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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분 / 2001 개봉, 2005 재개봉>
길 위의 시인 빔 벤더스 감독 작품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달콤한 혼, 쿠바음악의 살아있는 전설들을 만나다….
전미 비평가 협회, 유럽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쿠바음악의 전설적 뮤지션들을 다시 만난다.
음악과 인생...그 울림이 뜨겁게 가슴을 적시고 씻을 수 없는 감동이 된다.
여전히 낡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모습은 음악을 통해 그 어떤 나라보다 여유롭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쿠바음악
90년대 들어 쿠바 음악은 재즈와 팝계에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최근 남미 음악의 열풍을 뒷받침하고 있다. 남미 음악은 '사탕수수 농장을 일구기 위해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리듬과, 토착민 인디오의 전통 음악, 유럽 이민자들이 가져온 멜로디'가 합쳐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변종 음악이다. 남미 음악의 거대한 뿌리 한가운데에는 쿠바 음악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쿠바 음악은 서정적인 선율과 복잡한 리듬을 특징으로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두들길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두들긴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타고난 리듬감을 보여준다. 이를 '아프로 쿠반' 리듬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 리듬과 스페인 계통의 음악이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쿠바 음악의 매력은 음악 뿐만 아니라 음악을 둘러싼 '분위기'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현대인들에게 쿠바 음악은 '살과 땀, 심장의 박동, 눈부신 색깔'을 환기시켜준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지구 전체의 산소를 공급하듯 쿠바 음악은 '뭉클대는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늘 새로운 리듬을 공급해야하는 음악업계가 쿠바 음악에 주목한 것도 바로 그 거대한 힘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2001년 개봉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전세계에 쿠바음악 열풍을 일으켰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빔 벤더스 감독이 쿠바의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부활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이었다. 전설적인 쿠바뮤지션들이 이루어낸 기적같은 드라마였다.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무대 뒤로 사라진 가수 '이브라힘 페러'. 그 후 몇 십년을 하바나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슈사인보이'로 살아오던 그에게 어느 날, 낯선 미국인이 방문한다. 낮엔 이발사로, 밤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 멤버의 최고령 '꼼빠이 세군도', 쿠바의 3대 피아니스트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지만 80이 넘어서야 첫 솔로 음반을 내게 된 '루벤 곤살레스'.
이들 모두는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처럼 라이쿠더에 의해 발굴된다. 1950년대식 낡은 스튜디오 녹음실. 그곳에서 그동안 세상에 잊혀져 있었던 그들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하모니와 즉흥 연주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천부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음반사에 길이 남을 걸작 음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앨범은 발매 되자마자 세계적인 빅히트를 기록, 세계 각지로부터 쇄도하는 공연 요청을 받게 된다. 암스테르담에서의 대성공 이후 뉴욕 카네기홀 공연도 연달아 성공시키며, 마침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쿠바음악의 살아있는 전설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밴드는...
그들의 앨범은 1997년 발매되자마자 세계 음악계로부터 즉각적인 환호와 찬사를 받으며 그해 그래미상을 거머쥐는 등 빌보드 차트와 월드 뮤직 차트를 강타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만 한정발매 됐음에도 불구하고 2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순식간에 전세계 음악팬을 열광시켰고, 일본에서도 동경 팝차트 1위는 물론 공연티켓이 30분만에 매진되는 등 비영어권 음반으로는 드물게 2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9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콘서트를 잇달아 성공시켰고, 지금도 뉴욕, 파리, 동경 등에서 여전히 뮤직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근황은
영화에 나오는 중심 인물은 아니지만 함께 공연을 다녔던 바이얼리니스트 페드로 데페스트레가 공연 도중 돌연사했고, 얼마 전에는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쿰바이 세군도가 타계했다. 이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맴버인 피오와 부에나비스타의 전 감독이였던 벤더스는 전편의 열광하던 세계의 팬들에게 젊은 쿠바음악인들의 꿈과 열정을 담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2>를 선보인다.
기적같은 쿠바음악의 뮤지션들이 당신의 심장을 두드린다
제61회 베니스국제 영화제 ‘베네치아 오리존티(Venezia Orizzonti)' 부문에 초대되어, 전통 쿠바음악과 현대 음악을 결합시킨 차세대 음악으로 소개되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의 촬영 중, 이미 후편에 대한 기획이 이루어졌었다. 전편의 감독인 빔 벤더스가 기획을 하고 그의 제자인 크랄이 감독을 이번 작품을 감독했다.
