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의령군 고을마다 매화 향기가 절정이다. 예부터 매화는 매, 난, 국, 죽, 사군자 중의 최고로 꼽았다. 굽히지 않는 줄기와 단아한 꽃잎이 선비의 고고한 기품을 닮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 하여 설중매라고도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라고 했다고 한다. 평생을 꼿꼿하게, 그러나 향기롭게 살고자 했던 선비에게 매화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었을 것이다. 추위를 견디며 제 안의 향기를 길어 올리는 그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차마 그 고결한 생명이 마르는 것을 염려하여 “나를 돌보라”는 유언 대신 “꽃을 돌보라”는 말로 자신의 삶을 완성한 그 마음이 눈물겹도록 맑기만 하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여섯 꼭지째 칼럼으로 봄이 왔음에 감사하고 고매한 이황 선생님의 마음을 닮고자 매화(梅花: 매화나무의 꽃)를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매화나무 매(梅)는 나무 목(木)에 매양 매 혹은 탐낼 매(每)가 더해진 글자다. 나무 목(木)은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함께 표현된 상형문자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를 표현한 글자이다. 고대부터 쇠를 능숙하게 다루기 이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공하기 쉬운 성질을 가진 것이 나무였기 때문에, 상용한자에서 木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가 많고, 나무와 관련된 한자를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나무를 어떻게 활용했고, 인식했는지 엿 볼 수 있다. 木자는 나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나무의 종류나 상태에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목공(木工: 나무로 물건을 만드는 일), 목근(木根: 나무의 뿌리), 수목(樹木: 살아있는 나무)이 좋은 용례이다. 노자 도덕경 64장에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루토(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두 팔로 안을 수 있는 큰 나무도 가느다란 싹에서 자라고, 아홉 층의 대는 흙 한 줌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여 木자가 가진 성장과 인내, 근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철학적인 비유로, 큰 존재도 작고 보잘것없는 시작에서 출발함을 나무의 생장 원리를 통해 알 수 있다.
매양 매 혹은 탐낼 매(每)는 싹 날 철(𠂉=屮)에 어미 모(母)를 받친 글자로, 매년 봄에 풀의 싹이 포기에서 잇달아 나온다 하여 매양, 늘, 각각의 뜻을 품은 한자이다. 매사(每事: 일마다, 모든 일), 매양(每樣: 항상 그 모양으로), 매주(每週: 각 주, 주마다)가 좋은 용례이다. 싹 날 철(𠂉=屮)은 초목의 떡잎이 싹터 나온 모양을 본뜬 것이다. 어머니 모(母)는 말 무(毋)에 점 주(丶)를 짝지은 글자다. 말 무(毋)는 여자(女)가 못된 짓을 하나(一)도 못 하게 함을 나타내어‘말다, 없다, 아니다’와 같이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부정하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무(毋)자는 어머니를 뜻하는 모(母)자에서 파생된 글자이다. 금문에 새겨진 무(毋)자를 보면 모(母)자의 가슴 부위에 획(一)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금지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금지하다’라는 것은 간음(奸淫)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금문이 등장했던 중국 은나라 후기는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전환되던 시기였다. 여성의 정조를 강조했던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母)자의 가슴 부위에 획을 긋는 방식으로 금지의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다. 무론(毋論:말할 것도 없음)이 좋은 용례이다. 점 주(丶)는 점(작고 둥글게 찍은 표), 불똥(심지의 끝이 다 타서 엉기어 붙은 찌꺼기), 심지(등잔, 초 따위에 불을 붙이기 위하여 꼬아서 꽂은 실오라기나 헝겊)뜻을 내포하고 있다. 붉을 단(丹)과 주인 주(主)자에 쓰인 점 주(丶)가 좋은 용례가 된다. 매양 매 혹은 탐낼 매(每)를 풀어보면 매양 봄에 새로 돋아나는 새싹은 탐낼 정도로 신비롭고 예뻐 보인다 라는 뜻이 되고, 매화나무 매(梅)를 종합적으로 풀어보면 춘삼월에 매양, 탐낼 만큼 소담스럽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가 매화나무라는 것이다.
꽃 화(花)는 풀 초(艹)에 변화할 화(化)가 결합 된 한자로 풀싹처럼 움이 텄던 꽃망울이 봄볕을 받고 변하여 꽃이 된다는 뜻이다. 화신(花信: 꽃이 핌을 알리는 소식), 화심(花心: 꽃술 혹은 미인의 마음)이 좋은 용례이다.
의령군 의령읍에 새워진 덕곡서원(德谷書院)은 이 시대 성인(聖人)의 본보기가 되는 퇴계(退溪) 이황 선생님을 추모하는 곳으로 경남에서 유일한 서원이다. 덕곡서원에도 매년 매화가 피고, 핀 꽃이 지고 나면 탐스러운 매실이 열린다. 꽃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다한 뒤에도 매화는 다시 열매로 거듭나 사람들에게 두루 이로운 약이 되고, 음식이 되어주는 매화나무의 일생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았던 퇴계 이황 선생을 닮았다. 매화 향기 분분한 춘분을 보내며 처가댁(妻家宅)이 의령(宜寧)인 이황 선생님의 고매한 심성을 닮고자 홍매, 청매 피는 계절에 필자도 매화를 보며, 거울을 닦듯 돌아보며 눈과 마음을 닦아 본다.
| 梅 | = | 木 | + | 每(𠂉=屮 + 母) |
| 매화 매 |
| 나무 목 |
| 매양(탐낼) 매(싹 날 철, 어미 모) |
| 花 | = | 艹 | + | 化 |
| 꽃 화 |
| 풀 초 |
| 변화할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