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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인상...중동 에너지 생산국 행보에 주목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 에너지 시장에 파장 초래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한화 약 12만 원)에 육박하여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럽 천연가스 가격 또한 50~60% 상승했다. 에너지 전문 분석업체인 라이스타드(Rystad Energy)는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또한 전년 동기보다 60% 올랐다고 분석했다.
-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 수요량 중 3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우크라이나에 설치된 가스관을 통해 수입되는 양은 전체 수입량의 8%에 달한다. 시장분석업체 오안다(OANDA) 아시아태평양지역 선임시장분석가인 제프리 할리(Jeffrey Halley)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한화 약 14만 4,540 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으며, 루이스 딕슨(Lousie Dickson) 라이스태드 에너지 선임 원유시장분석가는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130달러(한화 15만 6,585 원)로 제시했다.
◦ 중동 주요 산유국, 증산에 신중한 태도
-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의 주요 에너지 생산국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일일 원유 생산량이 1,000만 배럴 규모인 사우디는 하루 최대 1,200만 배럴까지 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 그러나 2월 27일 무함마드 빈살만(Muhammad bin Salman) 왕세자는 원유 생산량에 관한 OPEC+의 기존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증산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 OPEC+ 회원국은 3월 2일 회의에서 4월 원유 생산량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나, 로이터통신(Reuters), 블룸버그통신(Bloomberg) 등 주요 외신과 국제 시장분석 전문기업 S&P 글로벌(S&P Global)은 OPEC+ 회원국이 추가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 중동 에너지 생산국의 추가 생산 여력에 의문 제기
◦ 카타르, 단독으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혀
- 천연가스 또한 단기간에 큰 규모의 증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알카비(Saad Al-Kaabi) 에너지 담당 카타르 국무장관은 카타르 한 나라가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만큼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생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알카비 장관은 또한 현재 카타르는 천연가스 대부분을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장기 계약에 따라 수출하고 있으며, 당장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는 천연가스는 전체 수출량의 10~1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 한편 2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가스수출국포럼(GECF)에 참석한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은 이란이 충분한 양의 천연가스를 생산, 수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과 미국, 유럽 국가 사이 핵협상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와 천연가스가 당장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UBP(Union Bancaire Privée) 은행의 아시아시장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를로스 카사노바(Carlos Casanova)는, 핵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170달러(한화 약 18만 원~20만 4,765 원)까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정치적 고려와 생산 여력 한계, 중동 에너지 생산국의 증산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
- 벤 카힐(Ben Cahill) 전략국제연구소(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선임연구원은 한 달 내로 증산에 나서 90일간 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사우디와 UAE와 달리 나머지 OPEC+ 회원국 대다수는 원유 증산 여력이 매우 제한적임을 지적했다.
- 증산 여력 외에도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필요성과 같은 정치적 요인 또한 사우디와 UAE가 증산에 적극적이지 않은 배경으로 지적된다. 란다 슬림(Randa Slim) 미국 중동연구소(Middle East Institute)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불만을 품고 미국의 전략적 철수를 우려하는 걸프 국가가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제로 2월 25일 열린 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UAE는 중국, 인도와 함께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하는 등 미국·유럽 국가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 에너지산업 전문 분석기업인 에너지 인텔리전스(Energy Intelligence) 소속 연구원 아메나 바크르(Amena Bakr)는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와 UAE가 두 국가 사이의 갈등에 직접적으로 연루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 다방면에 걸쳐 중동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
◦ 전쟁, 중동 국가의 식량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
- 국제 식량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비료, 밀 등의 공급이 전쟁으로 차질을 빚을 경우 중동의 식량 안보 또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러시아가 수출하는 밀의 70%는 중동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아랍 국가 중 이집트는 전체 밀 수입량의 85%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 카렌 영(Karen Young)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인상이 걸프 산유국의 재정 수입 증대에 기여하겠지만, 동시에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식량 가격 인상을 초래해 중동 국가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중동 및 아랍 지역의 관광 산업과 금융업에도 영향
- 경제제재에 따른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과 러시아 경제상황 악화는 러시아 관광객이 주로 찾는 터키, 이집트, UAE 두바이의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11월 두바이를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총 37만 4,000명으로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한편 2014년 러시아 관광객이 이집트에서 창출한 수익은 전체 이집트 관광 수익의 3분의 1이 넘는 25억 달러(한화 약 3조 112억 원)에 달했다.
- 금융 부문 또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스베르방크(Sberbank)는 아부다비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투자기업(Mubadala Investment Company)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 감수 :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Middle East Institute, Special briefing: The Middle East and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2022. 02. 28.
Reuters, Ukraine crisis-led gas price surge revives demand for inflation hedges, 2022. 02. 28.
Bloomberg, OPEC+ Seen Sticking to Plan Despite Price Shock from Ukraine War, 2022. 02. 27.
S&P Global, Saudi crown prince says kingdom still committed to OPEC+ oil agreement with Russia, 2022. 02. 27.
AP, EXPLAINER: What does Ukraine invasion mean for energy bills? 2022. 02. 26.
Middle East Eye, Russia-Ukraine war: All eyes on Opec amid soaring oil prices, 2022. 02. 25.
Reuters, OPEC+ deal seen on track despite Russia's Ukraine invasion –sources, 2022. 02. 25.
Al-Jazeera, Russia invades Ukraine: What’s next for energy oil prices? 2022. 02. 24.
CNBC, Oil could spike above $130 amid the Russia-Ukraine invasion, 2022. 02. 24.
Middle East Eye, Russia-Ukraine war: Seven ways the invasion will affect the Middle East, 2022. 02. 24.
Middle East Monitor, Qatar: No one can replace Russia gas supply to Europe quickly, 2022. 02. 23.
Al-Monitor, Raisi says Iran's gas production strong despite US sanctions, 2022. 02. 22.
[관련 정보]
1. 카타르 국왕, 가스수출국포럼(GECF)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을 강조 (2022.02.24)
2. 아랍에미리트, 유가상승 우려 속 인도의 에너지 수요 충족에 최선을 다하겠다 밝혀 (2022.02.23)
3.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스 수출국 포럼에 생산량 압력 증가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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