전편의 맴버 피오 레버와 쿠바의 젊은 뮤지션들이 출현하여 쿠바 음악 뿐 아니라 아프리칸, 퓨전, 찬찬, 라 룸바, 치키차카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열정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뒤범벅인 된 특별한 뮤지컬과 다큐멘터리의 합성어, 뮤지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2>의 장르이다.
=== 참고자료 === <2013년 9월 12일 네이버캐스트 / 음악칼럼니스트 황윤기 글>
월드 뮤직
먼 나라 가까운 음악
쿠바 음악
쿠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주름진 세월이 내려앉아 있는 아바나(Habana)의 구시가지 풍경과 카리브해를 바라보는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방파제 길 말레콘(Malecon)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듣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전대미문의 프로젝트 밴드가 등장한 지도 이제 15년의 세월을 넘어가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한 번 절정의 전성기를 맞았던 노대가들이 보여 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음악팬들의 뇌리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고, 쿠바 음악의 전통적인 멋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체제상으로는 우리에게 아직도 먼 나라인 쿠바는 이들의 활약 이후 심리적으로는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의 색채감이 물들어 있는 독특한 리듬과 매력적인 멜로디. 아바나의 풍경들 속에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그 음악은 헤밍웨이나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보다 더욱 선명한 쿠바의 이미지로 다가 온다.
쿠바 음악의 진정한 매력, 쏜(Son)
쿠바는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항해에 나선 스페인에 의해 1492년에 발견되었다. 이 섬의 토착 원주민들은 유럽으로부터 들어온 질병과 스페인의 혹독한 식민지배로 인해 전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스페인은 아프리카로부터 수많은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쿠바는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에서 아프리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음악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아프리카 기원의 많은 민속 리듬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스페인의 식민지배가 이어지는 동안 스페인 사람들의 라틴적인 기질과 유럽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배합되면서 음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쿠바의 대표적인 음악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스페인의 무곡 콘트라단사(Contradanza)에 아프리카의 요소들이 결합된 춤곡 단손(Danzon)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리듬을 바탕으로 시작해 쿠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댄스음악으로 유행했던 룸바(Rumba), 역시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하는 쏜(Son) 등을 손꼽을 수 있다. 19세기 말 쿠바는 독립을 성취하게 되지만, 20세기에 들어 미국의 자본이 급격하게 들어오면서 음악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한 쿠바의 음악은 미국 재즈의 영향 속에 더욱 세련된 모습과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자본의 그늘 속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혔던 아바나의 많은 사교 클럽 무대 위에서 쿠바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황금기를 누리게 된다.
쏜은 쿠바 음악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르의 음악이다. 쿠바혁명 이전에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등장 이후 다시 불어온 열풍 속에서도 쿠바 음악의 중심이 되는 음악은 쏜이라 할 수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최고의 인기곡인 ‘Chan Chan(찬 찬)’ 역시 쏜 스타일의 곡으로, 쿠바 음악을 대표하는 많은 곡들이 여기에 속한다. 특유의 탄력적인 리듬과 밀도 높은 연주, 그리고 매력적인 선율은 쏜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쿠바 동부에 위치한 오리엔테(Oriente) 주에서 발달한 쏜 역시 그 원형은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타악기가 펼쳐내는 인상적인 아프리카 리듬 위에 전개되는 매력적인 스페인풍의 선율” 이것이 바로 쏜 음악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쏜 음악의 가장 특징적인 악기로는 트레스(tres)라는, 두 줄씩 3현으로 이루어진 기타가 있다. 찰랑거리는 음색으로 풍부한 표정과 이국적인 감칠맛을 더하며 쏜 음악의 핵심을 맡는다. 초기의 쏜 음악은 트레스와 다양한 타악기가 중심이 되면서 대부분 6중주단으로 구성되었는데, 쿠바 음악의 황금기였던 1930년대를 지나는 동안 트럼펫이 추가되면서 7중주단의 형태를 많이 유지하고 있다. 이 7중주단의 편성이 쏜 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며, 트럼펫의 추가로 더욱 풍성한 표현이 담긴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아바나에서 꽃을 피운 쿠바 음악 황금기를 지나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바나 7중주단(Septeto Habanero)을 비롯한 여러 그룹들이 섹스테또(sexteto-6중주단)에서 셉테토(septeto-7중주단)으로 그룹명을 바꾸었다.
