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결초보은’의 풀, 수크령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영양분, 물,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만 한다.
어떤 식물은 자손인 종자를 보다 먼 거리로 보내는 전략을 택한다. 사과, 배, 도토리 등은
무거운 열매나 종자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콩, 봉선화 등은 열매가 터지면서 생기는 힘으로
종자를 튕겨낸다. 민들레, 단풍나무 등은 바람에 날려 종자를 퍼트리고 짚신나물, 도깨비
바늘 등은 동물 몸에 붙어 종자를 옮긴다.
가을 들판의 대표적인 볏과 식물로 물가엔 갈대, 산에는 억새, 길가에는 수크령이 있다.
억새와 갈대는 바람에 종자를 날려 보내고, 수크령은 열매에 붙은 긴 까락을 이용하여
동물의 털이나 사람 옷에 달라붙어 종자를 퍼트린다.
여러해살이풀인 수크령은 주로 길가나 초지, 둑과 제방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30∼80㎝, 잎은 5∼20㎜다. 꽃은 8∼9월에 피고, 9∼10월에 익는 열매는 억세고
긴 까락이 있다. 전에는 길가에 자라는 질긴 풀이라는 의미로 ‘길갱이’, 꽃이 머리
모양을 닮아 ‘머리새’, 또는 강아지 꼬리를 닮아 ‘구미근초’(狗尾根草) 등으로 불리다가
수크령이 되었다.
수크령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풀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의 위무자는 병에 걸리자 아들 위과에게 ‘내가 죽으면 애첩을
개가시켜 달라’고 했지만, 병세가 악화해 정신이 혼미해지자 ‘같이 묻어달라’고 했다.
위무자가 죽자 위과는 첫 번째 유언에 따라 애첩을 개가시켜 살렸다고 한다. 훗날
위과가 전쟁터에서 적에게 쫓길 때, 죽은 애첩 아버지의 혼이 나타나 수크령을 묶어
추격하는 적이 모두 걸려 넘어지게 하여 위과에게 은혜를 갚았다고 한다.
공원을 조성할 때나 도로 주변을 유지하고 안정화하는 데 외국에서 들어온 볏과
식물을 많이 심는다. 이제 억세고 질긴 수크령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도로나 공원
주변에서 수크령을 만난다면 눈으로만 관찰하자. 질기고 억세 잎이나 줄기를 뜯으려
다가 손을 베일 수도 있으니.
남기흠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 세계일보 & Segye.com,
수크령
깅아지풀
강아지풀하면 느낌이 '살랑살랑'
수크령의 느김은 '뻣뻣'입니다.
강아지풀은 하나 있고 그 옆에 하나 있는 식이라면
수크령은 한 무더기에서 '저요,저요'하면서 손을 위로
쭉 뻗어 올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