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아펜젤러·언더우드 내한 기점으로 내년 선교 140주년 기념 기감, 1884년 매클레이 방한으로 올해를 140주년으로 보기도
입력 : 2024-07-11 03:03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지공원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역하다 순교한 선교사들의 무덤이 있다.
사진은 6·25전쟁 때 총탄에 맞아 모서리가 부서진 묘비. 국민일보DB
우리나라 개신교의 시작은 언제일까요.
한국교회는 내년을 선교 140주년으로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885년 부활주일에 인천 제물포에 발을 디딘 헨리 G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와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의 내한을 기점으로 계산한 겁니다.
하지만 한 해 앞서 우리나라에 입국한 선교사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의사였던 호러스 N 알렌(1858~1932)입니다. 그는 미국 북장로교의 파송을 받은 선교사이면서 미국 공사관 소속 의사 신분으로 활동했습니다.
갑신정변(1884년) 당시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우리나라 최초의 외과수술로 살려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를 계기로 왕립 병원인 광혜원의 초대 원장이 됐고 선교의 물꼬를 텄죠. 이에 앞서 로버트 S 매클레이(1824~1907) 선교사가 방한했던 기록도 있습니다. 감리교 파송을 받아 일본에서 사역하던 그는 1884년 6월 제물포에 도착한 뒤 김옥균을 통해 고종에게 친서를 전달한 뒤 외국인 선교사의 교육·의료 활동을 허락받았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매클레이의 방한을 기점으로 올해를 기독교 선교 140주년으로 봅니다.
흥미로운 건 한국교회가 선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1984년에 치렀다는 사실입니다. 매클레이·알렌 선교사의 입국을 기념한 것이죠. 그렇다면 왜 선교 140주년은 1885년을 기점으로 계산한 걸까요.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이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리교와 장로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함께 내한한 걸 기리고 교단 화합 정신을 살려 1885년을 기준 삼은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답은 없다”고 했습니다.
‘첫 성경 번역과 세례자’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답은 또 달라집니다.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성경 번역을 기준으로 하면 1882년이 맞는다”면서 “그해 3, 5월 각각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와 ‘예수셩교 요안내복음젼셔’를 존 로스와 존 매킨타이어 선교사가 서상륜 등 한국인 번역자들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이치만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복음의 결실은 세례인데 1879년, 훗날 성경 번역에 참여하는 서상륜 등 네 명의 조선인이 매킨타이어 선교사를 통해 세례를 받는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는 선교 145주년이 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면서 누구로부터 시작했는지 찾는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과연 이 시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복음이라는 씨앗은 심긴 뒤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고 이를 널리 확산해야 합니다. 기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모두가 선교를 위한 마중물이 됐고 복음을 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2024년, 이 땅의 교회와 기독교인의 현주소는 어디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며 140주년을 맞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