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에서 스몰 비어(small beer)를 거쳐 저가(低價) 커피까지. 최근 창업 시장을 뒤흔든 종목들이다.
지난해 커피 전문점 빽다방이 보여줬던 돌풍은 남달랐다. '레드 오션'으로 불렸던 이 시장에서 1000원대 싼 커피(아메리카노 1500원)를 앞세워 지난해에만 매장 수를 390여개 늘린 것. 현재 전체 매장 수는 460여개. 제왕 스타벅스가 지난해 90여개 확장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주스 전문점 쥬씨 역시 저가 과일 주스를 키워드로 2014년부터 시장을 공략, 2년 만에 매장을 460곳까지 불렸다. 더본코리아 서정욱 본부장은 "경기 불황 탓인지 저가 음료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빽다방은 점포를 내는 데 지역에 따라 7000만~1억원, 쥬씨는 6000만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시대 상황과 시장 흐름, 전망 등을 잘 연구하고 파악하면 막막한 환경에서도 유망 업종을 고를 수 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소비 흐름을 경기와 연관지어 잘 분석하면 실패 위험을 줄이는 창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테크놀로지와 솔로 이코노미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얼 카페·팝업 레스토랑 흡연방 등 톡톡 튀는 아이템
시리얼 카페에서 흡연방까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소상공인 포털(sbiz.or.kr) 홈페이지 신사업 아이디어 모음란에는 전 세계에서 새로이 등장한 톡톡 튀는 창업 아이템 400여 가지가 정리되어 있다.
갖가지 시리얼을 진열해놓고 입맛에 맞게 다양한 음료와 더불어 즐길 수 있도록 한 시리얼 킬러 카페(영국), 1년에 두 번씩 요리사와 메뉴가 완전히 바뀌는 팝업 레스토랑(미국), 점점 소외되는 흡연자들이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흡연방(일본), 시원한 맥주를 신선하게 배달해주는 맥줏집(한국), 컬러링 책을 다채롭게 갖춰 놓고 조용히 몰두할 수 있게 한 컬러링 북 카페(한국) 등이 올라와 있다.
뒤를 볼 수 있는 안경, 얼굴 변장용 소품, 가짜 콧수염, 읽은 후 타 버리는 스탬프, 스파이 펜, 쇠갈고리 등 첩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품을 파는 매장(미국)도 있다.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설명하고 초기 자금 규모와 임대 매장을 얻어야 하는지 재택으로 가능한지 등도 소개했다.
스크린 야구방과 반려동물 유치원 주목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이 올해 눈여겨봐야 할 창업 분야로 꼽은 건 일단 IT(정보통신기술)를 이용한 교육 분야.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벌이는 다양한 동영상 교육·오락 시스템 구축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서 이 영향력을 피해갈 수 있는 심리, 상담 치료 등도 기억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은 가축'으로 불리는 식용 곤충 산업도 관심 대상이다. CJ제일제당이 올 들어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식용 곤충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육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식용 곤충 시장은 2020년쯤에는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용뿐 아니라 사료로도 쓸 수 있어 응용 분야가 넓다.
식용 곤충 시장 2020년엔 1조원대 인공지능 영향력 작은 심리 상담 1인 가구 겨냥한 식재료 매장도
국내 반려동물 100만마리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관련 창업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전에는 의류, 카페, 미용, 물품 등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유치원, 호텔, 종합검진센터 등으로 고급화되고 있는 게 특징. 가수 이승철씨가 얼마 전 애견 유치원을 만들겠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른바 '펫팸(pet family)'족을 위한 시설로 향후 2조원대까지 시장이 커질 것이란 조사 결과도 있다.
스포츠·오락 영역으로 가면 스크린 관련업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스크린 골프에 이어 최근에는 스크린 야구방이 전국에서 100여곳 이상 생겨났다. 날씨·공간 제약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모으는 중. 스포츠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방, 공연 영상을 배경으로 한 멀티 영상 노래방 등도 준비 중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스포츠방의 경우, 한 종목이 아니라 탁구, 당구, PC 게임 등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일본에서는 소량 위주 1인용 음식 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청과점이 생겨 한때 유행했다. 국내에서도 1인 생활자를 위해 일회용 컵에 밥과 간단한 반찬을 넣어 먹는 '컵밥'이 인기를 끌면서 대기업에서 전통 시장까지 이 컵밥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컵밥이나 저렴한 도시락, 영양을 강조한 즉석 식품 등을 한데 모은 매장도 주목해봐야 할 아이템이다.