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꽃을 피우리라. 차가운 바람에도 너는 한 줄기 햇빛으로 견디고 있으니 너의 이름이 무엇이니. 세상에 이름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자유롭다. 그리운 만큼 길가에 피어있으니 너의 곁에 사람도 있으리라. 너의 눈물 꽃이 피면 그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네가 있는 자리가 그대로 삶이다. 그리워할 만큼 삶의 밑자리가 정해진다. 그것이 밀물이 되었다가 썰물이 된다. 어쩌면 누구를 사랑할 만큼은 그의 삶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뽀리뱅이는 두해살이 야생화다. 지금은 땅에 납작 엎드려있다. 자연의 법칙은 엄격하다. 지키지 않으면 죽는다.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따른다. 보리꽃이 필 때 이 꽃이 핀다. 노랗게 보리꽃 옆에 있다. 4월의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우리의 야생화를 보면 너무 슬픔을 달고 있다. 바라는 세상보다 안 되는 세상도 약이 될 때가 많이 있다. 그걸로 통해서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풀려갈 수 있을 테니. 내가 그리워할 만큼 너는 내 앞에 있다. 내가 너에게 멀어질 만큼도 너는 그대로의 그 자리에 있다. 이미 지난해 가을 싹 트고 잎을 내어 방석 식물로 겨울을 지낸다. 잎을 땅에 바짝 붙이고 자라는 모습이 불상을 얹어 놓은 연화대를 닮았다고 일본에서는 '부처자리'라고도 불린단다. 산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고 골목마다 수수꽃다리 꽃향기가 진동하는 때 뽀리뱅이는 남이야 알아주든 말든 소박한 꽃을 부지런히 피워댄다. 그런데 들길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바람이 부는 대로 핀다. 얼마나 꽃대가 부드러운지 바람의 숨결을 만진다. 뽀리뱅이는 기다리는 만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냥 슬쩍 지난 것 같지만 마음의 옷자락은 너에게 있단다. 새봄이 오면 너는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좋다. 4분의 3박자의 리듬 있는 봄노래다. 기다림이 많은 사람은 슬픔이 많다. 그만큼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다. 그래서 길가에 야생화를 유심히 보는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에서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 새봄의 꽃들은 벌써 꽃망울로 활기찬 봄날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게 기다림이 없이 영글어진 세상은 없다. 보리꽃 피면 논둑에 앉아 노래하리라. 아직은 서러운 바람소리 댓잎 사이로 스쳐가지만 수많은 굴뚝새가 되리라. 사랑할 만큼, 그리워할 만큼, 미워할 만큼 너는 그만큼 있어서 좋다. 4월에 씀바귀 꽃 피고 나면 뽀리뱅이 꽃이 핀다. 둘 다 노란 꽃이다. 보리꽃 피고 논에 물이 들어오면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며칠 있으면 찔레꽃 향기가 이 지상에 있는 것들을 모두 움직이게 한다. 살아 있으므로 늘 행복하다. 추운 겨울에 야생화와 함께 있으니 말이다. 연한 꽃대를 올리고 봄바람에 살랑이는 부드러운 마음씨. 그 마음을 오늘도 기억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