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가족들은 즐겁다. 모처럼 문화에 흠뻑 빠질 기회가 된다. 좁은 집에서 나와 겨울빛 고궁으로 발을 돌리면 어떨까. 춤과 음악이 있는 뮤지컬 무대도 좋다. 전시회장도 콘서트장도 오케이다. 본지 문화부 기자들이 장르별로 ‘설 문화행사 추천작’을 골랐다.
국악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는 체험 공연이 열린다. 14·15일 오후 3시 서울 필동 남산 국악당에서는 관객과 함께 강강술래·길놀이·비나리 등을 하는 ‘설날의 행복’이 열린다. 공연 전에는 막걸리 제조과정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누룩을 띄우고 발효과정을 살펴본 후 시음하는 순서도 있다. 전통타악연구소가 길놀이와 비나리를 통해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고, 진유림청어람무용단이 태평무와 궁중무용 춘앵전을 펼친다. 이후 관객이 무대에 올라 출연진과 손잡고 강강술래를 한다. 판굿·앉은반·타타타 등 한국의 고유 리듬을 맛보는 순서도 있다. 전석 1만원. 02-2261-0514.
진유림청어람 무용단이 14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선보일 궁중정재 춤. 조선시대 임금을 위해 정초에 추던 춤이다.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국립극장이 놀이와 국악을 하루에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14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는 ‘윷놀이 가족대항전’과 널뛰기·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체험행사가 열린다. 이어 오후 3시에는 한국 민요를 쉽게 편곡해 연주한 후 국악기에 대해 해설하는 음악회 ‘우리민요’가 공연된다. 이후 이야기에 우리 음악을 입힌 국악 뮤지컬 ‘맹진사댁 경사’가 이어진다.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시집가는 날’로 만든 이 뮤지컬은 문학작품과 국악을 청소년에게 쉽게 소개하는 공연이다. 야외 행사 무료, 공연은 전석 5000원. 02-2280-4115.
공연
우리 전통을 맛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서울 정동극장에 가면 좋겠다. 한국 춤과 판소리, 사물놀이 등이 어우러진 ‘미소’(사진)를 공연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엔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한다. 한국에 와서 13일 결혼하는 실제 외국인 커플을 초대해 공연 중 전통혼례를 진행한다. 공연도 보고 하객도 돼 보는 색다른 경험이 될 터. 덕분에 13일 공연 전엔 윷놀이도 하며 맛깔스러운 한과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30% 할인한다. 13일 오후 8시, 14일 오후 4시·8시(15일 공연 없음). 서울 정동극장. 2만~4만원. 02-751-1500.
부모님과 함께라면 연극 ‘엄마를 부탁해’를 권하고 싶다. 100만 부를 돌파한 신경숙씨의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드라마가 약하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은 게 약점이지만, 중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영상미의 활용이 눈에 띄며, 특히 큰 딸을 연기한 서이숙의 에너지는 작품의 중심을 든든히 받친다. 설 연휴 기간엔 30% 할인된다. 13·14일 오후 6시, 15일 오후 2시·6시(16일 공연 없음). 서울 세종 M씨어터. 4만∼6만원. 02-339-1114.
아이들과 함께 갈 공연으로는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를 추천한다. 엄마가 없는 와중에 떡볶이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비룡과 백호 형제. 지금껏 엄마가 주방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가스불도 켜지 말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했던 둘은 내심 맛있는 요리를 해보겠다고 나서지만 생각보다 일이 커진다. 재미있고 공감이 가면서도 생각할 거리도 주는 수작이다. 공연이 끝나고 진짜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13∼15일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어린이 1만8000원, 일반 2만원. 02-763-8233.
고궁·박물관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선 호랑이띠 해 특별전과 ‘한국의 연’ 전시를 볼 수 있다. 떡메치기, 떡국 만들기, 호랑이탈 만들기, 세화 그리기와 각종 민속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인형극 ‘빨간 도깨비 파란 도깨비’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하루 두 차례 열린다. 남사당놀이(14일), 광개토사물놀이(15일)도 즐겨보자. 02-3704-3114
연휴 기간 한복 입은 관람객은 서울 5대 궁궐 무료입장이다. 경복궁은 3대가 한복을 입은 관람객(100가족 선착순)에게 함화당·집경당을 세배 장소로 개방하고 세화(歲畵)를 증정한다. 일반 관람객도 전각 내부를 관람하고 온돌체험을 할 수 있다. 창경궁은 통명전 전각을 세배 공간으로 개방한다. 덕수궁에선 14·15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중요무형문화재(이춘희 경기소리) 공연이 열린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02-2077-9000)은 14·15일 열린마당에서 ‘대붓 퍼포먼스’(사진) ‘풍물 공연’ 등을 마련한다. 대 윷놀이, 토정비결 보기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 국립광주박물관(062-570-7000)에선 목판 찍기(호랑이·매·입춘방), 호랑이 민화 염색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가족 공연 ‘개미와 베짱이의 사계’, 조선 화가 김홍도·신윤복·김주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전시
호랑이 해를 맞아 기획된 다양한 호랑이 전시 중 설에 걸맞은 ‘조선민화 까치호랑이전’이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평창동 평창아트에서 열린다. 정초 대문에 걸어 두어 나쁜 운수를 물리치는 용도로 썼던 까치호랑이 그림(사진) 20여 점이 나온다.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민화를 수년에 걸쳐 추적하고 수집해 온 평창아트가 그 결실을 내보이는 자리다. 02-3216-0034.
공립미술관이 설 연휴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은 13~15일 ‘천경자 상설전’과 기획전 ‘조각적인 것에 대한 저항’을 무료 개방하고 14~15일 오후 2시와 지하 세미나실에서 마술공연을 펼친다. 02-2124-8921.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은 14일 설 당일은 문을 닫지만 13일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1일 큐레이터’로 나서 관람객을 맞는다. 15일 오후 1시에는 현재 열리고 있는 ‘아이로봇’전의 이해를 돕는 애니메이션 ‘로봇’, 오후 3시에는 ‘아이언맨’을 무료 상영한다.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은 조각가 권진규(1922~73) 대규모 회고전을 이어 간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도 특별한 행사는 없으나 연휴 3일 모두 정상 개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