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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71.43%+주석 28.57% 정확히 합금한 방짜의 신비!!!
인류는 예로부터 다양한 재료로 그릇을 만들어 왔지만 놋그릇을 쓰는 나라는 세상에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우리 민족이 유기를 써 온 역사는 매우 오래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시대나 신분 계급, 용도에 따라 청자나 백자 같은 자기와 도기(옹기), 발우 같은 목기와 곱돌그릇까지 다양하게 써 왔습니다. 하지만 놋그릇은 고대부터 산업화 시대 직전까지, 임금님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가장 널리, 가장 오랫동안 애용해 온 그릇입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은으로 만들 수 없을 때는 꼭 방짜로 만들어 썼습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기나 유리그릇, 또는 목기를 주로 쓰는 데 반해 우리가 스테인리스스틸 수저와 밥그릇, 컵 등 쇠로 만든 식기류를 거부감 없이 쓰는 것도 놋그릇을 오랫동안 써 온 경험에서 온, 금속에 대한 친화성 덕택일 것입니다.
방짜 그릇 만드는 나라는 한국뿐
금속은 오랫동안 인류가 사용해 온 그릇 재료입니다. 은그릇이 대표적입니다. 고대에 은이 금보다 더 귀한 금속이었던 데다 독과 접촉하면 색이 변하는 특성 덕에 식기로 각광받았습니다. 구리는 금색을 낸다는 점 때문에 인기 있는 그릇 재료였습니다. 구리로 그릇을 만들 때 여러 가지 다른 금속 합금하는데, 고대 로마 사람들이 납 섞은 구리그릇에 포도주를 데워 먹어 납중독에 걸린 사실이 유명합니다. 로마 사람이 납 섞은 것은 포도주 맛 달게 하기 위해서였고, 납을 섞으면 그릇이 더 반짝이기 때문이란 설도 있습니다.
우리 유기는 용도에 따라 구리에다 상납(주석)이나 아연을 섞었습니다. 식기와 방짜유기는 상납 합금한 향동을 재료로 했고, 주물로 제작하는 촛대나 향로 등 일반 생활용구는 아연을 합금한 주동을 썼습니다. 오늘날 유기는 모두 놋그릇이라 통칭하지만 본래 상납 합금 향동만 '놋'이라 하고, 아연 합금한 주동은 '퉁(銅)'또는'짐'(주물의 옛말)이라고 불렀습니다. 건강에 좋은 놋쇠로는 주물 식기나 두들기는 단조(鍛造) 과정을 거치는 방짜를 만들고, 가공하기 쉬운 아연 합금으론 주물 방식으로 다양한 생활 용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정확한 비율로 합금한 놋쇠는 은그릇처럼 독에 반응하며, 두들겨 방짜를 만들면 그릇 재질이 얇아져 큰 그릇도 가볍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놋그릇을 만들려면 구리와 상납의 합금 비율이 중요합니다. 보통 구리에다 상납을 합금하면 잘 깨지므로 17% 이상은 섞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놋그릇은 구리 71.43%에 상납 28.57% 비율로 합금합니다. 이 비율로 합금해야 두들겨도 깨지지 않아 방짜를 만들 수 있고, 이렇게 만든 놋그릇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악성 대장균 O-157 등 세균을 제거해 주며, 인공 첨가물 또는 음식이나 농약이 들어간 식품을 담아 두었을 때 그릇 또는 음식 색깔이 변합니다. 놋쇠로 만든 화분이나 꽃병에서 식물은 더욱 오랫동안 싱싱하게 살아 있고, 찬합에 담긴 생선이나 고기는 더 오래 신선도 유지합니다.
한국 외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터키, 미국(이민한 터키인에 의해 기술이 건너감) 정도입니다. 그들은 주로 징이나 심벌즈 같은 악기를 만들 뿐, 방짜로 그릇까지 만들어 내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우리는 징과 꽹과리, 바라 같은 악기는 물론이고 대야와 입구가 좁은 요강까지 방짜로 만들어 냅니다.
셈세하고 작은 그릇은 주물 제작 방짜는 주로 단순하고 큰 기물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작은 그릇은 두들겨 만들기 힘든 점이 있고, 두들겨 얇아진 그릇에는 다양한 장식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복잡하고 장식이 많이 들어가는 기물이나 작은 그릇은 주물로 제작합니다. '안성맞춤'의 안성유기는 뛰어난 주물 제작으로 유명합니다.
공구가 현대화되면서 작은 그릇도 방짜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주물제작인 경우는 놋쇠 합금 비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방짜라면 합금 비율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수저만은 꼭 방짜로 만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방짜는 불에 닿으면 깨지기 쉬우므로 불로 가열하는 그릇은 주물유기가 낫습니다. 전통적으로 화로는 주물로 제작해 왔습니다. 간혹 고기 굽는 판이나 전골냄비를 방짜유기로 쓴다고 선전하는 음식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가정에서 놋그릇을 쓸 때는 쓰고 난 뒤 바로 씻어 물기를 완전히 말려 보관하면 녹이 날 일이 없습니다. 곧장 설거지할 수 없을 때는 물에 다 잠기도록 두면 됩니다. 녹이 났을 때는 유기점에서 파는 세제를 쓰면 쉽게 닦입니다. 장기간 보관할 때는 비닐로 싸서 공기를 차단하면 오래도록 노란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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