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365=송경화 기자] 도의회 본회의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운영된다.
누가 언제 발언하고, 무엇을 질문하며, 누가 답변할 것인지가 의사일정과 회의규칙을 통해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의원과 집행부가 같은 조건에서 책임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29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다.
의원들의 5분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의장이 박수현 충남지사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줬다.
박기영 의원이 금강수목원 재개장과 중장기 발전 방안을 촉구한 데 대해 박 지사가 직접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박 의원의 발언은 세종시와의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재개장 일정을 도민에게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금강수목원을 산림치유 거점과 치유관광산업지구로 발전시키자는 정책 방향도 제안했다.
문제는 박 지사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다. 도지사가 왜 그 자리에서 발언 기회를 얻었느냐는 것이다.
도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의 5분발언에 대한 박 지사의 설명은 이날 사전 의사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최근 수년간 의원들의 5분 발언 직후 도지사나 교육감에게 즉석 답변 기회를 준 사례도 없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날 발언은 정해진 절차도 축적된 관행도 아니었다. 의장이 현장에서 만든 예외였다.
물론 본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에게는 일정한 재량이 있다. 회의 흐름상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발언을 허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량이 있다는 말이 곧 아무런 기준 없이 예외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그 예외의 수혜자가 집행부 수장이라면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5분 발언은 의원이 도정 현안에 대한 의견 등을 밝히는 제도다.
도정질문처럼 의원이 묻고 도지사가 답하며, 필요하면 다시 보충질문을 이어가는 절차가 아니다. 의원은 정해진 5분 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발언을 마쳐야 한다.
그런데 의원들의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의장이 도지사에게 별도의 설명 기회를 줬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질문과 답변이 필요했다면 도정질문이라는 정식 절차가 있다. 도지사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했다면 의사일정에 미리 반영하고, 의원들에게도 보충질문과 반론 기회를 보장했어야 했다.
그런 절차 없이 의장이 "지사도 할 말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마이크를 건넸다면, 의장은 의원의 문제 제기보다 집행부의 해명 필요성을 먼저 헤아린 셈이다.
도의회는 도지사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자리가 아니다. 집행부가 도민 앞에서 책임을 지도록 묻고 따지는 곳이다. 의장은 그 균형을 지켜야 할 사람이지, 한쪽에 예정에 없던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이날 박 지사가 설명한 금강수목원 관련 입장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공개됐다. 박 지사는 세종시와의 실무 협의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운영비 분담과 공동 발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의회 본회의가 아니어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의장이 전례와 의사일정에 없던 기회를 만들어 도지사에게 다시 발언권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
의회에서 절차는 형식이 아니다.
권력의 크기가 다른 두 주체를 같은 규칙 안에 세우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 장치가 의장의 즉흥적 판단으로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약해지는 것은 의원의 발언권이고 그다음은 의회의 권위다.
도지사에게도 할 말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회에는 도지사의 ‘할 말’을 들어주기 위한 별도의 제도가 이미 있다.
전례도 없고 의사일정에도 없던 발언 기회를 만들어 집행부 수장에게 마지막 말을 맡기는 것은 의장의 배려라기보다 의회의 역할을 스스로 흐린 선택에 가깝다.
출처 : 굿뉴스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