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삼각지(배호)

[선경악기]

『돌아가는 삼각지』(작사 이인선, 작곡 배상태)는 1967년

「배 호」 (1942~1971)가 취입 한 불세출(不世出)의 명곡(名曲)

입니다. 당시만 해도 무명 작곡가였던 "배상태"가 「배 호」를

기용하여 발표한 첫 번째 히트작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저음의 매력과 심혈을 기울이듯 하는 「배 호」의

정열적인 창법(唱法)이 곡과 어우러져 청중을 매혹시켰고,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일약 "배상태"를 인기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게 하였죠.

"배상태"(경북 성주, 1939년생)는 1961년 서라벌 예대를 졸업

하고, 1965년 가을, 군에서 제대한 그가 만든 『돌아가는 삼각지』는

노래를 부를 가수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은 사연이 있습니다.

당대의 인기 가수 "남일해"는 연습만 했고, "금호동"도 구닥다리

노래 라며 퇴짜를 놓았으며, 유망 신인 가수 "남 진"도 여의치

않아 무명 가수 "김호성"이 처음 녹음했지만 음반이 나오 질

못했습니다.

"배상태"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서울 종로2가 '궁전 카바레'에서

7인조 캄보 밴드 마스터였던 드럼 주자 「배 호」 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합니다.

당시 「배 호」 는 '신장병'으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가운데

"배상태"가 내놓은 악보들을 두고 가라며 녹음을 승낙합니다.

이튿날 "배상태"는 청량리 성 바오로 병원 뒤 「배 호」 의 엉성한

사글셋방을 다시 찾아왔고 두 사람은 연습을 시작했지만, 병든

「배 호」 의 호흡이 너무 짧아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나 그 전날 밤 「배 호」 는 모든 악보를 외우고 난 뒤였습니다.

"배상태"는 「배 호」 를 부축해 '장충동 녹음실'로 향했고, 녹음은

만족스러웠습니다.

폭넓은 음역과 드럼 주자였기에 가능했던 정확한 리듬 타기 장점이

있는 「배 호」 는 단 한번의 NG도 없이 한판을 완성 시켰습니다.

"최희준"의 목소리에 달콤한 입맛을 다시던 대중들 앞에 거친

남성미와 온 몸을 뻐근하게 하는 호흡의 「배 호」 가 짙은 우수의

목소리로 사람들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것이었습니다.

「배 호」 가 『돌아가는 삼각지』를 녹음할 당시만 해도 서울 시내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전차(電車)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육중하게

굴렀고, '삼각지'는 아담한 동산에 분수가 곁들인 '로터리'의 미(美)를

간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작곡가 "배상태"는 과거 해병대 사령부 군악대에 소속해 있었기

때문에 이 '삼각지 로터리'를 자주 왕래했었습니다.

이 '삼각지 로터리'는 특히 군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습니다.

흔히 퇴근 무렵의 황혼 길을 걸을라 치면 군복 차림의 젊은이와

아가씨들의 데이트 풍경이 눈에 자주 띄는 것도 이곳에 특징

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도 가지가지...,

작곡가 "배상태"는 '삼각지 로터리'를 오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생을 읽어보곤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기를 한동안 ...

그는 제대 후 노량진에 하숙을 정하고 이 '삼각지'를 오가면서

그 옛날에 보았던 정경(情景) 속에서 악상(樂想)을 떠 올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것이 『돌아가는 삼각지』...

"한 사나이가 옛 사랑을 찾아 '삼각지'로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사연입니다".

한껏 노래를 부르다 훌쩍 세상을 떠나 버린 「배 호」는 이제 가고

없지만, 그 노래는 남아 지금도 무대에서 선 그의 모습을 눈에

선하게 하는 노래입니다. 어떻든 이 노래가 히트의 절정에서 한참

거리를 휩쓸게 되자 이에 발맞추듯 '삼각지 로터리'에는 그야말로

돌아가는 입체 교차로가 생겼습니다.

이 무렵 사람들은 「배 호」 와 "배상태" 두 사람을 향해 "노래의

입김으로 교차로가 생겼다면 '준공식 테이프'는 그 두 사람이

끊어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던 노래입니다.

『돌아가는 삼각지』히트 이후 '전 우' 작사 '나규호' 작곡의 "누가 울어",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 '안녕" 등도 가요사(歌謠史)를 전진시키는

훌륭한 이정표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미성(美聲)의 "남인수" 그리고

"최희준" 시대에 이은 「배 호」 의 등장으로 독특한 스타일의 가요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천 아이러브색소폰클럽 대표 윤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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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 짖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타리를 헤메도는 이 발길

떠나버린 그 사랑을 그리워하며

눈물 젖어 불러보는 외로운 사나이가

남 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