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오프라인화] 로딩 샵킥 CEO
쇼루밍族 밖으로 끌어내기… 모바일 서비스에 달렸다
아마존은 전통 서점을 문 닫게 하고, 이베이는 소더비를 흔들었다. 페이팔(온라인 지급 결제 회사)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서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꼭 이렇게 싸워야만 할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윈윈' 모델을 개척한 온라인 기업이 있다. 2009년 창업한 스마트폰 쇼핑 애플리케이션 '샵킥(Shopkick)'이다.
온라인 기반의 쇼핑 앱이지만, 실제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된다. 이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 받으면, 샵킥과 제휴를 맺은 상점에 들어가는 순간 포인트가 적립된다. 인기 상품이 무엇인지와 각종 할인 정보도 알려준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는 매장에서 기프트 카드, 공짜 커피, 영화 티켓으로 교환할 수 있다.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상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은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샵킥은 이들 제휴업체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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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가면, 샵킥의 앱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포인트를 적립하고, 상품정보를 보여준다. 사진은 샵킥 사용자가 미국 의류업체인 ‘아메리칸 이글’ 매장에 들어갔을 때 사용자 스마트폰에 떠오른 화면. /길트제공
샵킥은 설립 5년 만에 미국에서만 사용자 1000만명을 확보했다. 아마존, 이베이, 그루폰 다음으로 미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이다. 유명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와 대형 유통업체 타깃이나 베스트바이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2013년 약 2300만 달러(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9월 SK그룹 계열사인 SK플래닛에 인수됐다.
위클리비즈는 샵킥의 창업자이자 사장(CEO)인 시리악 로딩(Roeding·42) 씨를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레드우드 시티의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SK에 인수된 뒤에도 사장을 계속 맡고 있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시간은 마침 점심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본사 건물로 찾아갔더니, 로딩 사장이 회사 직원들과 함께 건물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 플라스틱 바구니에 든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부스스했다.
'쇼루밍 현상'은 기우였다
―샵킥은 '온라인의 오프라인화(Online to Offline·O2O)'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힙니다. O2O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샵킥은 O2O를 처음으로 실현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O2O의 핵심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오프라인 세상에 온라인의 기능을 더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 오프라인 시장을 점령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세상이 더 편리해지게끔 도와준다는 겁니다.
저는 스마트폰에 동영상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됐을 때, 사람들이 콘서트에 가서도 공연을 직접 관람하는 대신 스마트폰만 쳐다보면서 동영상을 찍는 것을 보고 잘못됐다고 느꼈습니다. 저라면 직접 공연장까지 갔기 때문에 제 눈으로 직접 공연을 관람하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바일은 현실 세계를 경험하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디지털은 물리적인 공간을 더 살기 좋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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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딩 샵킥 CEO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돕는다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지만, 정작 구매할 때는 저렴한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을 이용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으로 전락하는 '쇼루밍 현상(showrooming effect)'이 발생했죠. 이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입지가 좁아진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온라인의 오프라인화입니다. 유통의 경우 옴니채널(omni-channel)이라는 모델이 중요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오프라인 쇼핑, 모바일 쇼핑, 홈쇼핑, 방문 판매 등 여러 유통망이 하나로 통합되는 겁니다."
모바일이 시장을 점령할 것
로딩 사장은 "샵킥의 성공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의 어떤 점이 특별한지 알아내는 데 7년이 걸렸다"고도 했다.
"15년 전 처음으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수없이 던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답은 '모바일은 유일하게 현실의 물리적 환경에서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샵킥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 아주 단순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아이템이 모바일 없이 불가능한가?' 샵킥이 그런 사업입니다. 샵킥은 스마트폰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입니다. 무거운 컴퓨터를 들고 와서 매장에 들어와 포인트를 적립할 순 없으니깐요."
―모바일 쇼핑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제 경우 비싼 물건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사는 게 꺼려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한계도 사라질 겁니다. 15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신발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에서 신발을 파는 일이 아주 흔해졌습니다.
식료품도 그렇습니다. 채소와 과일 등 식료품은 신선한 재료를 직접 골라가며 사야 한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마켓의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아마존 프레시' 등 온라인을 통해 식재료를 주문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집을 사고 판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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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오는 순간 포인트가 적립된다’고 쓰여있는 샵킥의 포스터. /샵킥 제공
10년 뒤의 메가 트렌드는 '기술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나요?
"창업가(entrepreneur)는 단순히 비즈니스를 시작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 진짜 창업가입니다. 저는 5~10년 뒤의 메가 트렌드(mega trend)가 무엇일 지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 말입니다.
예를 들어, 2008년 제가 예상한 목록 가장 위에는 두 가지 메가 트렌드가 적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사람들이 꾸밈없고 가공되지 않은 오리지널 제품을 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기농 식품과 제품들이 나왔고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연스러움(naturalness)입니다. 인위적이지 않고, 굳이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편안함을 의미합니다. 아이폰은 사용법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앞으로 5~10년 뒤의 메가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첫 번째 메가 트렌드는 기술의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사람의 몸, 다른 물체 등 어딘가에 녹아 있어 마치 테크놀로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예를 들어 안경을 쓰지 않아도 인체에 내장된 기술로 눈앞에 이미지를 띄우고 인터넷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메가트렌드로는 '개인의 자아에 대한 표현'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는 대기업의 일개 직원, 큰 기계에 속한 작은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특징적인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개성을 더 드러내고 싶어할 것입니다. 과거에 이런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벽에 그리는 그래피티 수준이었는데, 기술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더 많은 도구가 생겼고, 더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