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투혼은 인간에 못지않다. 태어난 곳의 독특한 냄새를 기억하여 어미가 되어서 찾아온다. 수천 킬로미터 여행을 떠나 심해에 살다가 태어난 곳의 흙냄새를 기억하여 2~3년 후 가을에 어미 연어가 되어 돌아온다. 혼자가 아니고 떼를 지어 몰려온다. 알을 낳아 씨를 퍼뜨리기 위한 종족보존의 본능이 강한 투혼을 불사르게 한다. 산란장에 도달하기까지 여울과 싸우고 폭포를 뛰어넘는다. 역류 동안에는 미끼의 유혹도 거들떠보지 않고 어미로서 생을 마감할 각오로 온갖 시련을 이겨낸다.
사람들이 그물을 쳐 놓아 방해한다. 야생 곰이나 다른 천적들이 눈을 부릅뜨고 기다린다. 출생지를 찾아가려고 나서서 갖은 고난을 이겨내었지만 안타깝게도 고향을 눈앞에 두고 죽음을 맞기도 한다. 수몰 지역이 되어 터전이 없어지거나 냇물이 말라 물길이 끊긴 곳도 있다. 경사가 심한 곳에 높이 쌓은 제방을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넘을 수 없어서 물개나 상어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방향을 잘 못 잡아 물 밖으로 나오게 된 놈은 모성 회귀의 막을 내려야 한다.
연어의 회귀는 물이 세차게 흘러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기하거나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목숨을 걸고 계속 도전한다. 이런 습성은 평상시 훈련으로 다진다고 한다. 어찌 물고기가 장애물을 가상하여 도전하는 훈련과 준비를 하는지 신비롭다. 연어가 이런 훈련은 한다는 것은 그들만의 삶의 작전인 것 같다.
연어가 모성 회귀 정신을 가지고 끝까지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벽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삶의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다. 현대인들이 결혼을 꺼리고 출산을 안 하려고 해서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나라와 지자체가 출산 장려에 많은 힘을 쏟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출산율이 자꾸만 떨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대를 잇기 위해 3~4년 살고는 죽는 연어가 애처롭다. 연어처럼 사람들도 포기하거나 일을 미루지 말고 끝까지 해내려는 투지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죽음을 각오하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끈기야말로 생활에서 조금만 어려워도 포기하고 단념하는 신세대들이 강한 자극을 받았으면 한다. 도전하지 않는 것은 내가 할 일을 포기한다는 것밖에는 다른 변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병환으로 집안 살림이 어려웠다. 공부를 중단하고 중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큰형이 졸업장을 받아야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후원을 해주었다. 꿈을 키우기 위해 대학을 가고 싶었으나 여건과 기회가 안 맞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나오니 세상이 너무나 달라져 내 생각과 내가 아는 상식으로 통하지 않았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욕심이 솟구쳤다. 방송통신대학을 다녔다. 연어는 모성 회귀의 정신으로 살아왔지만 나는 내 인생의 장래를 위해 계속 도전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주변의 유혹이 끈질기게 다가왔다. 먹을 진하게 갈아서 흰색 전지에 먹물을 입혔다. 하숙집 방문에 걸어 형광등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여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게 막았다.
내 노력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싶었다. 영어시험이 없는 대학원을 택해서 입학했으나 첫 수업부터 영어원서를 가지고 강의를 했다. 포기해야 하나 계속 다녀야 하나를 고민하면서도 투지로 3년을 버텼다. 졸업시험은 노력해도 통과가 안 되고 특히 영어시험은 자신이 없었다. 영어책과 씨름하고 노력을 해도 능력의 한계인지 3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시작한 일 매듭을 지어야 하고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각오로 도전하여 다른 학우들과 같은 날 학위를 받았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끈기가 남들과 같은 대열에 끼이는 기쁨을 얻었다. 요즈음 이력서에 한 줄을 채울 때는 그때 어려웠던 일을 떠올리며 투혼의 중요함을 깨닫고 있다.
나는 가끔 박상영 선수가 쏟은 투혼을 떠 올린다. 그는 리루 올림픽 남자 펜싱 개인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헝가리의 임레 선수와 맞붙었다. 2분여를 남겨둔 10대 14 절망적인 상황에서 연속 5득점을 얻어 대역전극을 이루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은 그의 투혼이었다.
무릎 십자인대 수술에도 불구하고 오랜 재활 훈련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여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그래 나는 할 수 있다.’를 주문처럼 되뇌던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끈기와 노력으로 이룬 결실을 생각해 본다. 그때 주저앉아 버렸더라면 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연어의 투지는 우리 사람들의 생활에 나침반이 된다. 연어의 생활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는다. 연어는 바다가 터전이라 세계의 바닷속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마음을 바다처럼 넓게 가지고 남은 삶도 투혼을 불태우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