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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daum.net/GuardianTales/ARz6/567284(어나더 사이드 스토리- 막간의 이야기5편(보름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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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헤어진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은 거의 온전히 세르니온의 편이었다. 튜링은 더욱 세를 불려가면서 이제는 솔즈베리의 제외한 중앙의 거의 전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고 아무도 그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거나 하지 않았다. 또한, 마계의 고위층들도 세르니온의 생각에 호의적으로 기울며 세르니온에게 각종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거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딱 하나 이 세계의 세르니온이라는 오점을 빼고는.
“왜 그때 죽이지 않았죠?”
사무실에 앉아 책상에 다리를 쭉 뻗은 체 얼굴에 읽다 만 보고서를 올려놓은 세르니온은 MK.2가 들어오자마자 조용히 물었다.
“비록 다른 너라 해도 너를 죽이는건 꺼림찍 했으니까.”
“정말 그것 뿐인가요?”
MK.2는 눈썹 하나를 살짝 들어올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그럼 내가 묻지 너는 왜 내가 그를 살려둘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세르니온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냥 내버려 두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럼 믿고 맡겼으면 그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 것 아닌가.”
세르니온은 뒷목을 주물렀다. 그는 입술을 쭉 내밀며 대답했다.
“맞아요. 이건 그냥 푸념, 투정일 뿐이에요. 결국, 내가 실수한 건데 그 책임을 온전히 지는 건 싫어서 MK.2씨에게 좀 돌리려는 거에요. 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 녀석 오딜이라는 자와 함께 51구역에 대해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우리가 그곳에 연관된 사실들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면 문제가 커질 것 같으니 일단 그쪽 에서 문제 될만한 것들은 좀 치우는 게 어떨까요?”
MK.2 역시 세르니온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라 생각해서 증거품들에 대한 것들은 모두 치워놓으라고 지시를 내렸어.”
“역시 MK.2씨는 다르다니까요. 명령 받은 거 이외에 고차원적 사고를 못 하는 다른 안드로이드들과 달리 저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여주니 제가 마음을 놓을 수밖에 없다니까요. 그럼 이제 그 문제는 그만하도록 하고….”
문이 벌컥 열리며 울고 있는 공주가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온 안드로이드는 피망 볶음이 든 접시를 들고 따라왔다. 세르니온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숨은 공주를 봤다.
“무슨 일인가요?”
“세르니온. 자꾸 나보고 피망 먹으라고 해.”
세르니온은 싱긋 웃었다.
“피망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요, 골고루 먹어야 키도 크고 건강해져요.”
“하지만 맛없단 말야.”
“그래도 안 돼요. 그거 다 먹기 전엔 오늘 게임기 못하게 할거에요. 그리고 같이 놀지도 않을 거예요”
세르니온의 단호함에 공주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실컷 놀아주기로 했잖아.”
“그건 공주님이 약속을 지킬 때죠. 어서요.”
“세르니온 미워!”
공주는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고 뒤쫓아온 안드로이드가 놀라 공주를 달래며 안고 데려갔다. 그 모습을 아련하게 지켜보던 세르니온을 본 MK.2가 말했다.
“너무 엄하게 대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망국의 공주라고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라고.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도 괜찮잖아.”
세르니온은 창밖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오늘은 자꾸 혼내기만 하시네요. 알아요. 그냥 제가 지금 저 아이에게 짜증 부리고 있는 것 정도는.”
“그러니까, 이곳에 온 너는 항상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감정을 연기하면서, 어째서 공주한테는 그렇게 엄하게 대하는 거야?”
세르니온은 논리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 투정 부리듯 짜증을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저 아이는 이 세계의 저한테 소중한 존재였겠죠 그런 공주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괜히 울컥하더라고요, 다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단지 이 세상에 있기만 하면 좋겠다는 기분 당신은 알까요?”
“그다지 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군.”
대답을 들은 세르니온은 씩 웃었다.
“미안해요, 오늘 자꾸만 심술만 부리네요. 공주님은 MK.2씨가 좀 달래줘요. 좀 놀고 하다 보면 기분이 풀리겠죠.”
