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 사찰 음식
콩고기 포함된 채식과 달리 육식 탐하는 마음도 지워
화려함에 놀라는 '이승지' 효소 사용한'걸구쟁이'
들깨향 가득한 '한뫼촌' '문턱…' 비빔밥도 인기
보양식(保養食)과 보양식(補陽食)을 혼돈스러워한다.
앞의 보양(保養)은 보호하고 양육한다는 뜻이니 "어린아이를 보양한다"고 해야 맞다.
몸을 잘 간수하고 지혜롭게 다스린다는 뜻도 되겠다. 물론 '여름철의 기름진 먹거리'와는 거리가 있다.
뒤의 보양식(補陽食)은 양기陽氣를 더해준다(補)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닭, 민어, 뱀장어, 개, 자라 등은 모두 보양식(補陽食)에 속한다.
삼복(三伏)에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여름철에 양기를 더해준다, 즉, 보양(補陽)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양이 강한 계절에 또 양을 더해준다는 것은 어딘지 억지스럽다.
흔히 "여름철이면 겉은 양이되 속은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음이 된다.
그러므로 양을 더해주어서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속이 차면 찬 음식을 줄여야 한다. 이게 올바른 보양이다.
속이 차다고 해서 양기를 더하여 균형을 맞추려고 하면 몸은 더 힘들어진다.
어설픈 음식의 '음양오행설'이 오히려 몸을 망가뜨린다.
우리 선조들은 늘 '평(平)'의 음식을 원했다.
음도 양도 아닌,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평'의 음식을 섭취하여
몸을 보호하고 바른 일상사를 운영하고자 했다.
예전보다 고기를 많이 먹고 각종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채식(菜食) 등이 몸의 '평'을 이룰 수 있는 음식이다.
이미 우리는 '양'이 지나친 고기 등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
사찰음식이 인기를 얻는 것도 '양'이 지나치게 많은 우리 몸의 '평'을 위하여
채식 위주의 식단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채식과 사찰음식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찰음식이 곧 채식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렇지는 않다.
사찰음식은 말 그대로 사찰에서 시작되고 발전한 음식이다.
승려들이 먹는 식단을 현대적으로 정리한 것이 곧 사찰음식이다.
채식이긴 하지만 사찰음식과 채식은 미묘하게 다르다.
채식은 출발이 서양이다. 고기를 많이 먹었고 고기의 폐해를 잘 아는 서양인들이 채식을 고안했다.
우리의 사찰음식은 오랜 기간 동안 종교를 통하여 하나의 '식문화'로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채식을 식문화로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콩고기' 같은 경우, 채식에서는 무난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찰음식은 아니다.
사찰음식도 당연히 육식을 금하지만 나아가서는 육식을 탐하는 그 마음마저도 금한다.
고기를 먹고 싶지만 채식 중이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고 대신 콩으로 만든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채식에는 맞지만 사찰음식의 정신과는 맞지 않다.
사찰음식은 고기를 먹고 싶은 그 마음을 먼저 다스리려 한다.
사찰음식은 넓은 범위의 채식에 속하지만 서양의 채식식단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서울, 수도권 위주로 사찰음식 혹은 채식이 좋은 곳을 몇 집 소개한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온다.
우리 몸의 장기들을 쉬게 하고 맑게 하는 것이 전정한 보양이겠다.
아승지
영등포 신길동의 '아승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주방과 홀을 번갈아 다니면서 챙기는 이는 비구니 스님이다.
"이렇게 화려한 것이 진짜 사찰음식이야?"라고 탄성을 내뱉을 만큼 음식은 내용과 꾸밈이 화려하다.
코스 요리와 뷔페식을 섞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코스별로 몇몇 요리를 내놓고 밥과 국, 반찬 등은 스스로 가져다 먹는 식이다.
음식에 비해서 가격이 싼 편이다. 점심시간에는 자주 만석이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뉴스타트채식레스토랑
지하철 2호선 선릉역 부근의 '뉴스타트채식레스토랑'은 이름 그대로 서양식 채식식단이다.
'뉴스타트 운동'을 주도하는 이상구 박사의 뜻에 의해서 구성, 운영되는 식단이다.
건물 2층의 다소 불편한 위치지만, 손님들은 많다.
전형적인 서구식 채식 식단이다. 콩코기, 채식 돈가스 등도 내놓는다.
각종 발효식품이나 채식, 건강식, 유기농 등의 과자나 먹거리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산촌
'산촌'은 인사동 골목 안의 오래된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긴 세월 동안 사찰음식을 널리 알린 공로가 있다.
좁은 건물을 덧대서 넓히는 바람에 대청과 복도, 마루 등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나름 멋이 있다.
군데군데 미술품 등으로 모양을 냈다.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 빌딩의 '발우공양'은 '공식 사찰음식점' 같은 느낌이 든다.
식당 위치도 조계사 앞이고 식당 손님들도 조계사를 방문한 스님이나 손님들이 많다.
물론 일반 손님들도 많다. 산채, 나물 비빔밥이 아주 좋다.
채널A의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에서 소개한 착한식당 여주 '걸구쟁이'도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효소의 사용이 놀라울 정도로 폭넓고 정교하다. 효소를 위하여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직접 관리한다. 한때는 산초장아찌와 아주 좋은 메밀전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채식 마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소문이 났다.
한뫼촌
가회동 입구 헌법재판소 건너편의 '한뫼촌'도 채식이 아주 좋다.
나무그릇 등이 독특하고 간이 심심하고 채소의 맛을 잘 살린 음식이다.
이집에서는 들깨로 만든 음식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합정동 로터리에서 멀지 않은 '문턱 없는 밥상'도 추천할 만한 집이다.
'변산공동체'를 창안했던 윤구병 선생의 뜻에 의해서 운영되는 집이다.
셀프서비스 식 비빔밥이 점심메뉴의 전부다. 가격도 자율적이다.
넉넉한 이는 많이 내고, 궁핍하면 식대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부, 나눔의 공간이다.
채소들은 전부 유기농식품이다.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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