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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牛♡│ 시 선 ‥| 스크랩 족보에 대하여 외 / 임보
동산 추천 0 조회 39 15.07.12 16:20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족보에 대하여 / 임보

 

 

불도그와 스피츠가

셰퍼드와 치와와가

같은 견공이란 사실에 나는 경악한다

등치나 생김새가 천양지판인 저놈들이

같은 종족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차라리 양이나 토끼를 같은 족속으로

쳐 주는 게 더 낫겠다 싶다

 

그런데

고양이를 보면 으르렁거리던 불도그나 셰퍼드가

스피츠나 치와와 앞에서는 꼬리를 친다

그러니 그들은 자신들의 동족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족보를 읽어내는 저 신통한 감각

저 눈부신 후각

수만 년 인간의 노예로 살아온 그들이

주인인 사람보다 한 수 위다

 

사람들은 같은 혈족, 아니 가족들끼리도

으르렁대고 물어뜯는 수도 있는데 말이다

 

 

 

 

 

송사리들의 회의 / 임보

 

 

어느 봄날 한낮

개울의 웅덩이에

몇 마리 송사리들이 모여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있다

 

갑) 큰 웅덩이에는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우리보다 수십 배나 큰 놈들이 살고 있어

(아마도 큰 붕어나 잉어쯤 본 모양이다)

을) 입이 째지고 긴 수염을 단 괴상한 놈도 있지

(메기나 빠가사리 같은 놈들 얘긴가 보다)

병) 물 밖에서 우릴 엿보고 있는 긴 부리 새들을 조심해야 돼

(황새나 왜가리 혹은 물총새 들에게 먹히면 큰일이다)

정) 저 아래 강물 동네에는 별놈들이 다 살고 있어

(큰 강물 속에는 얼마나 다양한 어족들이 살고 있겠는가)

무) 물 바깥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물 밖에 얼굴을 내밀고 뭍의 풍경을 구경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본 것들을 놓고 온종일 구수회의를 해 봐도

개울의 맨 끝에는 거대한 물의 세상― 바다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보다 수만 배나 큰 고래가 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더더욱, 지상의 산과 흐르는 구름

반짝이는 별들이 있는 세상을

그들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소비가 미덕이라고? / 임보

 

 

요즘 상품, 특히 전자제품들은

오래 쓰도록 견고하게 만들지 않는다

 

겉만 산뜻하게 꾸미고

속은 일부러 부실하게 만든다

 

복사기를 사용해 보면 안다

비싼 잉크 값으로 우려먹는 건 그렇디고 쳐도

겨우 2천 장 복사하도록 토너를 만들어 놓고

교체하려면 새 복사기 값에 육박하는 부품 값을 내란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 구입하는 수밖에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도

1년이 채 못 가 골동품이 되고

200만 원짜리 노트북도

2년이 채 못 가 폐기 처분이다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도 마찬가지

새로운 놈들 때문에 날마다 밀려난다

 

97년산 크레도스를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끌고 다닌 나로서는

이놈들 등쌀에 눌려

헉헉대고 있다

 

 

 

 

돈에 관한 명상 / 임보

 

 

돈이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놈을 얻겠다고, 많이 가지겠다고

노동을 하고, 직업을 갖고, 사업을 벌이고

또 싸움에 전쟁까지 하기도 한다

 

돈, 화폐가 없던 시절엔

물건과 물건을 서로 주고 받았다

곡식이나 과일과 야채를

베나 피륙 등으로 바꾸고

땅이나 사람을

소나 양 돼지 같은 가축들로

바꾸기도 하였으리라

 

그러다가

소금이나 금은 같은 보석들이

교환의 수단이 되기도 하면서

물건을 재는

자(尺)와 되(升)와 저울(衡)이 만들어지고

저자(市場)가 생겨났으리

 

그리고

주화가 지폐로 바뀌면서

은행이 세워지고 주식이 상장되고

재화를 축적하는 재벌이 등장하지 않았겠는가

 

세상을 이렇게 혼란케 만든 것은 돈이다

만약 돈이 없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은행과 주식회사는 문을 닫고

모든 시장들도 거래가 중단되리라

연료를 공급할 수 없어 엔진들이 멈추게 되면

공장도 직장도 다 사라지고 말리라

 

그러면 사람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농촌과 어촌으로 밀려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은 새로운 원시 농경사회로 되돌아가고

달팽이처럼 느림보가 된 사람들은

행복이 속도나 소유와는 무관함을 드디어 깨닫고

나무며 짐승이며 새들의 친구가 되리라

 

- 임보 시집  < 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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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9.01 23:27

    첫댓글 이젠 씨앗, 종자 전쟁도 날 것 같습니다 .1회성 종자로 해마다 씨앗을 사오거나
    공업화로 1차 산업을 등한시 하다가 씨앗도 없고 영농법도 모르고 큰 일이지요.
    다시 農者天下之大本 시대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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