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떠올리지만 현실 속 로봇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로봇은 제작 목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공장 등에서 생산 활동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이 첫 번째, 인간의 생활을 쾌적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서비스 로봇’이 두 번째다.
이와 더불어 미래에는 서비스 로봇의 모습을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팔과 다리가 달린 인간형(혹은 동물형) 로봇, 두 번째는 몸에 착용하여 인간의 활동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흔히 ‘아이언맨 로봇’이라고 불린다. 세 번째는 바퀴나 비행 장치 등을 통해 자기 스스로 돌아다니는 로봇, 이른바 ‘자율이동 로봇’이다. 흔히 ‘무인 이동 로봇’이나 ‘무인 이동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만, 이 경우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소형 로봇에 국한된다.
이 중 현실 사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로봇은 어떤 것일까. 현재 기술 흐름은 ‘자율이동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모습을 바꿔나갈 가장 확실한 방향으로 자율이동 로봇을 꼽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해 초 소형 드론, 무인 이동로봇 개발에 73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정부나 기업도 관련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교통체증 사라진 미래, 현실로 다가올까
자율이동 로봇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무인항공기), 물품 배송용 자동화 카트 등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모든 기계장치를 뜻한다. 단순히 이동만 하는 로봇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율이동 로봇의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조금만 궁리해 보면 쓰임새는 의외로 무궁무진하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관련 기술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사람에 비해 교통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2016년 9월 해외 자동차 매체들은 구글의 개발 중인 자율주행자동차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한 교차로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교차로에서 빨간불 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한 트럭이 옆구리를 들이 받아 발생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차체가 크게 찌그러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 구글
대표적인 사례가 사람이 타는 자율주행 자동차다. 자율주행이 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시켜 준다. 그뿐 아니라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인간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도로상의 부조리함을 일거에 해소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제대로만 응용하면 교통체증이 거의 없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완전히 도입된다면 이론적으로는 도로에 신호등이 없는 교통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얼핏 보면 위험천만하게 모든 차량이 교차로를 그대로 가로질러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차량이 무선신호를 주고받으며 교차로를 통과할 순서를 결정하고, 조금씩 속도를 조정해 멈추지 않고도 충돌을 회피한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은 경찰차나 구급차, 스포츠 목적 등 특수 차량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가 되면 개인이 직접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를 공유 서비스로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자율이동 로봇은 복잡한 배송 시스템에도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이 물품을 집 앞에 내려주는 ‘무인 배송 시스템’은 이미 미국 등에서는 일부 실험적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엔 유명 식품 프랜차이즈들이 연이어 드론이나 무인 자율 주행차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실용화 관건은 안전성 확보
자율이동 로봇이 완전히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낮은 수준의 자율이동 로봇은 이미 실용화된 것들이 있다. 십수 년 전부터 가정에서 흔히 쓰고 있는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다. 왜 로봇청소기가 먼저 실용화됐을까. ‘사고가 나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로봇청소기가 내는 사고는 기껏해야 문틈에 끼어 윙윙거리는 정도로, 나중에 사람이 꺼내 주면 그뿐이다.
국내에서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한 것은 2014년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심현철 교수팀이 직접 개발한 ‘옥토(Octo) USRG’를 이용해 학내 행사에서 딸기상자를 배송했다(사진). 그 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내에서 무인 드론 배송 서비스가 상용화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미국의 아마존 등 몇몇 기업은 드론 배송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한적한 시골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여기 대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 KAIST
자율이동 로봇의 실용화 사례는 또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업체 ‘아마존’은 자율이동 로봇을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자사의 물류센터에 자율이동 로봇 ‘키바’를 도입해 물품관리를 하고 있다. 키바는 창고 내부를 돌아다니는 단순한 기능만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십분 이용해 창고 속 원하는 장소에 물건을 자동으로 넣고 꺼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마존은 키바 도입 후 2년 만에 “운영비용의 20%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은 현재 키바보다 성능이 뛰어난 ‘샌더스’와 ‘페가수스’를 개발해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 이후 이와 비슷한 물류용 자율이동 로봇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앞으로 주차장 자동관리 시스템, 공항의 수화물 운송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스템이 실용화될 수 있었던 건 창고 속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활약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움직일 때 사고가 나지 않는 환경을 미리부터 설계하고 꾸며주는 식이다.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된 탑승용 자율 주행 자동차, 하늘에서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드론 등은 이야기가 다르다. 더구나 로봇이 복잡한 도심 속을 돌아다니려면 훨씬 더 고난도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탑승용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구글, 도요타 등의 기업은 복잡한 안전 검증에 수년째 매달리고 있다.
최근 사람이 타는 자율주행차보다는 안전기준이 조금은 덜 엄격한 ‘물품 배송용 자율주행차’에 대한 실용화 연구가 한창이다. 무인 자율이동 로봇에 물건을 실어 물품이나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다.
도미노피자는 일반 자동차의 절반 크기로 시속 40km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맥도날드도 자율주행차 선두 기업인 우버와 함께 음식 배달용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피자헛도 최근 택배업체 ‘페덱스’와 공동으로 차량형 배달 로봇을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드론 배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적한 시골 환경에선 실험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전선과 복잡한 간판 사이를 헤집고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는 도심 환경엔 아직 적용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는 도심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묶어 두고 있다. 아직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위험성이 높은 탓이다.
자율이동 로봇이 확고히 인간 생활에 녹아들기 위해선 주변 환경을 능동적으로 파악하는 각종 센서 기능, 이런 정보를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발전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십수 년 정도면 실용화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