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남 외아들에게 시집온 지 3년이 되었어요.
참 좋은 분들이고 어떨땐 저희 친정엄마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질때도 있을 만큼
무난한 고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막 결혼했을때는 2년간 시댁과 버스 두정거장거리에 있어
매주 아니 주 2-3회도 들릴 정도였어요.
전 경제적으로 조금 많이 여유롭게 자란 편이라서
스무평도 안되고 화장실도 하나. 거실을 중심으로 모든 방이 다 보여서 늘 오픈된 생활을 해야하는 시댁문화가 생소했지만 제가 선택한 남편이 스무해를 넘게 살아온 집이라
제 특유의 명랑함으로 오히려 남편이 피곤하다고 가기 싫어할때도
기다리실 시부모님 생각에 제가 꼬셔서(?) 데리고 다녔어요.
그런데
너무 자주 가다보니 부모님은 좋아하시는데 오히려 하나밖에 없는 시누가 싫어하더군요.
아직 결혼 안한 시누입장에선 저희가 밥하기 싫어서 놀러오는
오면 늘 김치라도 바리바리 싸가는(시누 표현.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자기 엄마 고생시키고 자기가족의 사생활공간을 침해한다고(언제가 남편에게 쪽지까지 썼더군요.충격으로 얼마간 시누얼굴도 보기 싫었어요.^^;; 설마 신혼의 며느리가 자기손으로 밥해먹는게 덜힘들지..김치 차라리 사다먹지..그게 얼마나 한다구..참 서운함을 넘어서서 억울하더군요.)
그러다가 제가 마음을 다잡았죠.
저희 시댁은 없는 가정환경이지만 늘 가족끼리 화목하고 무엇보다 제가 시집오기전엔
하나밖에 없는 막내딸 시누가 집에 중심이고 늘 주목받는 대상이었을텐데.
그런데 제가 시집오고 난 이후로
늘 시댁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게되었거든요.
제가 애교가 많고 명랑한 편이라서(친정에선 과묵하고 소심한 딸셋에 장녀인데..사람이 환경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다니.참 아이러니 하지요?.) 시부모님들도 저를 재미있어 하시고
제가 없으면 웃을 일도 없다고 하세요.
그러니 저희 시누입장에선 제가 그닥 달갑지 않았겠지요.
그런 저를 시누는 시집오기 전부터 조금 거리를 두는게 느껴졌는데
시어머님 표현으로는 저를 많이 질투를 한다고 하시네요.
손위고 나이도 5살이나 많은 제가 이해해줘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그런 시누를 저는 나름대로 귀여워하지요.ㅋㅋ
명절이나 생일 어린이날 등등 기회만 보이면 작은 선물이라도 꼭꼭 챙겨주고
시누 남자친구 불러다가 밥도 사주고 저희 둘이 외식할때는 늘 시누를 부르려구 노력했었어요
근데 사람의 관계가 상대적인거라서 그런지 1년조금 넘고 부터는 그냥 시누를 방치(?)하게 되네요. 저보다도 제 노력을 받아주지 않는 시누에게 남편이 더 화를 내더라구요. 그냥 내버려 두구 모른채 하구 살라구..꼭 저만한 시누있는 집으로 시집가라고 남편은 요즘들어 노래노래 합니다.
사실 저역시 그런생각이 많이 들어요. 요즘은.
암튼
저는 집에서 사람을 부리던 친정에서 제책상이나 치우는 정도의 가사숙련도에 (--;;)
대학원마치고 직장생활 2년 정도에 남편에게 시집온터라
할줄 아는 집안일도 별로 없고
부지런한데다가 일명 <번개>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 시어머님 살림살이 솜씨를
감히 따를수도 없다보니..어머님을 그냥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면서
제 부실함을 그냥 말로라도 메꿔보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시어머님은 무지하게 시집살이 하신분이어서 늘 저를 편하게 해주시려고 하고
시댁에 가도 설겆이 외에는 별다르게 시키는게 없으세요.
