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하얀 운동화 신었다고
따돌리어 외톨이 된 일 있었다
비 오시던 날
신발을 잃고
학교 복도에 서서 울었다
하얀 운동화는
물받이 밑에서
물을 가득 싣고 놓여 있었다
나는 짚신 신고
산골서 다니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산골 아낙이 못된 것을 한탄한다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시집 92쪽에서=
다이야표 검정고무신.
이것이 장난감 자동차로 변하기도 하고,
피라미의 어항이 되기도 하고
질기디 질긴 멀쩡한 고무신을
찢어야 엿을 먹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학생은 하얀 운동화, 남학생은 까만 운동화에 이름을 써서
신발주머니에 담아 나무책상 옆에 소중하게 걸어 두었습니다.
그 시절 조금 있는 집안 아이들이 누리는 자랑거리었습니다.
수십 년 된 나무 책상과 의자는 반질반질 윤이 났습니다.
그 어떤 의자보다도 편했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울리면 수업을 시작하고
또 마치곤 했습니다.
이 종소리가 제법 멀리까지 들렸습니다.
수업을 마치면 국어, 산수, 사회, 자연... 교과서,
그리고 노랑 양철 도시락과 필통을
보자기에 둘둘 말아 옷핀으로 끝을 고정시키고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이 보자기를
등에서 가슴까지 사선으로 동여매고 흙내음 가득한 길을
뛰기도 하고, 걸어가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시냇물 소리와 하이얀 뭉게구름이 흐르는 하늘,
산새들 노래 부르면 나도 동요를 흥얼거렸습니다.
도시락 속의 숟가락과 젓가락, 필통 속의 연필들이
딸가락 딸가락거리며 박자를 맞추어 주곤 했습니다.
시는, 글은
순식간에 소년이 되게 하고
허리 굽은 노인이 되게 하기도 합니다.
9월의 첫날인 오늘!
소년, 소녀가 되어 고향 산천을 생각해보는 여유롭고
편안한 아침 되시길 바라면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