“알겠다.”
방을 나온 MK.2는 그대로 식당으로 가 울면서 피망을 먹고 있는 공주를 보았다. MK.2는 그릇에 있던 피망만 빠르게 건져낸 다음 가볍게 쥐어서 압착시킨 후 그 잔해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 모습을 본 공주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MK.2”
“고마울 것 없어. 많이 속상했지?”
MK.2가 옆에 앉았다.
“아니, 세르니온의 말이 맞는 걸 내가 약속을 안 지켜서 화낸 거야.”
“세르니온은 공주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공주는 힘없이 포크를 뒤적였다.
“정말 그럴까?”
“그럼, 다만 요즘 여러 일이 있어서 짜증이 나서 그런 거야.”
“요즘 여러 일? 그 세르니온이랑 닮은 사람이 아직도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
MK.2는 공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도 문제 중 하나고. 그래도 걱정하지 마 곧 다 해결되면 세르니온도 좀 더 다정하게 공주를 대해줄 거야.”
공주의 표정이 밝아지며 MK.2를 바라보았다.
“진짜?”
“당연하지. 그 증거로 세르니온이 오늘은 게임기 실컷 하면서 놀고 있으라 했어 놀다 보면 세르니온이 같이 놀아주러 올 거야. 그전까지는 내가 있을 거고.”
“헤헤 신난다!”
공주가 신나서 양팔을 피는 모습을 본 MK.2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MK.2에게 긴급한 연락이 왔다.
‘51구역에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2명에게 습격당해 라보스 크리스탈을 도둑맞음.’
‘지금 이 정보 어디까지 갔어? 세르니온에게 도달한 건가?’
‘먼저 MK.2님에게 전달하기 위해 긴급회선으로만 연락함.’
‘그렇다면 세르니온에게 보고하지 마라. 이 문제는 내가 개인적으로 해결할 테니.’
급하게 연결을 끊은 MK.2의 마음이 급해졌다. 결국, 자신이 초래한 문제. 그렇다면 그 해결도 스스로 해야 했다. MK.2는 자신의 직속 부하들에게 연락해 오딜의 사무실을 공격해 그레모리를 납치하고 튜링의 초대 아지트로 오라는 메시지를 남겨 놓으라 명령했다. 그리고 급하게 이동하려 할 때 옆에서 지켜보던 공주가 MK.2의 팔을 잡았다.
“가야 하는 거지?”
“미안, 공주. 급한 일이 생겼어. 혼자 놀고 있으면 곧 세르니온이 올 거야. 만약 세르니온이 나 찾으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말해줘.”
“알겠어. 조심히 다녀와야 해.”
MK.2는 마치 세르니온이 그랬던 거처럼 공주와 눈을 맞췄다.
“금방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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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튜링 본거지
튜링이 아직 퓨리어스 시절 썼던 곳으로 낡은 건물이기에 세르니온은 더 좋은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자며 옮겨버렸고 그로 인해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은 그런 폐허가 된 곳이었다. 분명 반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황량함만이 이곳에 남아있었다.
‘피할 수는 없는 거겠지.’
덜덜 떨고 있는 그레모리를 신경 쓰지 않은 체 MK.2는 곧 이곳에 올 이 세계의 세르니온과 오딜을 떠올렸다. 예전부터의 악연과 현재의 악연 그 둘이 함께 온다는 것에 MK.2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곧 빌딩 안으로 이 세계의 세르니온과 오딜이 들어왔다. MK.2는 오딜의 그 표정만으로도 얼마나 화가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왔나?”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MK.2와 달리 오딜은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당장 그레모리를 풀어줘.”
“풀어줄 거야. 크리스탈만 준다면 말이야.”
어느 한쪽이 먼저 물러날 수 없는 치킨런. 오딜은 MK.2 옆에 있는 그레모리와 이 세계의 세르니온이 쥐고 있는 크리스탈을 보며 이를 악무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 세계의 세르니온은 그대로 크리스탈을 던졌고 MK.2는 크리스탈을 손에 넣었다. 오딜이 이 세계의 세르니온을 향해 말했다.