열정과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쏜은 쿠바 음악 속에 존재하는 여러 음악 스타일의 바탕이 되어 왔고, 미국 재즈계에 신선한 활력을 되돌려 주기도 했다. 그 음악적인 원천을 제공한 아프리카에도 거꾸로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여러 나라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뉴욕 히스패닉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살사(Salsa)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 또한 쏜이다. 쿠바가 월드 뮤직의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 바로 쏜인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쏜 뮤지션들이 남겨 놓은 수많은 명곡과 명연주들은 지금도 쏜이 쿠바의 음악을 대표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또한 많은 뮤지션들이 과거의 영광을 매력적으로 재현하며 쏜이야말로 쿠바 음악의 진정한 멋이 담긴 음악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노래, 누에바 뜨로바(Nueva Trova)
1959년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와 체 게바라가 이룬 쿠바혁명은 쿠바 내의 음악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사회의 도래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자본에 물든 음악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아바나의 사교 클럽 무대를 중심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황금기를 누렸던 음악들은 사라지고, 아바나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잃고 음악 생활을 그만두거나 해외로 나가 활동을 이어 갔다.
한편, 강대국들의 자본에 휘둘리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던 중남미에서는 음악인들의 자각과 함께 거대한 물결의 노래운동이 퍼져나갔다.
민속음악의 발굴에 평생을 바쳤던 아르헨티나의 아타왈파 유팡키(Atahualpa Yupanqui)와 칠레 민속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비올레타 파라(Violetta Para)가 쌓아 놓은 음악적 바탕 위에 진정한 라틴 아메리카의 노래를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음악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누에바 칸씨온(Nueva Cancion - 새로운 노래)’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되었던 이 노래 운동은 칠레, 아르헨티나 등 열강의 횡포와 독재정권으로 인해 고초를 겪었던 나라들을 중심으로 중남미 전체로 확산되었다. 피노체트의 군대에 목숨을 잃은 빅토르 하라(Victor Jara)나 아르헨티나 음악의 대모로 불렸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우루과이의 다니엘 비글리에티(Daniel Viglietti) 등이 그 중심인물이었다. 이들은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애정과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에 담았다.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일어났던 이 누에바 칸씨온의 정신적 원동력이 바로 쿠바혁명이었으며, 연대의식을 지니고 확산되었던 이 노래운동은 쿠바로까지 이어져 ‘누에바 트로바(Nueva Trova - 새로운 음유시)’라는 이름으로 쿠바의 음악을 이끌었다.
혁명 이후 쿠바 정부는 국가 정책 차원에서 이 새로운 음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누에바 트로바 물결 속의 음악들은 의미 있는 노랫말과 서정적이면서도 순수한 음악성을 지닌 노래들이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계적인 음유시인인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와 파블로 밀라네스(Pablo Milanes)가 지금도 활동하며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민중들의 삶을 기타와 함께 노래했던 음유시인들의 음악인 ‘트로바(Trova)’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으며, 트로바의 시(詩)적인 전통을 어쿠스틱한 사운드 속에 세련된 형식으로 표현했다. 누에바 칸씨온의 초석을 마련했던 아타왈파 유팡키나 비올레타 파라와 같은 인물로 쿠바에는 트로바의 전통을 계승한 카를로스 푸에블라(Carlos Puebla)가 있다. 그는 체 게바라에게 헌정된 가장 유명한 곡인 ‘Hasta Siempre(원제 : Hasta Siempre Comandante Che Guevara -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누에바 트로바는 쿠바혁명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젊은 뮤지션들의 주도로 시작되어 70년대를 지나는 동안 뛰어난 음악들을 탄생시켰다. 실비오 로드리게스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특유의 미성과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시(詩)적인 노랫말로 찬사를 받아 왔다. 누에바 트로바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그의 노래 ‘Unicornio(유니콘)’은 잃어버린 유니콘을 애타게 찾는 노랫말을 가지고 있지만, 80년대에 이르러 퇴색되어 버린 쿠바혁명의 빛바랜 이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한 명의 음유시인 파블로 밀라네스는 쿠바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인 호세 마르띠(Jose Marti)와 쿠바 흑인문학의 기수였던 시인 니콜라스 기옌(Nicolas Guillen)의 시를 노래해 주목받았으며, 역시 서정적인 노래들을 발표해 오고 있다.
