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器晩成, 然則秀而不實[대기만성,연즉수부실].
秀而不實[수이부실]이란 말이 있다. 즉 뛰어난 才能이 있으나
結實은 시원찮다는 애기인데, 모를 심어 싹이 웃자라면 이윽고
이삭 대가 올라와 눈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 이삭이 養分을
받아 알곡으로 채워져 고개를 수그릴 때 秋收의 보람을 거둔다.
처음 올라오는 이삭 대 중에는 아예 싹의 모가지조차 내지 못
하는 것이 있고, 대를 올려도 끝이 노랗게 되어 종내 結實을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은 農夫의 손길에 솎아져서
뽑히고 만다. 싹의 모가지가 싹아지, 즉 싸가지다. 이삭 대의
이삭 패는 자리가 穗[혜:싹수]다. 싸가지는 있어야 하고,
싹수가 노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이놈아
싹수가 노랗다“고하면 시원찮다는 말이다.
孔子는 論語 “子罕[자한]”에서 이렇게 말했다.
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묘이불수자유의부, 수이불실자유의부!]
“싹만 트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었어도
結實을 맺지 못하는 것이 있다. 則"苗而不秀[묘이불수]“는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다. ”秀而不實“은 싹수가 노랗다는
뜻이다. 싹이 파릇해 期待했는데, 대를 올려 꽃을 못 피우
거나, 꽃 핀 것을 보고 알곡을 바랐지만 結實 없는 쭉정이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인데, 結果는 같다.
모판에서 옮겨져 모심기를 할 때는 모두가 푸릇한 靑春이었다.
들판의 꿈은 푸르고 農夫의 期待도 컸다. 애초에 싸가지가
없어 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만고만한 중에 싹수가
쭉쭉 올라오면 눈길을 끌지만 웃자라 養分을 제대로 못 받고
病蟲害를 입고 나면 그저 뽑히고 만다. 탐스러운 結實을 期待
했는데 참 愛惜[애석]하다.
漢나라 때 揚雄[양웅]의 아들 子烏는 나이 아홉에 어렵기로
소문난 아버지의 冊 “太玄經[태현경:道家의 經典] 著述 作業
을 곁에서 도왔다. 杜甫의 아들 宗武도 詩를 잘 써서 阮兵曹
[원병조]가 稱讚[칭찬]한 글이 남아 있다. 中樞 벼슬을 지낸
郭希泰[곽희태]는 다섯 살에 “離騷經[이소경]”을 다섯 번
읽고 다 외웠다는 傳說的인 天才다. 權愍[권민]은 難解하기로
유명한 “禹貢[우공]”을 배운 즉시 冊을 덮고 다 暗誦[암송]했다.
하지만 이들은 後世에 전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五世神童인 金時習은 “金鰲神話[금오신화]”라는 著書라도 남아
있다. 아무리 뛰어난 才能도 끈질긴 勞力을 못 이긴다.
大器晩成이 맞는 얘기다. “네 始作은 微弱하였으되 네 끝은
彰大하리라.“ 이것은 聖經의 말씀이다. 始作만 잔뜩 搖亂
하다가 龍頭蛇尾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더 많다.
才能를 못 이겨 제풀에 고꾸라진다. 꾸준함이 才能를 이긴다.
勞力 앞에 당할 壯士가 없는 것은 萬古의 眞理이다.
[長조카 녀석의 아들놈이 弱冠의 나이로 大入檢定에
合格한 것을 記念하고 激勵[격려]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