“세르니온, 고마워.”
MK.2는 크리스탈이 진짜임을 확인한 뒤 그레모리를 풀어줬고 그레모리는 곧 오딜에게 달려갔다.
“이걸로 서로 약속은 지킨거고.”
MK.2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MK.2가 손짓하자 빌딩에 숨어있단 안드로이드들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오딜이 소리쳤다.
“뭐야? 결국은 이러려고 작정한 거냐?”
“그렇게 진작에 내가 말한 대로 이 일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건데, 너희가 자초한 일이야. 죽여버려.”
명령을 내린 MK.2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체 천천히 옥상을 향해 발걸음을 올렸다. 자신의 뒤에서는 총소리와 칼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기합 소리와 무미 건조한 기계음이 어우러져 울려 퍼지고 있었다. MK.2는 그 소리 들을 뒤로한 체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일지라도.’
이 세계의 세르니온이 휘두르는 리베라에 안드로이드들이 찢겨 나갔다. 아무리 강철의 육체를 가진 안드로이드라 할지라도 이 세계의 가디언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너희들을 죽일 수는 없겠지.’
오딜의 사슬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자신의 적들을 찢어발겼다. 여러대의 안드로이드가 동시에 달려들어도 전방향으로 움직이는 오딜의 사슬은 가장 효율적이게 안드로이드의 신체를 파괴해 나갔다.
‘어차피 이곳에서 모든 것이 끝나겠지.’
먼저 천장에 올라온 MK.2는 자신을 태울 헬기를 하나 부른 뒤 서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이 세계의 세르니온과 오딜 그리고 그레모리가 올라왔다.
*
“하아…. 하아….”
MK.2는 자신의 몸에 난 자잘한 파손들을 보며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기계로 이루어진 그의 육체가 피로를 느낄일도 없겠지만 그는 지금 격심한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너무 오래 인간을 연기해서 그런건가?’
MK.2는 스스로에게 웃어주며 자신의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크리스탈을 손에 넣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다. MK.2는 자신이 꺼낼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했고 이 세계의 세르니온 일행 역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했다. 누가 먼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투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으아아!”
오딜과 그레모리를 기절시킨 MK.2가 괴성을 지르며 이 세계의 세르니온에게 달려들었다. 이 세계의 세르니온이 급히 리베라를 휘둘렀으나 MK.2는 몸을 꺾어 피한 후 이 세게의 세르니온을 붙잡아 그대로 넘어뜨렸다. 그러고는 그대로 두 주먹을 휘둘러 이 세계의 세르니온의 얼굴을 마구 쳤다. 이 세계의 세르니온이 막으러 두 손을 올렸지만 위에서 찍어 내리는 MK.2의 주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만, 너만 없어지면.”
계속된 타격으로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세르니온을 향해 다시 주먹을 날리려 할 때 MK.2는 자신의 몸을 뚫고 나오는 사슬을 보았다.
“커헉!”
MK.2가 고통을 참아내며 뒤를 돌아본 곳에는 몸을 반 정도 일으킨 오딜이 있었다. 오딜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만둬. 이미 승부는 끝났어.”
오딜이 만들어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이 세계의 세르니온은 힘을 주어 MK.2를 밀쳤고 MK.2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져 하늘을 보고 있을 때 MK.2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헬기를 보았다.
“지금 네 몸 상태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야.”
MK.2는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오딜을 봤다.
“그 크리스탈만 넘겨준다면 널 보내줄게.”
MK.2는 크리스탈을 가리켰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거라 생각하나?”
“그래, 그 크리스탈은 이 사건의 진범 즉 가짜의 악행을 나타내는 결정적 증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넘겨줄 수 없지.”
MK.2는 씩 웃으며 그대로 크리스탈을 하늘로 던져버렸다. 이 세계의 세르니온과 오딜이 서로 잡으려 노력했지만 크리스탈은 하늘로 날아갔고 헬기 안에 있던 안드로이드가 크리스탈을 잡자마자 소리쳤다.
