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활성화 과제
아파트 노동조합이 규모나 활동 면에서 침체 위기를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전국시설관리노조 이진희 부위원장은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 문제, 고용승계 문제 등이 아파트 노동조합 침체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용역전환으로 노조가 해체되거나 노조결성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하지만 근로자 개인이 노동조합을 개인의 권익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사용하고 입주자 대표나 위탁회사와의 합의로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며 투쟁 의지의 부족을 토로했다.
특히 대부분이 고령자인 경비원은 금전적 보상 등의 실익이 있으면 사용자의 요구대로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합노련의 아파트분과위원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노동관계법이 대폭 개정돼 정리해고 등 사용자의 지위가 더욱 강화되면서 위탁관리업체의 사용자문제와 고용승계 문제 등에 영향을 끼쳤다.”며 “제도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파트의 근로여건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로 인식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의 88올림픽선수촌 아파트의 경우 은마아파트보다 앞서 위탁관리업체가 변경되면서 고용승계 문제로 조합원들이 대거 해고되고, 노조가 해체된 전력을 갖고 있다.”며 “아파트의 용역화를 피할 수 없다면 제도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현재까지도 위탁관리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는 근로자들이 끊이지 않는 등 사용자 문제가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을 들며 아파트 노조가 침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주택문화를 이끌어 가고, 열악한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파트 노조활동도 계속된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신규지부 결성에 대한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입주자 대표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대구시아파트협의회는 지역 내 노조확산 움직임에 대해 “비영리 기구인 아파트에 노동조합이 결성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노조 결성시에는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저하가 불가피한 위탁관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 대응 의사를 밝혔다.
노조의 파업 및 점거농성 등을 경험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 대표들은 “입주민들을 볼모로 한 극단적인 파업투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노조활동을 혐오해 노조원들의 조합탈퇴를 종용하거나 징벌적 차원에서 노조전임자를 배치 전환 또는 징계 해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어 왔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아파트 노조원들은 임금인상만을 주장하면서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관리업무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파업으로 인한 관리업무 마비, 대체근로 투입으로 인한 비용부담, 각종 소송비용, 입주민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아파트 노조가 그동안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해 왔지 관리업무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조원들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임금동결, 근로자 해고, 노조 해체 등만 내세우지 말고 관리업무의 일선에서 관리의 질을 향상시키고 관리비 절감을 이끌어 내는 주체가 근로자들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질적으로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아파트 관리소장들도 직원들과 입주민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소신 있는 관리업무 추진을 당부하고 있다.
- 향후 활동 방향
전국시설관리노조 이진희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노조가 꾸준히 제기해 온 비정규직 문제와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나서서 입법발의를 하려는 의원이 없어 무산되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최근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으로 감시 단속적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제외 철폐, 입주자대표회의 사용자성 인정, 위탁관리업체 변경시 고용승계, 포괄임금제 철폐 등 4가지 현안 사항을 비정규직 보호법안에 포함시키는 제안서를 민주노동당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에서는 아파트노련과 시설관리노조 소속 노조원 등을 포함한 전국의 감시 단속적 근로자를 대상으로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결과가 나오게 되면 이들 아파트 노동조합에서는 결과에 따라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한 위헌소송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전국시설관리노조 구권서 위원장은 “아파트 사업장은 근로여건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빌딩이나 오피스텔 근로자들과는 달리 사용자 문제, 고용승계 문제 등의 혹을 하나 더 달고 있는 특수한 형태”라며 “아파트 노조활동은 ‘노동운동’이라기 보다 ‘인권운동’으로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진희 부위원장도 “노동자가 사는 집이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사업장이 되는 것인데도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외면하는 것이 바로 아파트의 현실”이라며 “아파트 노조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