쿠바 음악 전통의 쏜이나 볼레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닌 누에바 트로바의 노래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은 쿠바 음악의 한 부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이 담긴 순수 대중 예술로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지금도 많은 뮤지션들이 그 전통을 잇고 있다.
쿠바음악의 전설로 남을 이름 Buena Vista Social Club
미국의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Ry Cooder)가 기획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1930, 40년대 아바나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쿠바 음악을 재현한 것이었다. 쏜과 볼레로(Bolero)를 비롯한 쿠바 음악의 가장 매력적인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노장 뮤지션들을 찾아냈다. 최고령의 멤버 콤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는 쿠바 음악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프란씨스코 레필라도(Francisco Repilado)라는 본명으로 ‘Chan Chan’을 비롯한 수많은 명곡들을 만들어 낸 작곡가이자 뛰어난 기타리스트였다. 또한 ‘동료’라는 뜻의 ‘Compay’와 ‘두 번째’라는 뜻의 ‘Segundo’로 만들어진 예명답게 매력적인 저음으로 화음을 노래하는 가수이기도 했다. 앨범에서 그와 함께 쿠반 볼레로의 명곡 ‘Veinte Años(20년)’를 노래했던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는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로 각광받았던 세계가 인정하는 디바였다.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는 50년대 최고의 쏜 가수 중 한 명으로 그의 목소리는 그룹의 음악에 특별한 색채감을 더해 주었다. 그 외에도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피아노 연주로 쿠바 음악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 루벤 곤살레스(Ruben Gonzalez), ‘산티아고의 사자’라는 별명을 지닌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로 ‘Chan Chan’의 메인 보컬로 나섰던 엘리아데스 오초아(Eliades Ochoa), 쿠바 음악의 깊은 풍미가 담긴 유장한 트럼펫 연주를 들려주었던 마누엘 ‘과히로’ 미라발(Manuel ‘Guajiro’ Mirabal) 등 주요 뮤지션들이 당시 일흔에서 아흔에 이르는 고령이었다. 쿠바 음악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에그렘(Egrem) 스튜디오에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전설적인 노장들의 연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음반의 대히트와 함께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이 만든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발표되면서 음악과 함께 이들의 인생도 부각되었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몇몇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까지 더해져 오랜 시간 속에 묻혀 있었던 쿠바 음악의 진정한 멋과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음반 판매고와 함께 이들의 내한공연 무대가 열려 음악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전했다. 더불어 영미의 팝 음악 외에 독특한 전통이 담긴 세계 곳곳의 음악들이 국내에도 소개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높았던 이들의 인기 때문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외의 쿠바 음악들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될 기회를 얻기조차 힘든 부작용도 있었다. 한편 이들의 음악은 프로듀싱과 고도의 마케팅에 의해 다소 과대평가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실제로 그 정도 수준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뮤지션들은 아바나에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낸 결과와 그 업적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것이며, 그들이 남긴 음악과 발자취들은 이미 쿠바 음악의 전설이라 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현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중심인물 대부분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살레스, 이브라임 페레르, 보컬리스트였던 마누엘 리쎄아 푼티이타(Manuel Licea Puntillita), 오를란도 카차이토 로페스(Orlando Cachaito Lopez) 등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엘리아데스 오초아는 은퇴한 상태이다. 그래서 더욱 홍일점 보컬리스트였던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건강한 활동이 기대된다.
쿠바 음악은 거대한 나무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많은 가지가 풍성한 이파리를 지니고 있는 모습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 그 복잡하게 얽힌 잔가지들을 일일이 다 살펴보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음악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쿠바 음악 속에는 원초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리듬과 매혹적인 선율, 그리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다. 또한 특유의 율동감은 없지만 음유시인들의 시적인 감성을 지닌 누에바 트로바의 흐름 속에 있는 음악들 역시 쿠바의 역사와 쿠바 음악인들이 이어 온 소박한 전통이 담겨 있는 음악임에 분명하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7.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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