개만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곳을 지키는 그 투신(鬪申) 때문에 말야 엄청 식겁했다니까. 그 여의봉을 돌리면서 오는데 그 녀석 예전에는 서왕모 것도 제대로 안 지키고 다 처먹었다면서 남들이 좀 가져가려는 건 왜 그렇게 죽자고 덤벼드는 건지. 암튼 이거 몸에 좋다니까 먹어. 상처 빨리 회복해야지.”
가람은 나리의 몸에 난 자잘한 상처들과 찢어진 옷자락을 보았다. 그냥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얼마나 사투를 벌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가람은 다시 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구나,”
나리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가람의 손을 '탁' 쳤다.
“내가 여자 머리 함부로 만지지 말랬지.”
“미안.”
나리는 가람의 미소를 보고 붉어지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그곳에 있던 우염에게 천도복숭아 하나를 건넸다.
“이야기 들었지? 이거 인간들은 구경도 못하는 거야. 그런데 너는 가람을 구해주고 그 활까지 줬으니 특별히 줄게. 이거 하나만 먹어도 네 몸에 있는 모든 상처가 없어지고 적어도 수백 년은 더 살 수 있을 거야.”
우염은 천도복숭아를 받아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가람이 천뢰궁을 받고 며칠이 지난 후 가람도 상처를 회복했다. 가람과 나리는 어떻게 아라와 싸워야 할지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확실히 우리 둘의 힘이라면 아라보다 강하겠지만 반대로 물속에서 아라를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아. 특히 지난번처럼 갑작스러운 조류 등에 의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가람이 지난번 싸움을 상기시키자 나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아라가 자기 발로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끼어든 우염의 목소리에 나리와 가람이 동시에 우염을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우염은 보이지 않아도 둘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됨을 느꼈기에 살짝 부담을 느꼈다.
“아라는 항상 인간들의 소원을 빌 때 물 밖으로 나와서 인간들을 맞이합니다. 물론 그 소원이 자신이 들어줄 값어치가 없거나 그 사람에게 흥미가 없을 때는 그냥 무시하긴 하지만 만약 자신의 구미가 당기는 소원이나 사람이라면 분명 직접 만나기 위해 물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뭐야?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거야?”
나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두 분의 이야기대로라면 아라가 경계할 가능성도 큽니다.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보통 소원 같은 것에는 아라가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우염이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가 나올 수밖에 없는 미끼를 던진다면 어떨까요? 제가 듣기로 아라는 미녀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미녀들이 소원을 비는 것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하더군요…….”
우염의 말을 끊고 나리가 당당하게 외쳤다.
“뭐야? 그렇다면 쉽잖아. 바로 내가 하면 되겠네. 내가 좀 변장해서 간다면 그 마녀가 바로 나올 거 아니야.”
가람은 물론 우염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나리가 둘을 향해 레이저를 쏘았다.
“뭐야? 왜 둘 다 말이 없지?”
그때 우염이 헛기침을 했다.
“저 죄송하지만, 제가 목소리로만 듣기에는 나리님은 좀 너무 어린아이에 가까운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그 아라가 반응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자신의 속에서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얼굴 근육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했다.
“뭐야? 날 무시하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왜 신선인지 보여주지. 자 여우 변신술!”
나리의 주위로 연기가 퍼져나갔고 그 연기가 사라지자 조금은 큰 나리가 나타났다. 우염은 자기가 정확히 볼 수 없기에 가람을 돌아봤다.
“어떻습니까?”
나리를 본 가람은 한숨을 내쉬었고 나리는 버럭 화를 냈다.
“뭐야! 그 한숨은?”
“나리야, 아무래도 너의 마지막 꼬리는 네 변신술에 관한 꼬리가 아니지 싶구나. 아직 변신술은 부족해.”
나리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돌아오며 혀를 찼다.
“쳇, 왜 변신술은 잘 안 되는 거야. 땃쥐로 변하는 건 완벽한데 말야.”
“너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구나.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카마엘의 사도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떨까?”
나리는 카마엘의 사도인 바리와 메이릴을 떠올렸다. 카마엘의 사도 중 한 명인 바리는 그 아름다운 모습과 기품있는 태도 그리고 자신에 대해주는 상냥함 등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메이릴은 바리에게 다가가는 모든 것을 경계하듯 자신을 마치 혐오스러운 물질처럼 여겼으며 그러기에 둘은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앙숙이 되었었다.
