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영업용택시를 개인택시처럼 운행하는 ‘지입제 영업’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불법임에도 수사권이 없는 행정은 단속의 어려움만 호소하고, 검·경은 심증만 굳힌채 물증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교통문화시민연대 등에 따르면 현재 울산지역에서 영업중인 지입제 택시는 대략 500여대로 추산된다. 드러내 놓고 지입제를 표방하는 업체 8곳 외에도 일부 소규모로 참여하는 업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00대라는 숫자를 쉽게 풀이하면 현재 울산에서 운행되는 택시 10대 가운데 1대꼴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업체들은 번호판값과 차량 구입비 명목으로 3000만원에서 3800만원 가량을 기사(개인)에게 부담시킨 뒤 법인택시를 제공한다. 기사들은 보험료를 비롯해 차량 수리비 등 운행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고 관리비용으로 월 100만~150만원 안팎을 회사에 지불하는 대신 법인택시를 개인택시처럼 운행한다. 주식을 제공하는 주주제라고 표방하지만 배당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늬’만 갖춰놓은 셈이다.
지입제 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운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3부제로 한달 꼬박 일해봤자 20일 가량 운행한다. 안전운전을 위한 최소한 갖춰야 할 규제다. 반면 법인택시는 5일 영업하고 하루 쉬는 6부제여서 한달에 25일 영업이 가능하다. 도급제의 경우는 거의 쉬는 시간없이 무리하게 운행, 과로로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일부에 해당하는 경우지만 24시간 영업시간 중 무자격 운전기사를 채용해 하루종일 운행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들인 돈 만큼 벌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무리한 운행은 사고위험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질낮은 서비스로도 나타난다. 택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입제가 점차 늘어나면서 업체와 지입제 기사간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승객이 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지입제 기사에게 한달 가량 늦게 늑장지급하고, 기사가 부담한 연료비 부가가치세를 업체서 가로채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비밀계약’으로 인해 자칫 기사가 납입한 금액을 떼이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개인택시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세금감면이나 울산시 조보금 등 법적인 혜택은 법인택시인데 운행되는 형태는 개인택시이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무사고 운전 10년 이상으로 배차받았거나 법인체 등에서 무사고로 3년이상 근무해 자격을 받은 뒤 개인택시를 구입할 수 있다. 구입비용은 번호판값만 7500만원 전후에 달하며 여기다 차값을 포함하면 1억원에 이른다. 지입제 택시와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입제 영업 택시가 확산되는데는 법의 명확한 규정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 대법원은 택시업계의 지입제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군에서는 이같은 지입제 영업을 한 법인택시 업체들에게는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울산지역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택시지입제 영업이 시작됐지만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한차례도 없으며 울산시가 지난 2012년 지입택시 의심업체를 대상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지만 올해 초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교통문화시민연대와 택시관련 단체들은 불법 지입제 택시로 인한 폐해와 안전위협에 대해 수차례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방치하거나 묵인해서는 안될 시점에 달했다는 점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행정이나 경찰, 검찰에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입제 택시의 폐해와 위험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확산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석복 사회부 부장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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