“가라, 그대로 세르니온에게 가!”
오딜이 RPG-7을 꺼내 헬기를 막으려 했지만 MK.2는 망가진 몸을 이끌며 뛰어 올랐고 MK.2는 폭발의 충격으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오딜의 공격과 RPG-7의 폭발 두 충격으로 망가진 MK.2를 보며 오딜이 분노를 담아 외쳤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 가짜 녀석이 지금까지 한 짓을 모르는 거야? 그 녀석 때문에 수천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 그리고 또 그보다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고!”
“가짜라…. 그게 뭐가 중요한 거지?”
“뭐?”
놀람과 경멸을 동시에 담은 표정을 짓는 오딜을 보며 MK.2는 생각했다.
‘스스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이곳에 올 때까지 그 누구도 나를 인간이라 여겨주지 않았다. 마계의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의 권리에 대해 울부짖었지만 이미 거기서 그들은 안드로이드와 자신들이 다르다는 것을 규정짓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 속에 세르니온은 MK.2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 ‘MK.2씨는 여기서 만난 첫 번째 동료죠.’
‘그러나 세르니온 너는 나를 인간으로 대해줬다. 나를 동정하거나 보호하며 다른 것으로 규정해야 하는 동정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존재로 대우해줬다. 그렇기에 나는 너를 돕고 싶었다.’
생각 속의 세르니온은 억지로 괜찮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나는 동료들을 찾고 세상을 구해낼 수 있다면 그 어떤 희생도 감내할 수 있어요.’
‘겉으로 강한척하며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너 스스로 하는 행동의 모순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괴로워했는지 나는 알았다.’
생각 속의 세르니온은 말과 달리 힘겨워하고 있었다. -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질 테니까. 최악의 경우까지 준비해주세요.’
‘네가 말한 그 최악의 수가 너 자신을 망가뜨릴 것을 알았기에 나는 막고 싶었다.’
생각 속의 세르니온은 이제 거의 무너지고 있었다. - ‘전 괜찮아요.’
‘괜찮지 않은 것을 알았다. 이미 넘쳐 흐르는 물을 억지로 담고 있는 잔 같은 상태의 너라는 것을 알기에, 여기에 또 다른 너가 죽는다면 너는 그 죄책감으로 완전히 망가질 것을 알았기에 너를 죽일 수 없었다. 나는 또 다른 너가 아닌, 내 옆의 너를 살리고 싶었다.’
어느 날엔가 혼자 흐느껴 우는 세르니온을 바라보는 MK.2는 자신의 눈에 흐를 수 없는 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내 욕심이, 네가 준비한 것을 망치는 것 같아 슬펐다. 친구를 지키기 위한 일이 칼이 되어 날라왔을 때조차 너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너의 얼굴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어차피 죽여야 한다면 너에게 너를 죽이게 할 수는 없다. 최소한 내 벗이 스스로를 죽이는 일을 하게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너를 죽인다.”
MK.2가 뱉은 말의 주어를 알 수 없기에 오딜은 MK.2가 자신을 향해 달려온다는 착각을 하며 방어를 하려 했지만 MK.2는 오딜을 빠르게 지나쳐 이 세계의 세르니온에게 달려들었다. 이 세계의 세르니온은 당황했지만 이미 망가진 MK.2를 막아내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 세계의 세르니온은 침착하게 다리에 힘을 주어 MK.2와 그대로 부딪혔고 어깨를 이용해 MK.2를 뒤로 밀어냈다.
“받아라!”
이 세계의 세르니온이 MK.2를 향해 리베라를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고 MK.2의 몸을 삼분의 일정도 베어내었다. MK.2의 몸에서 나온 적갈색의 차가운 액체가 하늘위로 펴져올랐다.
‘나는 결국 너에게 너를 죽이는 일을 미뤄야 하는 건가? 이번에도 나는 실패한 건가?’
그대로 쓰러지는 MK.2는 옥상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하다.’
그대로 MK.2의 몸은 땅으로 추락하며 큰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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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기사 바보.”
게임에서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 공주가 세르니온을 향해 웃음 지었다.