“싫어 싫어. 난 메이릴 싫어. 그리고 말이야 혹시라도 아라가 상처를 완벽히 치료해서 다른 바다로 나가면 어떻게 하게? 아직 아라가 이곳을 벗어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단 말야. 그러니 지금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아라를 꾀어내게……. 설마?”
가람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얼굴이 굳어져갔고 나리는 그럼 가람을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자자, 나는 우염 대리고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준비가 다 되면 불러.”
“잠깐잠깐 기다려.”
처절하게 소리치는 가람을 뒤로한 체 나리는 우염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우염과 함께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나리가 입을 열었다.
“왜 먹지 않은 거야?”
“네?”
“천도복숭아 말이야. 왜 안 먹었냐고.”
우염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만졌다.
“그다지 먹을 이유가 없어서요.”
나리가 한쪽 눈을 치켜떴다.
“어? 먹을 이유가 없어? 오래, 건강히 사는 거 그건 모든 인간의 소원 아냐?”
“네, 보통은 그렇겠지요. 그러나 그것도 그 시간을 함께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할 사람? 가족 말하는 거야? 가족 없이도 오래 사는 건 좋은 거 아니야? 실제로 신선 중에는 혼자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네, 물론 신선 중에는 혼자 살아가는 경우도 많으시겠죠. 그런데 그런 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신선들은 그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선들은 모두 제가 생각하는 것으론 상상도 안 될 만큼 오래 살 수 있고 그 긴 시간을 최소한 가족을 만들지 않더라도 그 시간의 경험을 다른 신선들과 공유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인간은 어떨까요? 저 혼자 수백 년을 산다고 해서 과연 제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런 제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을까요? 그보다 저를 인간들은 과연 같은 인간으로 바라봐 줄까요?”
우염의 차분한 목소리에 나리는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나리님의 배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저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말해 제 가족이 살아 있었다면 천도복숭아를 제 가족 수만큼 어떻게든 달라 했을 거고, 아니면 최소한 제가 받은 것을 함께 나눠 먹었겠죠. 저도 죽음이 두렵거든요.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혹시라도 제가 너무 늦게 가서 제 가족들이 저를 못 알아볼까 봐. 그 저승에서도 제가 잊혀지진 않을까 그게 더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저에게 주어진 삶만큼만 세상에 있고 싶습니다.”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자 이제 슬슬 들어가 볼까?”
“그렇고 보니 가람님은 뭘 준비하시느라….”
우염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리에게 끌려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리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던 그림을 보곤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하하.”
그곳에는 도술로 여자가 된 가람이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먼 나라 조선이라는 곳의 전통 복장인 한복으로 보라색 치마는 발목 살짝 위까지 덮고 있었으며 윗도리는 소매가 긴 속적삼이 어깨까지 내려 반말 걸치고 있어서 윗가슴이 보이었는데 가슴에 있는 붉은색 옷고름은 잡아당기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머리는 조선의 전통 매듭법으로 묶은 머리 장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붉은 장식은 그녀의 아름다운 백발과 한층 어울려 마치 눈 속에 핀 한 송이 꽃 같았다. 그리고 얼굴은 미소년이라 할 수 있는 가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층 더 갸름하면서도 살짝 둥근 턱선을 자랑했으며 눈은 평소의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눈이 아닌 눈짓 한 번으로도 어떤 남자도 담을 수 있는 부드러운 눈을 하고 있었다. 또한, 양 볼에 살짝 띈 홍조는 그녀에게 한층 더 생기를 불어넣어 줬다.
“미쳐 나. 너무 예뻐….”
나리는 킥킥킥 웃음을 참지 못하며 계속 웃었고 그 상황을 대충 파악한 우염도 약하게 웃는 소리를 내었다.
“그만하거라.”
얼굴 모습만이 아닌 목소리까지 바꾼 가람의 목소리는 화가 났음에도 기풍이 느껴졌고 그로 인해 나리는 아예 방바닥을 뒹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나리는 진정할 수 있었다.
“이제 충분히 웃었나?”
“어 엄청나게 웃었네. 좋아 바로 출발하자.”
“바로?”
“응, 이런 달빛과 별빛이 하늘을 수놓은 이 시점에 나타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소녀. 캬 이것만큼 완벽한 시나리오가 어디 있을까? 아라 완전 껌벅 죽고 바로 나타날 거야.”
가람도 나리의 말에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까?”
그때 우염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도 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함께 가자.”
