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직장에서도 맡은 일을 해내고, 가족과 웃으며 대화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가족에게는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그가 우울하다는 걸 알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보다 공허함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자신은 계속 힘든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지내는 모습이 위선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우울한데 웃는 나는 위선적인 사람일까요?"
자신의 고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고통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을 믿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우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웃을 수도 있고, 업무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이 우울감과 함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청년에게는 이런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우울하다고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지내는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감정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울하다고 해서 언제나 우울한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며, 웃는다고 해서 우울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에는 웃고 대화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공허함과 무기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정 순간에 드러나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전반적인 정서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감정보다 자신의 행동을 더 믿을 때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때 감정만 살펴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판단의 근거로 삼습니다.
우울한 기분이 들더라도 출근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맡은 일을 마쳤다면 스스로 괜찮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면 행동에서도 그 어려움이 드러나야 한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판단 방식은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일으킵니다. 감정은 힘들다고 말하는데 행동은 일상을 유지하고 있으니,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행동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뿐,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전부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도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우울증이 기분뿐 아니라 생각과 일상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며,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때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 내면의 경험을 반박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생활을 감당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청년은 자신의 행동을 위선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사회적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이 다르다는 사실은 그를 위선적인 사람으로 규정할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펴볼 부분은 자신의 감정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생겼을 때, 그 차이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입니다. 자신에게는 힘들다고 느낄 권리조차 허락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근거로 내면의 고통을 부정한다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이해한다는 것
그 청년에게는 사람들 앞에서 웃는 자신과 혼자 있을 때의 자신 중 어느 쪽이 진짜인지 판단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모습 모두 그가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순간에는 웃을 수 있고, 혼자 남으면 우울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가짜라고 규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자신이 겪는 우울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우울함에 걸맞은 모습까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힘들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일상에서도 힘든 티가 나야 한다면, 평소처럼 생활하는 순간마다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게 됩니다.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우울함을 모든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일이 아닙니다.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지속되는 우울감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고통을 입증할 만한 모습을 갖추는 일이 아닙니다. 겉으로 어떻게 보이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도움받을 이유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상담에서는 우울감의 정도뿐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기 힘든 이유, 다른 사람에게 상태를 알리지 못하는 이유,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등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그 차이를 곧바로 자신의 결함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판단하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 살펴볼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