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뮤지컬에서부터 여행해설오디오까지”
라이프에디트의 시각장애인 문화향유 위한 활동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24 18:31:23
▲ 암전뮤지컬 “귀를 기울이면”의 한 장면. ⓒ라이프에디트
라이프에디트(Lifedit) 협동조합(대표 방은혜)은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형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기업으로 지난 2019년 설립돼 매년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문화콘텐츠 제작과 공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경영을 전공한 방은혜 대표는 서울대학교 사회공헌팀에서 일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총장의 ‘선한 인재 육성’이라는 비전 아래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고민하다가 실로암복지관을 찾게 되었고,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문화콘텐츠 제작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암전뮤지컬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2016년 실로암복지관에서 신청자를 받아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무대를 올린 작품이다. 이 경험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고, 음성으로 듣는 것이 시각장애인에게만 접근 가능한 문화가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새로운 체험의 세계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면 결국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되어서 귀를 기울이게 되고, 시각장애인이라는 입장이나 문화가 무엇인지도 귀 기울이게 됨을 알았다.
2019년, 방은혜 대표는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음대를 졸업하고 경험이 없는 채로 사회에 나갔을 때의 막막함을 떠올리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인생을 편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조합명을 라이프에디트로 정했다고 한다.
라이프에디트 협동조합의 첫 프로젝트는 ‘왜 시각장애인에게는 안마라는 선택지 하나밖에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안마사가 아닌 다른 꿈을 꿀 수 있도록 음성으로 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암전뮤지컬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시작으로 2020년 암전뮤지컬 “귀를 기울이면”, 2021년 암전뮤지컬 “글라이더” 3개의 작품을 제작하고 시각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를 올리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특히 라이프에디트의 대표 암전뮤지컬 “귀를 기울이면”은 시각장애인에게 장벽 없는 문화생활을, 비장애인에게는 감각의 확장과 장애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공연 중 “눈을 감아도 너의 마음이 계속 들려와”라는 대사처럼 시각의 장벽을 넘어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무대를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온택트의 장이 마련되었다. 특히 시각장애인 배우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차별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귀를 기울이면”은 스타 뮤지션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사고로 한순간에 시각장애인이 된 ‘은성’과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부딪혀 꿈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미소’ 그리고 장애가 있으나 각자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늘꿈시각장애인센터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21년 부천문화재단과 함께 제작한 입체오디오극 “눈의 여왕”으로 공연예술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라이프에디트는 2022년 오디오 전시해설인 “전시에 목소리를 입히다”와 여행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오감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한 오디오 문화여행 콘텐츠 “히얼트립”을 기획, 제작하였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시각장애인 오디오 크리에이터가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귀로 듣는 필사”도 연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콘텐츠 교육사업으로는 오디오 크리에이터 클래스, 암전뮤지컬 배우양성 클래스, 오디오해설가 양성 클래스, 뮤지컬 북 인성교육 클래스 등 4개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의 오디오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 중이며 이미 전문 목소리 배우로 활동하는 이도 3명이나 배출하였다.
라이프에디트의 오디오 문화콘텐츠의 특징은 보는 것을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조건 즉 암흑 속에서 같이 소리를 듣자는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의 경우도 같이 소리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것을 듣자는 것이다. 이는 일반 문화에 장애인에게 동화시키거나 적응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 문화 속에 동참함으로써 장애인문화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공동의 문화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상대에게 기울어져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어둠 속에서 소리에 집중하고 상상하면 새로운 세계를 찾게 된다.
라이프에디터는 2021년 대한민국지식경영대상 문화산업부문 수상,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중증장애인고용확대 아이디어 우수상, 2022년에는 따뜻한동행 장애인일자리 창출지원사업 우수상 등 많은 상을 수여한 바 있다.
라이프에디트는 도전을 요구한다. 장애는 역경이고 극복의 대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위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 도전은 장애인에게만 요구하지 않는다. 비장애인에게도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장벽 없는 세상을 위한 도전이다. 라이프에디터는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함께 누리고 참여하는 문화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라이프에디트의 오디오콘텐츠 “전시에 목소리를 입히다”와 여행 오디오콘텐츠 “히얼트립”은 아래 링크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전시에 목소리를 입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Lm8230UURo
- 히얼트립 두물머리 https://youtu.be/8qTsQJOj99c
- 히얼트립 용문사 https://youtu.be/CLrT774Ol_Q
- 입체오디오극 눈의 여왕 https://youtu.be/WteJzWv-T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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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