그렇게 미소녀가 된 가람과 그냥 나리 그리고 우염이 함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아라가 있는 바다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리는 잠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응 무슨 일이지?”
가람이 놀라 뒤돌아볼 때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그들을 향해 떨어졌다. 곧 셋은 바닷물을 완전히 뒤집어 썼는데 그곳에서 나는 짠 바닷물 냄새는 보통 바닷물과 달랐다. 가람이 화를 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나리는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하며 대답했다.
“우리가 갔을 때 우리한테 나는 여우 냄새를 숨기기 위한 거야. 그러니 좀 이해해줘. 나도 이 정도로 짤 주는 몰랐네! 미안해.”
겨우 코에 들어간 물을 뺀 나리는 가람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선이 고정되는 것을 느꼈다. 분명 아까까지도 예쁜 가람이었지만 흠뻑 뒤집어쓴 바닷물로 인해 머리가 쭉 펴져 한층 더 청순한 느낌을 주었으며 달라붙은 적삼은 살짝 살갗이 보임으로서 과연 옷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치 예전의 가람이 미소녀였다면 이제는 지켜주고 싶은 미소녀가 된 느낌을 줌으로써 나리는 다시 붉어지는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왜? 이상해?”
가람이 묻자 나리가 급하게 손을 저으며 답했다.
“아냐, 아냐. 가자.”
“그래, 가자.”
곧 바닷가에 도착하자 나리와 우염은 몸을 숨겼고 가람은 홀로 울기 시작했다. 때마침 가람 주위로 비치는 달빛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서 달빛을 받으며 우는 가람의 모습은 그녀에게 비극적인 사연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소녀여 도대체 왜 우는 것이냐?”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염은 그 목소리를 기억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딱 한 번이지만 그의 뇌리에 각인된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그녀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보다 증오스러운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내 지금은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했지만 너의 모습을 보니 나올 수밖에 없더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저는….”
가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시간을 끌고 있을 때 숨어있던 나리가 나타났다.
“널 잡으러 왔지. 신선옥!”
나리의 신선옥에서 보라색 구슬들이 나오며 아라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한 아라가 급히 촉수들을 소환해서 막아내려 할 때 가람이 본 모습으로 바뀌며 손톱을 휘둘렀다. 가람의 손톱은 아라의 오른팔을 스쳤고 아라는 흐르는 피를 보며 분노했다.
“또 너희들이었냐? 저번에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냐?”
나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그때는 물속이었고 이번엔 다를 거야.”
나리가 원거리에서 촉수들을 상대하면서 아라를 견제했고 가람은 아라에게 붙어서 아라를 공격했다. 아라 역시 촉수들을 계속 소환하는 한편 만파식필을 휘둘렀다. 만파식필이 한번 휘둘릴 때마다 문자들이 춤을 추며 날아갔다.
“역시, 보통이 아니군.”
가람은 아라를 보았다. 아라의 가장 큰 장점은 촉수와 만파식필을 이용한 끊임없는 공격으로 그녀의 빈틈을 파고 들려고 해도 촉수들을 믿고 다시 거리를 벌리기에 그녀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 촉수가 나리에게 묶여 있기에 가람은 자신을 향하는 몇 안 되는 촉수들을 하나씩 파괴해 나갔다.
“젠장, 받아라!”
아라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힘을 한꺼번에 방출했다. 이번에는 단지 문자가 아닌 하나의 그림이었다. 아라가 보낸 먹물들은 한 마리 용으로 바뀌었고 용은 마치 승천하는 것처럼 휘몰아치며 가람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악!”
용에게 물어뜯긴 가람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외치며 뒤로 쓰러졌다. 이미 싸움은 중반을 넘어서 이제 끝으로 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바다로 들어가려던 아라와 그것을 막고 뭍에서 싸움을 끝내려는 가람과 나리의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아라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저 여우들의 공격이 약해지는군. 그렇다면 밑으로 도망갈 틈이 있겠어, 다시 한번 용오름을 날리고 그 틈을 타 도망치는 거야.’
아라는 촉수들 대부분을 나리가 아닌 가람에게 돌리며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먼저 움직인 것은 나리였다.
“가람 지금이야.”
나리가 손을 뻗어 여우 구슬을 강하게 회전시키며 외쳤다.
“회천!”
