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이들과 만나면 새콤해져서 절로 윙크가 나오는 임은자 시인! 시인의 첫 번째 윙크인 『시력검사』. 동시집의 표제작이 된 「시력검사」로 전국 동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임은자 시인이 첫 동시집을 선보입니다. ‘자두’라는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한 입 베어물면 절로 윙크를 하게 되는 것처럼 『시력검사』에 들어있는 시편들을 따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두 같은 아이들을 만나 시를 쓰고픈 마음이 일어 시를 쓸 때조차 다정한 윙크를 건내고 있다는 시인. 그 상큼한 윙크들을 한번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목차
시인의 말_
1부 물고기가 날아간다
밀림의 왕 012 시력검사 014 링거 016
알리바이 018 엑스레이 019 눈사태 020
바나나 할아버지 022 할머니 국수 023
일로 와! 024 풍선 026 OK 사인 028
빼기버스 030
2부 민수 전학 가는 날
친구니까 034 닥대가리 036 거짓말 037
필통 속 친구들 038 구석 040 줄넘기 041
안녕 042 민수 전학 가는 날 044 물구나무 046
동생의 예습 047 쓰고 닦고 048
어깨동무 050 만약에 말이야 052
3부 착각하지 마세요
눈맞았다 056 봄비 057 눈 온 날 058
무 귀신 060 할아버지 제삿날 062
아버지 가방에 들어갈 뻔한 065 선인장의 도킹 066
착각하지 마세요 067 D-7 068 새끼발가락 070
엄마 아픈 날 072 뻔뻔한 형 074 할머니와 고등어 075
4부 간절한 곳
에어팟 078 궁금합니카톡 080 네잎클로버 082
새알을 사 오라는데 084 일기 087 피노키오 088
튜브 불기 090 우리 땅 091 가족사진 092
지구인 094 간절곶 096 달마티안 098
책 속으로
5교시
내려온다
내려온다
눈덩이가 굴러 내려온다
책도
칠판도 다 덮었다
선생님도
학교도 다 덮었다
내려온다
내려온다
눈꺼풀이 내려온다
--- 「눈사태」
우리 오빠 십팔 번
너 일로 와
아이스크림 혼자 다 먹었을 때
못생겼다고 놀릴 때
얼레리꼴레리 까불 때
일로 와
하고 소리친다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매번 오빠가 왔다
--- 「일로 와!」
볼이 빵빵해지면
풍선도 빵빵해지고
풍선이 빵빵해지면
기분도 빵빵해진다
내 숨 다 주어도
나는 작아지지 않는
--- 「풍선」
5-1
49-1
80-1
우리 동네 빼기버스
화난 마음 빼라고
미운 마음 빼라고
더하기는 없고
빼기버스만 있다
--- 「빼기버스」
룩말
끼리
릴라
알라
마스크 껴도 다 알아
호랑
원숭
고양
다람
꼬리 말아도 다 알아
--- 「친구니까」
운동회날
보나 마나
일등이라서
뛰나 마나
일등이라서
엄마는 오지 않았다
--- 「거짓말」
출판사 리뷰
윙크하며 살고 싶어 자두를 먹고
윙크하며 살고 싶어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고
자두를 먹을 때마다
윙크가 나와서
아이들을 만나면
윙크가 나와서
시를 쓰면
윙크가 나와서
윙크하며 살고 싶어
자두를 먹고
아이들을 만나고
시를 쓰고 있어요
-「시인의 말」 전문
『시력검사』는 임은자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그림은 임은자 시인의 짝인 김동현 작가의 솜씨입니다. 환상적인 호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인은 또한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벗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있는 부지런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성실함에서 우러나온 성실한 시선과 그에 머물지 않는 시편들이 지닌 상큼함.
“숟가락으로 한쪽 눈 가리고/ 보지도 않는 지우에게 윙크했다// 윙크 한방에/ 나비가 날아”갑니다. 지우에게 용기내 윙크를 보내고 싶지만 마음이 빨게져서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력검사하는 날 지우가 보거나 말거나 지우를 향해 한쪽 눈을 가리고 윙크를 보냅니다. 그러자 시력검사표에 그려진 까만 “비행기가 날아간다// 윙크 한방에/ 물고기가 날아”갑니다. 교실이 갑자기 파란 하늘이 되고 깊은 바닷속이 됩니다. 어쩔 줄 몰라하던 마음이 “안경 없이도 훤”해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이 겪게 되는 일상의 자잘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발랄한 발성을 지닌 『시력검사』.
발랄함만이 아닙니다. 자칫 무거운 마음이 천근만근이 될 수 있는 병원에서의 엄중한 상황도 단순히 거기에 머물지 않고 밝은 희망에 가까이 몰고 갑니다. “엄마 이쁘게 찍고 와// 사진 찍으러 들어가는 할머니”를 응원합니다. 할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왔습니다. 할머니 마음이 무겁지 않게 남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도 아프지 않게 하는 마법 같은 말을 툭! 던져 놓습니다. “엄마, 이쁘게 찍고 와” 이 발랄함에는 속 깊은 정과 용기가 있습니다.
“풍선이 빵빵해지면/ 기분도 빵빵해진다// 내 숨 다 주어도/ 나는 작아지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보람찬 힘씀이 내 모든 걸 내놓아도 끄떡 없습니다. 「풍선」에는 앞으로 글을 쓰는 데에 대한 임은자 시인의 다짐 같은 것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읽는 이의 기분을 빵빵하게 만들어 줄 숨을 한껏 불어넣어도 지치지 않겠다는 시인의 행보를 지켜보는 우리도 덩달아 용기 충천해질 것입니다.
시인의 말
자두를 먹을 때마다
윙크가 나와서
아이들을 만나면
윙크가 나와서
시를 쓰면
윙크가 나와서
윙크하며 살고 싶어
자두를 먹고
아이들을 만나고
시를 쓰고 있어요
- 2023년 여름 임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