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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
2013. 4. 12.(금요일) | | |
'살지다'와 '살찌다'는 모두 살이 많은 모양을 뜻하지만, '살찌다'는 부정적인 뜻을 지닌 움직씨(동사)이고, '살지다'는 거의 긍정적인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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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요일입니다. 저는 오늘 일 마치고 수원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집으로 갑니다. 오늘 저녁이 집안 제사거든요. 밤에 집안 제사 모시고, 다음날 전남대학교가서 교수님과 후배들 만나고, 일요일에 올라오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올 예정입니다. 귀여운 셋째를 저만 보기가 죄송해서 그 기쁨을 어머니와도 나누려고요. ^^*
어머니와 같이 밥을 먹으면 아무래도 많이 먹게 됩니다. 무엇보다 맛이 좋은 데다, 어머니가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또 일부러 잘 먹는 모습을 보이고자 제가 노력하기도 하고... 그래서 집에 다녀오면 나도 모르게 살이 찐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살지다'와 '살찌다'를 갈라볼게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고, 그래서 더욱 헷갈리는 낱말입니다. '살지다'와 '살찌다'는 모두 살이 많은 모양을 뜻하지만, '살찌다'는 부정적인 뜻을 지닌 움직씨(동사)이고, '살지다'는 거의 긍정적인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그림씨는 움직씨와 달리 '-ㄴ다'나 '-는'으로 마칠 수 없습니다. '푸르다'를 '푸른다'나 '푸르는'이라 쓰지 않듯이 '살지다'를 '살진다'나 '살지는'이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면 나도 모르게 살쪄서 움직임이 둔해진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살진 돼지처럼 살면 안 되는데...
저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고르겠습니다. ^^*
주말 잘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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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담백한 게 아니라 깔끔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날씨가 물쿠고 무덥다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주말에는 유난히 먹을거리는 소개하는 방송이 많네요. 그 방송을 듣다 보면 '담백하다'는 낱말이 무척 많이 나옵니다.
이 담백은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 또는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는 뜻입니다. 썩 맛있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이런 낱말을 먹을거리를 소개하면서 왜 그리 많이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을 보면, '담백'이 틀리고 '담박'이 맞다고도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담백과 담박을 다 싣고, 복수 표준어로 봤지만,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에는 담백과 담박 어떤 것도 없습니다.
또 다른 책을 보면 단박이 아니라 담박이 맞고, 단백이 아니라 담백이 맞다고 합니다.
헷갈립니다.
제가 알기에 담백은 淡泊(たんぱく[단바꾸])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묽을 담 자에, 배 댈 박 자를 써서 싱거운 맛 또는 산뜻한 맛을 뜻할 겁니다.
그럼, "맛이 참 담백하네요."라고 하면 무슨 뜻이죠? 분명히 맛있다는 뜻일 텐데, 어떻게 맛있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너무 싱겁지 않으면서 짜거나 맵지 않고, 느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고소하지도 않은 것을 말할 겁니다. 그렇다면 담백보다는 깔끔하다나 개운하다는 낱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산뜻하다고 해도 됩니다.
"맛이 진짜 담백하네요"보다는 "맛이 참 깔끔합니다."나 "뒷맛이 개운합니다."가 더 멋지지 않나요?
글을 쓰다 보니 깔끔하고 개운한 동치미국물을 마시고 싶네요. ^^*
오늘 점심은 시원한 동치미국물로~~~
우리말123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