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0년의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즈음에 조계사에서는 매년 만 5, 6세의 남자어린이들이 동자승으로 단기출가를 하십니다. 4월 19일 오전 11시 조계사 큰설법전에서는 <동자승 단기출가>의 시작을 알리는 입방식이 있었습니다. 열 분의 어린이들은 앞으로 18일간의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출가를 하게 되셨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연 입방식은 조계사 총무국장이신 지월스님의 다음과 같은 격려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부모들은 자녀가 훌륭하게 되는 것을 기대합니다. 훌륭하게 되는 것이란 대통령이나 판검사가 될 수도 있겠으나 또 다른 측면에서 훌륭하게 자라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동자승 단기출가를 보내셨으리라 봅니다.
이번 출가에 동참한 어린이 마음에 내재된 부처님 마음이 싹트기를 바랍니다.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부처님 가르침이 젖어들어 큰 인물이 되도록 바라며, 부모님들께서 큰마음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무국장스님의 볼과 손에 자꾸만 뽀뽀를 하셔 스님을 민망하게 만드신 배지환 행자님(6세)은 전부터 절과 스님을 좋아하셨습니다.
오창민 어린이의 헌화에 이어 행자복을 입는 착복의식을 조계사 총무국장(지월스님), 교무국장(석연스님), 재무국장(원경스님) 스님과 선생님들께서 진행해 주십니다. 이제 어린이에서 행자님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틀 후, 수계와 삭발식을 하시면 동자승이 되시겠지요? 김건희 행자님이 또박또박 발원문을 낭독하고 입방식은 끝이 났습니다. 입방식 사이사이 행자님들은 서로의 나이와 이름을 물어보시며 안면을 익히셨습니다.
평소에 주무실 때 안고 잤을 법한 인형을 가져오신 행자님도 계셨고,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우신 행자님도 계셨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단기출가를 하신 행자님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행자님도 계셨습니다. 이 행자님은 하인즈 워드가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매스컴의 관심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사찰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오신 조성태 행자님(6세)은 엄마표현에 의하면 개구쟁이랍니다. 출가하고나면 좀더 차분해질까 하는 기대로 단기출가를 신청했다는 엄마의 설명에 행자님께서 자꾸만 ‘슛돌이’ 이야기만 하십니다.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있는 친선축구대회를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 만점인 ‘슛돌이’에 동참하게 된 것이라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교무국장스님의 볼과 손에 자꾸만 뽀뽀를 하셔 스님을 민망하게 만드신 배지환 행자님(6세)은 전부터 절과 스님을 좋아하셨습니다. 큰 아이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망설이다 이제야 참여하게 되었다는 엄마는 아이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모 욕심으로 아이를 떼놓는 것 같아 걱정이랍니다.
▲ 김건희 행자님이 또박또박 발원문을 낭독하고 계십니다.
▲ 맨 오른쪽 조성태 행자님(6세)은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있는 친선축구대회를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 만점인 ‘슛돌이’에 동참하게 된 것이라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4월 21일(금)에는 행자님에서 동자승이 되십니다. 오창민, 이주빈, 이주한, 김건희, 배지환, 조성태, 김승훈, 윤보현, 배성준, 전종민 행자님이 이날 수계와 삭발을 하시고 다시 태어나십니다. 황찬준, 김상훈, 박정현, 김은영 네 분의 선생님과 함께 숙식을 함께하며, 여러 스님들의 가르침으로 평생에 간직할 배움과 추억을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