“공주님 엄청 잘하는데요? 혹시 공부시간에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한 거 아니에요?”
“아…. 아니야.”
세르니온은 당황하는 공주를 향해 거짓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공주와 놀고 있을 때쯤 헬기 소리가 들렸다.
‘MK.2씨가 돌아오고 있구나.’
갑작스럽게 사라진 MK.2와 헬기까지 움직인 것을 보고 세르니온은 또 다른 자신을 없애러 MK.2가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에게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움직이려 한 것은 최대한 자신이 신경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함이리라. 그렇기에 세르니온 역시 먼저 아는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헬기가 도착하고 몇 분 뒤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안드로이드가 뛰어왔다. 그 손에는 라보스 크리스탈이 있었다.
“세르니온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급하게 들어온 안드로이드는 세르니온과 공주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공주는 안드로이드가 들고 있는 크리스탈을 가리켰다.
“어 저거 뭐야? 엄청 예쁘다.”
세르니온은 황급히 공주의 시선을 돌렸다.
“저건, 업무에 필요한 거라 공주님이 보시면 안 돼요. 그럼 저는 잠시만 이야기 좀 하고 올 테니 놀고 계세요.”
“응 알겠어.”
다시 게임을 시작한 공주를 뒤로한 체 세르니온과 안드로이드가 방을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공주에게 라보스 크리스탈을 보여준 안드로이드에게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최대한 돌려서 표출했겠지만, 세르니온의 머릿속에는 불안감이 스쳤다. 점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MK.2씨가 아니라 왜 당신이 그걸 들고 온 거죠?”
안드로이드는 뭐라 대답할 줄 모르겠다는 듯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대답 안 할겁니까?”
“MK.2님의 명령을 받고 도착했을 때 이미 MK.2님은 적들에게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고
저에게 크리스탈을 가져가라 명령하셨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이야기였지만 세르니온은 순간 비틀거렸다.
“그래서 확인했습니까?”
“네?”
“MK.2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했느냐고요!”
복도에 울려 퍼지는 소리, 안드로이드는 놀라며 대답했다.
“돌아오면서 주위 부대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부대에 따르면 빌딩 자체가 불타고 있었고 부서진 안드로이드와 불이 만나며 폭발들이 일어나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세르니온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부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지만 애써 참으며 조용히 말했다.
“공주에게 가서 내가 급한 일이 생겨 놀아주지 못하니 미안하다 전해주세요.”
“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세르니온은 그대로 의자에 몸을 기대며 MK.2의 마지막 유산, 라보스 크리스탈을 살펴보고는 곧 미친 사람처럼 혼자 웃기 시작했다.
“이거, 어떤 녀석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군. MK.2씨도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나 봐 아무리 정교한 가짜여도 MK.2씨라면 알아봤을 텐데 결국 그는 진짜도 아닌 가짜를 지키기 위해 죽은 거군.”
미친 듯이 웃던 세르니온은 이제 지쳤다는 표정을 했다.
“이게 가짜라는 말은 곧 리리스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겠군. 결국, 이 지경까지 가지 않으려는 내 욕심이 모든 것을 망쳐버린 거야.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방법은 딱 한 가지지.”
세르니온은 어디론가 연락을 했고 곧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세르니온은 자신을 기다리는 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작전명 천둥신 시작합니다.”
저편에서 들려오는 분주한 목소리, 환호하는 소리 등을 무시한체 세르니온은 창밖의 솔즈베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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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을 끝으로 12챕터의 내용이 끝났습니다. 내일 막간의 이야기 한편 올리면 이제 마지막 챕터만 남았네요.ㅎㅎ
첫댓글 쉬엄쉬엄 가테도 하시면서 쓰세요. ㅎㅎ
가테는 숙제만 하면 되니까요 ㅎㅎ
오옹 용용님 요즘 가테소설 많이 올려주시니 좋군요ㅋㅋㅋ
읽어만 주시면 감사합니다
@용용(baki) 저야말로 좋은소설 항상 감사드립니다 ㅎㅎ
@녹시아라 10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