아들에게도 아들이라고 특별히 해주시는것도 없지만 특별히 바라시는것도 없어서
저희를 편하게 해주신다는거 너무 잘알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해요.전
여기 글들을 보면 많이 해주시고 많이 바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 주고 받는 고부관계를을 많이 보는데
전 일상의 모토가 <순간을 행복하게 살자~~>여서
그냥 지금 상태를 제가 즐길수 있는 최상의 평온함으로 여기면서 즐거우려고 노력해왔어요.
(안그려면 어쩌겠어요. 제가 선택한 결혼인데..^^)
밧뜨
그런데 올 1월 저희가 보증금 6천 월세 20의 빌라에서
1억 4천짜리 30평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시댁과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함께 사시고 싶다는 거죠.
아버님은 무지하게 적극적으로 어머님은 소극적으로. 아가씨 마저 아싸~~ 나도 이쁜집에서 살고..이런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
그러나 상황은
04년 결혼시 시댁에서 집얻는데 해주신돈 2천(남편은 직장생활 7개월 만에 결혼하느라 남편이 번걸로 예물 신혼여행 기타 예식장 부대비용정도 들어간거 같더라구요.)
제가 벌어논돈 4천.이렇게 해서 6천이 마련된거고
올 06년 이사는 원래 제가 시집오기전 2천 정도의 비자금과
친정엄마가 아기 생기면 방하나 더 있어야 한다고 30평으로 가라고 주장하시는 바람에 엄마가 2천을 주셨어요.(남편과 저는 꼭 갚을 생각이구요.)
이부분에서도 전세 살면서 무슨 30평이냐고 하실 분들 많겠지만 저희 엄마는 큰딸인 제가 엄마눈높이에서 코딱지만한 집얻어 사는걸 가슴아파하세요. 어찌나 2년동안 속상해 하시는지..이부분을 무시할수 없었어요. 장녀이신 분들은 그 마음을 조금 알아주실런지... 2년동안 한번도 저희 집에 온적 없으시던 친정부모님이 요즘은 가끔씩 놀러오시고 친정 동생들도 놀러오는데 그동안어떤 마음이셨는지 비로서 이해가 되더라구요.
처음 이사하고 저희집도 아닌 집인데도
시부모님은 저희가 무슨 맞벌이 2년동안 떼돈 번 사람들인것처럼 취급하시더군요
시누는 직접 그렇게 떼돈벌어서 앞으로 얼마나 잘살아 볼려구? 하더군요.
친정에서 보태줬다는 말..부모님 속상하실까봐..남편 탓하실까봐..말 못하겠고.
제가 가져온 돈도 왜 처음부터 다 안놓고 월세 살았냐고 하실꺼 같고..
그동안 이렇게 잘 모으고 살았으면서 시댁에 그토록 경제적으로 소원했냐..하시는 분위기가
저를 참 힘들게 했어요.
제가 못된건지 전 사실.시댁에서 해주신거 전혀없으시니까.
(이부분에서 태클거실 분들 많겠지만 전 남들이 말하는 s대에 대학원까지 나온 주변 샘플들이 하도 거창해서 결혼하면서 30평대 미만 아파트 안사주신 분들이 희귀한 케이스에요. '사'자랑 결혼 안한 친구도 드물지요. 그러나 그게 당연하다구 생각할 만큼 이기적인 성격도 아니고 경제적이고 사회적 지위가 중요한 가치로 여겼으면 지금 남편하구 결혼안했을테니까..이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말아주세요. ) 시댁에는 최소한만 해왔거든요.
생신.결혼기념일 명절때 10만원 정도하고 친척 부조는 따로 하는 정도. 가끔 한두달에 한번정도 저녁식사 대접하고.
근데 그건 여유있는 친정식구들에게도 마찬가지고. 저희 입장에선 어떻게든 열심히 경제적 자립을 이룰때까지는 부모님께 돈으로못해도 마음과 몸으로 최선을 다해보자..하고 있거든요.
그걸 늘 기특해 하시는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사 후에 시부모님과 저희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한거죠.