강하게 회전하던 여우 구슬이 아라의 근처로 날아가며 바닷물들을 회전시키다 갑자기 반대로 돌았고 순간 바다가 반구 형태로 갈라지며 아라와 바다 사이에 거대한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아라를 지키던 촉수들 또한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받아라!”
한편 아라 역시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나리의 공격에 대해 방비를 할 수 없었다. 일단 아라는 가람이라도 쓰러뜨리기 위해 다시 한번 용오름을 던졌다. 아라의 붓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먹물의 용은 이번에도 가람을 향해 그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가람은 차분히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서 천뢰궁의 활시위를 당겼다.
“천둥새.”
가람의 손에서 떠난 화살은 곧 한 마리의 거대한 뇌조로 바뀌었다. 물과 번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새는 마치 천둥처럼 소리 지르며 자신의 앞에 있는 용을 물어뜯어 버리고는 아라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용을 잡아먹는 거대한 새라 아름답구나….”
새는 그대로 아라를 덮쳤다.
“이제 끝난 건가.”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은 가람과 나리는 지쳐서 숨을 헐떡거렸다.
“그런 거 같네. 겨우 이겼어.”
나리는 가람 옆에 대자로 뻗었다.
“확실히 너 없었으면 이기지 못했을 거야.”
가람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고는 우염을 바라봤다.
“자네 덕분이기도 해. 천뢰궁 확실히 대단하더군.”
우염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 활은 다만 가람님의 힘을 담아줄 그릇이었을 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확실히 마무리해야겠지.”
“네?”
가람이 놀란 우염을 뒤로 한 체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아라 등 뒤에 있던 촉수 하나가 떠올랐다. 그 촉수조차도 거의 찢어진 상태였지만 가람은 그 속에 아라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어. 이 촉수도 그녀의 본체인 것을.”
나리가 벌떡 일어났다.
“뭐야? 그럼 죽은 게 아니었어? 그럼 마무리해야지.”
나리가 주먹을 뻗으려 할 때 우염이 그 앞을 막아섰다. 나리는 급하게 주먹을 멈추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 마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우염의 말을 들은 나리는 자기가 잘 못 들었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귀를 후벼 판 뒤 다시 물었다.
“내가 들은 게 맞지? 왜 그래? 네가 가장 죽이고 싶어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전 그녀를 죽이고 싶었고 사실 지금도 그 감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에게 새겨진 이 증오, 원한은 아마 제가 죽는 날까지 지속하겠죠.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했습니다. 과연 그녀가 제대로 된 기회가 있었는지.”
“그게 무슨 말이야?”
“신선들은 인간과 달리 오랫동안 교육받지도 그렇다고 오랜 시간을 남들과 살지도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애초부터 인간이 신선이 되기도 하고 뭐 신선 부모를 뒀다면 다르겠지만.”
“그렇기에 저는 생각했습니다. 과연 아라라는 마녀에게 누군가 그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비록 내 가족들은 다 죽었지만 대신 그녀의 힘이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키 없던 배 같은 그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제가 그 키가 되고 싶습니다.”
“말도 안 돼, 한번 길을 엇나간 괴물은 다시 엇나가기 마련이야.”
나리가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가람이 나리의 손을 잡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라에게 가장 큰 원한을 가진 것은 우염이야. 그리고 그게 저렇게 말했다면 나는 한번은 그의 말을 들어주고 싶어.”
나리가 미치겠다는 듯 하늘을 바라보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젠장, 알아서 마음대로 해. 대신 내가 틈만 나면 보러 올 거야. 그리고 이상한 낌새가 발견되면 그때는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나리의 말을 들은 우염은 천도복숭아를 촉수에 가져다주었다. 촉수는 곧 복숭아를 먹기 시작했고 아라는 몸의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가람이 아라에게 다가가 말했다.
“한번 저지른 죄는 네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냐. 하지만 너도 최소한 신성의 영역에 도달했다면 그 목숨을 살려준 인간의 기대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지 더구나 너는 뒤틀렸기는 했지만, 인간을 사랑하니까.”
가람은 말을 끝내며 뒤돌아서서 가기 시작했고 나리는 아직도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몇 번이고 아라와 우염을 뒤돌다 보며 가람을 따라갔다.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아라는 해변가에 앉아 한쪽 팔로 얼굴을 괸 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너 소원이 뭐야?”
“네?”
“소원, 뭐냐고. 날 구해줬으니 소원을 들어줘야지.”
우염은 싱긋 웃었다.
“제 소원은….”
첫댓글 연재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