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발행사들이 가치 고정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총 발행액의 100%에 달하는 준비금을 미국 단기 국채와 예금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채워 넣으면서, 미 국채에 대한 거대한 신규 수요처가 디지털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창출됐다.
2026년 5월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200억 달러(약 441조 60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테더와 써클사의 유에스디씨(USDC)가 90%에 달하는 지배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거대한 자금 뭉치가 통째로 미국 국채 시장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미국계 글로벌 결제망에 대한 고도화된 의존도를 털어내고,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유럽 영토 내로 무분별하게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29년 정식 도입을 목표로 디지털 유로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역시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를 훼손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은행들이 규제와 정치적 타협안을 마련하느라 디지털 화폐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글로벌 자본 시장과 투자자들은 이미 국경 없는 송금과 확실한 가치 저장이 가능한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대안 금융 인프라의 표준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라 디지털 영토를 선점하기 위해 조용히 진격하는 미국 달러 패권의 첨병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026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전체 거래량의 약 75%를 스테이블코인이 장악했으며, 분기 거래 대금은 무려 28조 달러(약 3경 8640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일일 거래액 역시 8.3조 달러(약 1경 1454조 원)에 이르며 전체 디지털 경제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전통적인 법정화폐 시스템의 국경 간 장벽과 무거운 송금 수수료를 회피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자본의 흐름을 가속화한 결과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의 지연과 관치 금융의 한계 속에서, 민간의 똑똑한 유동성은 이미 완벽한 달러 지향형 자본의 대피소를 구축했다.
미국 의회가 가상자산의 생태계를 양성화하는 대규모 입법 조치인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클래러티법) 제정에 성큼 다가서면서 현실화됐다. 미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앤절라 올소브룩스 상원의원은 오랜 교착 상태를 깨고 2026년 5월 초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쟁점이었던 수익 보상(이자 지급) 조항에 대해 극적인 초당적 합의안을 도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