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요약> 씨 심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시편 126:1-6
본문은 포로귀환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읽으면, 시제가 다릅니다. 1-3절은 과거 포로에서 귀환한 일에 대해 말합니다. 그런데 4절에서는 지금 포로를 돌려달라고 합니다. 앞에서는 포로가 귀환한 것을 감격스러워하는데, 뒤에서는 다시 포로귀환을 간청합니다. 학자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지 논증하는데, 다수의 학자가 포로귀환이 시행된 이후 나머지 포로들의 귀환을 소망하며 쓴 것으로 이해합니다. 에스라-느헤미야기에 따르면, 포로 귀환은 3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1차 귀환의 대표적 인물은 스룹바벨, 2차는 에스라, 3차는 느헤미야입니다.
즉, 시편 126편의 핵심구절은 포로귀환을 간청하는 4절입니다. 이 간구를 앞뒤로 과거에 대한 회상(1-3절)과 미래에 대한 소망과 신뢰와 결단(5-6절)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포로로 잡혀간 자들과 그 후손이 예루살렘과 유다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이러한 간구는 마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나라 잃은 외국인이니 억울하고 서러운 게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이처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동포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타인을 위한 기도는 참으로 아름답고 멋집니다. 그중에서도 신음하며 고통 중에 있는 자들을 위한 기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분명 타인을 위한 기도인데 오히려 내 마음과 정신이 맑아집니다.
그런데 비단 포로 생활하는 동포들만을 위한 기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감격적인 포로귀환이 실행됐지만 일부였고, 황폐화된 예루살렘과 유다를 재건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한 탓도 기도의 이유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포로들을 돌아오게 해달라는 이 간구는 동포와 타인을 향한 연민과 긍휼의 기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성과 지역, 나라 곳곳을 재건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유대인들이 꿈꾸던 나라, 하나님께서 왕이신 나라,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며 그에 순종하는 나라입니다. 이것을 바라면서, 앞 절들에서 전에 이뤄진 포로귀환을 상기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졌지만,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시행됐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기에 결국 완전히 이뤄내실 것입니다. 이러한 신뢰와 소망이 담긴 구절이 5-6절입니다. 이는 씨 심는 장면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묵묵히 파종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다 함께 평화롭게 어울려 같이 잘사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참으로 눈부시고 아름다운 소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잘 알고 있듯이,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해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만 이뤄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한다고 해서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늘 합리화와 타협의 유혹에 빠집니다. ‘어차피 내가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 괜한 헛고생 아냐? 나도 좀 편하게 살아야겠다. 이번 한 번쯤은 괜찮겠지.’
그런데 인류의 역사든, 신앙의 역사든 이 본능에 저항하면서 한 순간순간을 정도에 정진한 사람들을 통해 바로잡아지며 발전되어왔습니다.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쓴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는 여행 중에 혼자 사는 양치기를 만났는데, 그 양치기는 황폐한 땅에 끊임없이 나무를 심어 생명을 불어넣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떠나가고 3명밖에 살지 않는 폐허와 황무지의 마을이 참나무와 단풍나무 숲, 보리수 등 각종 나무와 꽃으로 가득하고 샘물이 흘러 만 명 이상이 행복하게 사는 마을로 변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묵묵히 씨를 심는 데 인생을 건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진 일입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에 선한 것을 동경하고 이를 열망하는 마음이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새로이 움트고 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신뢰와 소망을 부여잡고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다짐하고 결단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신앙인의 표현으로는, 다음의 기도와 같을 것입니다. "주님, 씨 심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이런 삶의 기도를 일평생 멈추지 않는, 어떤 일에도 우직하게 씨 심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우리 평화목교회와 교우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2024년 9월 1일 김소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