그리고 아버님은 요즘 들어선 "자식을 30년 키웠으니 부모를 30년 부양하는건 당연하다."라는 말씀을 자주하세요. 저희 시부모님의 경우 20살에 결혼하셔서 올해로 50이 되신..사실 사회적으로 보면 노인이 아닌 <장년>의 범주에 들지 않을런지..
장남과 결혼하면서 부모님을 언젠가는 모실 각오를 안한것도 아니고
다만 그 언젠가가 부모님이 환갑에서 회갑이 될 먼~ 시기로 생각한거죠.
남편은 무엇보다 아가씨 시집가기 전까지는 절대 안된다고 하지만.
우리 남편도 착한 사람이라서 부모님이 아주 간절히 원하신다면. 별수 없으리라 보이네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구요.
위에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전 시부모님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거든요.
이런 일련의 일이 있고 부터 이사를 핑게로(남편 직장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오다 보니 시댁과 조금 멀어졌거든요.) 한달에 한번정도로 시댁에 가는 횟수도 줄었고
거의 매일 하던 전화도 일주일에 한번정도가 되었고
서로 대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정말 마음도 소원해지더라구요.
그리구 이사하면서 소소한 문제로 시댁에 가슴아픈 일이 많았거든요. (그것도 그냥 명랑하게 넘어갔습니다. 아파트에서 처음 살아본다며.것두 화장실 두개라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하던 남편을 보면서 시부모님이나 아가씨를 이해하려구 노력했지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차라리 시댁에 들어와 살라구 하면 전 지금보다 쉽게 결정할수 있을꺼 같아요.
전 맞벌이하구. 어머님이 살림에 아이 양육까지 도와주시는 상황자체는 똑같은데.
저희가 들어가는거 하구
저희 집으로 부모님이 들어오시는거 하구는 정말 다른거 있죠?
전 나름대로 알뜰한 짠순이어서 합가할때 이뤄지는 경제적 이득으로 저의 불편함을 받아들일수도 있는데
남편말로 지금 합치게 되면 시댁과 경제적으로도 영원히 합치는게 된다네요.
그건 저한테서 일종의 꿈을 사라지게 하거든요.
하루 빨리 알뜰하게 모아서 우리 집을 사고
제 스타일로 이쁘게 꾸미고 가꾸면서 우리식구 알콩달콩 살아보고.
이게 제 소박한 꿈인데..부모님의 경제적 빈곤을 지금부터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답니다. 지금 아버님이 버시니까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건 아니지만
지금 살고 계신 집은 빚갚고 나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네요.
저 어쩌지요?
사실 마음 한켠으로는 우리 남편 이렇게 착하고 반듯반듯하게 키워주신 부모님이셔서
쉽게 외면할수도 없는 애틋함이 있고
한켠으로는 어렵게 선택한 결혼 저희 둘이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간절합니다.
지금 외관상으론 잠시 합가가 미뤄진 상태지만 내년 쯤 아가씨 결혼하고 나면 또 문제가 될텐데..전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p.s이래서 돈 많이 벌고 싶더라구요. 꼭 돈이 주는 사회경제적 윤택함 말고
정신적인 여유..가 제일 부러워요. 돈 많이 벌어서 제 자식에겐 부담이 안되고 저희 부부 타인에게도 조금쯤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질수 있는 노후를 만들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첫댓글 시부모님 연세가 아직은 괜찮으신데...합치는건 나중에 하세요! 한번 합치면 영원히 합쳐야되겠죠?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함 하세요!
좀 작은 평수로 다시 이사하세요,,,, 시부모님이 아직 연세도 젊으신데.. 굳이 들어 가실려는게 이문제는 항상 답이 안나오는 듯해요 ,, 어질어질 @.@ 암튼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
시부모님께 사실대로 다얘기하세요.. 말로표현하지 않으면 잘모를수도 있어요..,.솔직하게 말씀하신다면 조금이나마 이해하시지 않을까요?
친정에서 보태준 거 얘기하세요. 인간적으로 지금 시부모님을 좋아하는 거랑은 전혀 다른 문젭니다. 같이 살아보면 어떻게 다를 지 모르는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